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진강 변협회장은 고(故) 박종철군 사건을 언론에 처음으로 확인해준 검사였다.
“실제로 선임료가 낮아졌지요. 금액은 사건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지만…. 젊은 변호사들 중에는 자기네 수준에 맞춰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하는 변호사가 많아요. 내가 젊은 변호사들한테 ‘연수원에서 금방 나온 처지에 대법관이나 검찰 고위간부 출신 변호사 수준에 맞추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했어요. 서비스의 질과 수준에 따라서 선임료를 받아야죠.”
그는 지금도 사무장과 운전기사 없이 자가운전을 하며 사무실에 여직원 한 사람만 두고 있다. 그래서 ‘나 홀로 변호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미국은 변호사 수가 워낙 많기도 하지만, 변호사는 역대 대통령과 상원의원, 하원의원, 주지사, 주의원을 가장 많이 배출한 직업이다. 한국에서도 변호사 중에서 노무현 대통령, 오세훈 서울시장이 나왔고 국회의원, 시도지사, 기초단체장, 지방의회 의원에 변호사들의 진출이 활발하다. 2002년 대선은 노무현 변호사와 이회창 변호사 간 대결이었으니 정상명 검찰총장이 “(이번 대선에는) 대선 주자 중에 변호사가 없다”고 아쉬워할 만하다.
“법조인들이 국회는 물론이고 행정기관에 활발하게 진출해 일을 하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변협이 국가의 인재풀 노릇을 하려고 합니다. 인적 자원을 배양해 국가 곳곳에서 쓰일 수 있도록 공급했으면 해요.”
▼ 로스쿨 관련법이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입니다. 변호사회는 로스쿨에 반대하고 있는데요. 대학들이 심사에 대비하느라 건물 신축, 교수 채용등 꽤 투자해놓은 상태입니다. 현재 사법시험 합격자를 1000명씩 배출하는 마당에 로스쿨에 반대하는 것은 직역(職域) 이기주의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그런 의견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법조인 양성제도와 법학교육에 중대 변화를 가져올 제도가 잘못 만들어지면 엄청난 혼란이 발생합니다. 대한변협은 로스쿨이 우리 실정에 안 맞고 자칫 법학 교육에 엄청난 파행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전임 집행부가 사법개혁위원회 때부터 로스쿨에 반대했어요. 그러자 사법개혁위윈회 후속기구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가 변협을 논의에 참여시키지 않고 정부안을 만들었습니다. 대한볍협도 반대만 한다는 비난을 받기 싫어 정부안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했죠. 제가 협회장이 된 후 전임 집행부가 추진한 내용을 검토해봤습니다. 국회 법사위원들도 걱정하고 있죠. 중요한 법안이 정파 간 빅딜 대상이 돼서는 안 됩니다. 국민이 바라는 개혁입법이라면 그쪽으로 가야겠지만, 문제가 많고 부작용이 예상된다면 재검토해야 합니다.”
▼ 대한변협은 로스쿨법이 제정되더라도 입학정원에 관심이 높을 텐데요. 로스쿨 입학정원은 교육부의 소관이 되겠지만 변협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종전 집행부가 1200명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정했습니다. 제가 그 의견을 바꿀 생각은 없어요. 총원보다도 더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로스쿨을 새로 만들면서도 법과대학은 그대로 둡니다. 로스쿨을 두는 대학만 학부를 없애고 로스쿨을 안 두는 대학은 법과대학을 그냥 둘 수 있어요. 로스쿨이 설치되지 않은 대학은 법학부를 포함해 인문계가 전멸할 수밖에 없어요. 로스쿨은 법과대학 출신을 3분의 2, 비(非)법학부 출신을 3분의 1 뽑게 돼 있습니다. 인문계뿐 아니라 이공계도 전부 로스쿨 시험 준비를 할 겁니다. 대학이 로스쿨 입시준비학원이 되는 거지요. 부산과학고 재학 때부터 각종 과학경시대회 금상을 휩쓸고 포항공대 수석 입학에 수석 졸업한 여학생이 최근 서울대 의대로 편입하지 않았습니까. 로스쿨도 대학 분위기를 그렇게 만들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