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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쇠고기 파수꾼’ 남호경 전국한우협회장

“한우만 한우로 팔린다면 수입 쇠고기는 퇴출될 것”

  • 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쇠고기 파수꾼’ 남호경 전국한우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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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협회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에 반대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뭡니까.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세계무역 자유화가 된 상황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이 투명하게 확보됐다면 반대할 명분이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광우병이 한 번도 발생한 적이 없는 광우병 청정국가입니다. 문제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우리 소비자들이 아직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이지요. 수입 쇠고기가 한우로 둔갑해 팔리는 일이 횡행하는 현실에서 소비자는 미국산 쇠고기와 한우를 구별해낼 능력이 없습니다. 소비자단체가 지난해 12월 소비자 1531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78.4%가 수입 재개를 반대했고, 이 가운데 55.8%가 광우병에 대한 안전성을 우려했습니다.”

-소비자의 불안감이 그처럼 높은데 어떻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결정됐습니까.

“소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국제수역사무국(OIE) 지침 때문입니다. 이 지침에는 ‘척수와 뇌를 제거한 30개월령(생후 30개월 생존) 이하 소의 살코기는 광우병 위험이 없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미국측은 이를 빌미로 자국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를 요청했죠. 결국 척수와 뇌는 물론 모든 뼈에 붙은 고기와 부산물도 위험하다는 우리측 주장과 30개월령 이하의 소는 무조건 수입을 재개해야 한다는 미국측 주장이 부딪친 끝에 이번과 같은 협상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 이전인 2002년과 2003년의 쇠고기 수입량은 각각 29만2246t, 29만3606t으로 이중 미국산 쇠고기는 64%와 68%를 차지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중단된 이후인 2004년과 2005년(10월) 전체 쇠고기 수입량은 55%, 51% 각각 감소했다. 수입 쇠고기 중 미국산 쇠고기의 비중이 그만큼 높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중단된 2년 동안 국내 쇠고기 가격은 안정됐고, 비록 호황은 아니었지만 축산 농가는 큰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었다.



-국제적 안전 지침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닙니까.

“유럽에서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 미국은 이 병이 발생한 나라의 쇠고기는 모두 믿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수입을 중단했어요. 그러다 막상 자국에서 광우병 감염 소가 발견되자 OIE 규정을 고치면서까지 ‘30개월령 이하의 쇠고기는 안전하다’고 말을 바꿔 수입국들을 강하게 압박했습니다.”

굴욕적인 쇠고기 수입협상

-그렇다면 이번 협상이 우리 정부의 완패로 끝난 것인가요.

“패배나 실패라기보다는 ‘힘의 논리에 밀린 결과물’이라고 해두죠. 하지만 지금껏 21번째 광우병이 발생한 일본이 20개월령 이하의 소만 수입하기로 한 것과 비교하면 정말 굴욕적입니다. 일본은 자국민이 거의 먹지 않는 사골을 수입하기로 한 대신, 수입 소의 월령을 20개월 미만으로 크게 낮췄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수출하는 쇠고기 중 20개월령 미만은 7∼8%밖에 안돼요. 일본 소비자로선 마블링(쇠고기의 속살에 낀 지방으로 쇠고기의 맛을 좌우한다)이 제대로 안 된 미성숙 쇠고기를, 그것도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먹을 이유가 없죠. 미국으로선 완전히 밑지는 장사를 한 셈입니다.

그에 반해 우리는 광우병 청정국가이면서도 수입 소의 월령을 미국 요구대로 30개월 미만으로 맞춰줬습니다. 소의 마블링은 생후 30개월 가까이 갈수록 좋아지고, 쇠고기의 맛이 제대로 나기 때문에 30개월령 소의 고기가 미국 쇠고기 수출량의 90% 이상을 차지합니다. 반면 월령이 많을수록 광우병에 대한 안전성도 떨어진다고 봐야겠죠. 미국은 결국 일본에서 잃은 수출물량을 우리나라에서 챙기려고 한 것입니다.”

-이번 협상이 있기 얼마 전부터 산지 소값이 폭락했는데요.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면 쇠고기 값이 폭락할 것이라는 불안심리가 투매현상을 일으킨 겁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협상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10월과 비교해 1월24일 현재 큰 소 기준으로 140만원이나 산지 가격이 떨어졌으니 많이 떨어졌다고 봐야지요. 수입 쇠고기가 들어오면 분명 한우로 둔갑할 것이고, 이는 한우고기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니 한우 농가가 걱정하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오래가지 않을 거예요. 지금도 거세한 수소 등 고급 소뿐만 아니라 한우 쇠고기 가격에는 별 변동이 없습니다. 수입 쇠고기가 들어오고 얼마 지나지 않으면 산지 소값도 원상태로 회복될 것입니다. 100두 이상 한우를 키우는 대단위 농가에선 투매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데, 1∼2두씩 키우는 농가들이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박매에 나서고 있지요.”

2003년 2월 제2대 전국한우협회장이 된 남 회장은 고향인 경북 경주에서 한우 200두를 키우는 목민농장의 대표다. 영남대 축산학과를 나와 대규모 목장과 축산업체에서 일하다 1980년대 수입 생우가 들어오면서 소값 폭락사태가 일어나자 오히려 대규모 한우 목장 경영에 뛰어들었다. ‘위기는 곧 기회’이며, 한우는 절대 사라질 수 없는 우리 고유의 것이라는 신념 때문이었다. 협회장이 되면서 소 키우는 일의 대부분은 부인과 농장장에게 맡기고 자신은 주말과 휴일에만 내려가 일손을 돕는다고. 부친도 직접 한우를 키우던 축협조합장 출신으로, 남 회장은 자신의 집안을 ‘한우 운동권’이라고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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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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