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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 ‘우회전’한 안병직 뉴라이트재단 이사장

“‘통일’은 국민 속이는 말, 盧와 DJ는 대선 새판 짜려 한다”

  • 구미화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hkoo@donga.com

극적 ‘우회전’한 안병직 뉴라이트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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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측으로의 투항’

“나 혼자 운동을 하다 탈퇴하면 인간적으로 배반한 게 되니까, 함께하던 사람들을 설득했는데 잘 안 되더군요. 그들은 거기에 인생을 걸었기 때문이에요. 결국 이론적으로 투쟁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신식민지국가독점자본주의론과 종속이론에 대한 안티테제로 중진자본주의론을 제기했어요. 신식민지국가독점자본주의론과 종속이론의 약점은 자본주의화하는 양상을 놓고 자본주의가 아니라고 부정하는 겁니다. 그건 논리적 모순이다, 자본주의가 활발히 발전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반박했죠. 자본주의가 발전하고 있는데도 그렇지 않다고 하는 건 ‘사기 치는 것 아니냐’고 공격했어요.”

1980년대 후반 우리 학계의 정치경제학적 논쟁은 ‘종속성’을 전제로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안 교수가 “한국 경제는 저개발국이 아니라 중진자본주의며 종속적 자본주의가 아니라 자립적 자본주의로 발전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니 파장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음은 불 보듯 훤하다. ‘정치경제학적 대선배만이 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주장이자 올바른 현실 인식’이라는 평가에서부터 ‘자본측으로의 투항’이라는 극단적인 평가에 이르기까지 반응이 엇갈렸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끝까지 이데올로기적으로 공격했어요. ‘당신이 한국에서의 자본주의 발달을 주장하니 결국은 사회주의혁명을 부정하는 것 아니냐’면서. 내가 당시엔 사회주의를 부정하지 못했어요. 도덕적으로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했죠.”

그는 이념 논쟁에 에너지를 소모하는 대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마련하는 연구에 몰두했다. 낙성대연구실을 세우고, 한국경제사 연구 방향을 수량·통계 중심으로 바꿨다.



“한국 경제의 장기적 발전에 관한 데이터를 정리했어요. 데이터를 정리하다 놀란 게 식민지시대에도 우리나라 경제가 성장했다는 점입니다. 공장 명부를 갖고 민족별 통계를 정리해봤더니 1916년엔 공장 수가 300개밖에 안 되고 그중 조선인 소유는 30%를 밑돌았는데, 1939년엔 공장 수가 7000개에 이르고, 그중 조선인 소유가 60%를 넘어요. 경제성장률도 꽤 높더라고요. 평균 3.6%. 선진 자본주의국가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1.5%임을 감안하면 꽤 높은 수치죠. 일본(4%)과도 비슷하고요. 이건 제국주의에 종속된 나라에선 자본주의가 발전하지 않는다는 기존 이론을 부정하는 근거가 되죠. 이런 자료가 있었기 때문에 세계 자본주의 시장에서도 후발 자본주의가 발전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었어요. 이런 식으로라면 한국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의 발전 과정도 다 들여다볼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경제성장사(史) 중심으로 동아시아 역사를 정리해보기로 한 겁니다. 내가 동아시아 경제성장사 비교 연구를 학문의 종착점으로 삼은 이유가 여기에 있죠.”

“후발 자본주의가 더 유리”

안 교수는 자신의 연구에 학문적 뒷받침을 한 여러 학자의 이론도 소개했다. 모두 선진 자본주의 국가와 후발 자본주의 국가의 발전과정이 근본적으로 다름을 지적하는 이론이다. 19세기에 독일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리스트가 자본주의 발달에서 국제관계의 중요성을 지적한 바 있다. 선진 자본주의는 자국 내에서 자생적으로 자본주의가 발전해,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안으로부터 나온 반면 후발 자본주의는 국제관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내용이다. 이를 일본 경제사에 적용, 체계적으로 발전시킨 인물이 아카마쓰 가나메(赤松要)다. 안 교수는 아카마쓰가나메의 ‘안행형태론(雁行形態論)’에 주목했다.

“안행형태론의 ‘안(雁)’이 ‘기러기 안’자예요. 기러기가 이동할 때 한 마리의 리더가 이끄는 대로 떼지어 움직이는데, 세계 경제의 발전 형태가 그것을 닮았다는 겁니다. 저개발국의 경제 발전은 선진국 사양산업의 이전 과정이라고 주장하죠. 처음엔 저개발국에서 선진국의 상품을 구입해 쓰지만 저개발국 자체적으로 그 상품을 개발하면 선진국에서 만든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그 산업이 사양화한다는 거죠.”

안 교수는 알렉산더 거센크론(Alexander Gerschenkron)의 ‘후발성 이론’도 소개했다. 후발성 이론이란, 후발자본주의는 선진 자본주의로부터 기술이라는 성장잠재력을 이전받고, 선발 자본주의가 이용 못했던 새로운 제도도 이용할 수 있으니 선진 자본주의보다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다.

“선진 자본주의의 발달은 기업의 자기 발전이었던 반면 후발 자본주의, 예를 들어 독일에서는 은행이 산업 활동을 기획하고 이끌어갔어요. 주식시장을 통해 자본을 끌어들이고, 기업에 투자하면서. 은행이 이러한 구실을 할 수준도 안 되는 러시아에서는 국가가 나서서 철도를 놓고,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식으로 경제 발전을 이끌었어요. 그러니 후발 자본주의가 선진 자본주의보다 유리할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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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화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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