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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기자가 만난 사람

‘X파일 정국’의 핵,천정배법무부 장관

“도청 수사 성역 없지만 DJ측 반발이 걱정”

  •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 사진·김용해기자

‘X파일 정국’의 핵,천정배법무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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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불법도청 테이프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검찰은 내용 수사는 안하고 불법도청과 테이프 유출 경위만 수사하겠다고 합니다. 천 장관은 간부회의에서 ‘과거의 낡고 병든 구조와 문화가 종합된 구태의 결정판이다. 거대 권력이라고 할 수 있는 정치권력, 언론, 자본, 그리고 검찰, 안기부가 포함돼 있어 충격적’이라고 말했는데요. 그렇다면 내용도 수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인지요.

“매우 어려운 문제예요. 장관 취임할 때부터 거대 권력의 남용을 철저히 차단하는 것이 검찰의 임무라고 말했어요. 검찰에서는 ‘거악(巨惡)’이란 말을 사용합니다. 저는 중립적인 표현으로 거대 권력이라고 했죠. 검찰은 거대 권력의 횡포에 맞서 국가 기강을 바로 세우고 국민의 이익을 지키라는 임무를 위임받은 권력기관입니다.

정치권력이나 자본, 기업, 언론, 검찰 자신 또는 국정원 같은 정보기관이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거대 권력이죠. MBC 가 보도한 이른바 X파일과 공운영 국정원 전 도청팀장(미림팀장) 집에서 압수된 테이프 274개는 구분해야 합니다. X파일 검증이 끝났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보도된 내용대로라면 모든 거대 권력이 여기에 개입돼 있기 때문에 중대한 사건입니다. 검찰이 최선을 다해 실체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입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청 테이프 274개도 공개 수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습니다. 국민이 거대 권력의 남용과 횡포에 대한 분노와 우려를 가지고 있으며, 이 기회에 거대권력의 문제를 확실하게 청산하고 가야 한다는 열망의 표현이라고 보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적법절차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독수(毒樹)의 독과(毒果)라는 증거법 용어가 널리 알려지게 됐습니다.”



‘독수의 독과’ 이론은 독이 있는 나무는 열매에도 독이 있으니 불법적으로 채집된 증거는 범죄 입증의 도구로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독수·독과 이론은 증거능력에 관한 법 논리로 수사의 단서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습니다.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근본적인 철학에서 대립각이 드러나 걱정되는 측면이 있긴 합니다. 검찰로서는 최선을 다해 거대 권력의 횡포를 차단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곧 무작정 공개하고 수사하는 것은 아닙니다.”

274개 테이프 내용 공개엔 부정적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이 진실위원회를 만들어 불법도청 테이프의 공개 여부와 처리 방향을 결정하자는 방안을 내놓았지요. 통신비밀보호법에 저촉되는 위법성을 무력화하기 위해 상위법인 특별법을 만들려는 것입니다.

여당 소속 율사 출신 의원들 사이에도 특별법 제정에 관해 찬성과 반대가 반반이더군요. 여당 내부에서도 폭넓은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불법도청 내용의 공개가 ‘이중(二重) 위헌’이라고 썼습니다. 통신비밀과 사생활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는 헌법에 규정된 기본권입니다. 진실위라는 민간기구에 사법적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위헌이기 때문에 이중 위헌이라고 보는 헌법학자들이 있습니다.

“제가 여당 의원이라고는 하지만 지금 월급도 법무부에서 받습니다. 예전에 정치만 할 때는 말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당장 기자실에 가거나 기자와 통화를 할 수 있었지요. 법무부에서 일하면서 답답함을 많이 느낍니다.

지금 말씀하신 여러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검찰은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적법절차를 지켜가면서 진실을 발견하고 거대 권력의 남용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여야 합니다. 검찰이 내부 토론도 하고, 지혜를 모아 여러 요소를 잘 조화시킬 것입니다.

저는 X파일과 274개 도청 테이프는 다른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X파일은 이유야 어쨌든 언론에 그 내용이 공개돼 국민이 알게 됐죠. 그런데 274개 테이프는 공표되기 전에 검찰이 확보한 것 아닙니까. 274개 테이프의 내용을 공개하느냐, 또는 공개 여부와 관계없이 그것을 기초로 수사를 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X파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부정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검찰은 통신비밀보호법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지 않습니까.

“분명히 그렇죠. 검찰이 수사에서 법을 지키는 것은 당연합니다. 불필요하게 정치적 고려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검찰은 그야말로 법이 부여한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할 것입니다. 특별법 제정은 정당이나 국회가 할 일이지요. 저희로서는 ‘검찰이 잘할 테니까 맡겨주십시오’라고 말하고 싶지만 국회가 입법적 해결을 도모한다면 지켜볼 수밖에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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