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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선생님

밥상머리 교육으로 나를 일깨운 ‘정신적 아버지’

“눈앞의 일에 연연 말고 더 멀리 바라보게”

  • 김승진 한국외대 교수·경제학 seunjkim@hufs.ac.kr

밥상머리 교육으로 나를 일깨운 ‘정신적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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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머리 교육으로 나를 일깨운 ‘정신적 아버지’

2000년 오랜만에 다시 모인 서울대 경제학과 66학번 동기들. 뒷줄 왼쪽부터 박중희 대주전자재료 부회장,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김승진 한국외대 경상대학장, 유백열 전 장기신용은행 지점장, 강명구 농업연수원 부이사관, 김대중 두산중공업 부회장, 이근식 서울시립대 교수, 박기봉 비봉출판사 사장, 민상기 서울대 교수, 김영섭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장명국 내일신문사 사장, 정일용 한국외대 교수, 이명선 연세대 교수.

‘미스터 클린’

돌이켜보면 지난 40여 년 동안 선생님은 내 인생의 중요한 고비마다 나를 이끌어주시고 도와주셨다. 만약 선생님의 도움과 지도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다만 선생님의 한량없는 지도와 도움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학자가 되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할 뿐이다.

선생님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근 팔십 평생 동안 군자(君子)의 길을 걸어오셨다. 이는 어릴 때 부모로부터 배운 공맹(孔孟)사상에 연유한 듯하다. 선생님께서는 유학의 가르침대로 평생 인화(人和)와 중용(中庸)을 강조하는 군자의 길을 걸으셨다. 논어에서 인용한 선생님께서 좋아하시는 몇 가지 좌우명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君子 和而不同 小人 同而不和’(군자들은 서로 화목한 관계를 유지하지만 결코 서로 같지 않고, 소인들은 모두 같지만 서로 불화의 관계 속에 있다.)

‘君子 泰而不驕 小人 驕而不泰’(군자는 항상 태연하지만 교만하지 않고, 소인은 교만하지만 태연하지 않다.)



선생님은 평생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항상 깨끗한 마음으로 살아오셨다. 예를 들어 1979년 10월26일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 이후 등장한 신군부의 협조요청을 사양하셨다. 1995년 서울시장선거와 1997년 대통령선거에서도 선생님의 캠페인은 지극히 깨끗했고 상대방을 고의로 헐뜯는 일이 없었다. 선생님께서 맡으신 모든 공직(서울대 사회과학대 학장, 경제부총리, 한은 총재, 서울시장, 국회의원, 한나라당 총재)을 한 점 의혹 없이 효율적으로 수행하셨다. 선생님을 ‘미스터 클린’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깨끗하고 고고한 인생을 살아오셨다.

또한 중국 송나라 시대의 ‘포청천’처럼 매사를 불편부당(不偏不黨)하게, 그리고 무리함이 없이 순리대로 풀어 나가셨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부당하게 돌봐주시는 일은 전혀 없었다. 그래서 이해관계를 가지고 선생님에게 접근한 사람들은 실망하고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 선생님의 주변엔 당신의 학문과 인격을 잘 아는 사람들만 남아 있다. 그런데도 선생님은 이에 대해 전혀 불만스럽게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당연하다고 생각하신다. 어떤 사람들은 선생님이 ‘보스 기질이 없다’ ‘조직하는 힘이 없다’ ‘정치력이 없다’고 혹평하는데 이는 당연한 일이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선생님 같은 분이 어떻게 서울시장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고 당선되셨으며, 또 그렇게 많은 공직을 수행하셨는지 모르겠다. 정말 기적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선생님은 지금도 당신이 받으신 국민의 사랑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한다는 말씀을 하신다. 선생님은 “나는 서생으로 태어났고, 이제 다시 서생이 됐다”고 말씀하시고, 또 실제로 그런 생활을 하신다.

선생님은 강한 의지력을 가지고 매사를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추진하신다. 지금도 새벽 5시에 기상해 관악산 등반으로 하루를 시작하신다. 선생님의 건강은 선천적인 면도 있지만 이런 강한 의지력에서 기인한다. 1980년대 말 경제부총리로 재직할 때는 종종 봉천동 자택에서 관악산을 넘어 과천 정부청사로 출근하셨다. 지금도 같이 등산을 하면 선생님을 따라 갈 제자는 별로 없다. 선생님이 ‘관악산 산신령’으로 불리시는 것도 아름다운 백미(白眉)와 백발뿐만 아니라 건강을 위한 관악산 새벽 등반을 매일 지속적으로 하시기 때문이다.

또한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하시는지, 우리 제자들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경제학을 위시한 모든 분야에 있어 해박한 지식과 탁견은 선생님의 방대한 독서와 사유, 그리고 강력한 의지에 힘입은 것이다.

선생님은 매사에 치밀하시고 최선을 다하신다. 1997년 대선후보 시절, 하루에도 서너 건씩 연설해야 하는 바쁘신 중에도 제자들이 작성한 연설 원고를 직접 읽으시고 필요한 부분을 첨가하셨다. 과히 초인의 경지였다. 이와 같이 치밀하시고 최선을 다하는 노력이 오늘의 선생님을 만들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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