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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 ‘올인’ ‘주몽’…연타석 홈런 드라마작가 최완규

갈고 닦은 ‘극적 본능’으로 ‘시청률 괴물’과 맞짱

  • 장세진 자유기고가 sec1984@hanmail.net

‘허준’ ‘올인’ ‘주몽’…연타석 홈런 드라마작가 최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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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 ‘올인’ ‘주몽’…연타석 홈런 드라마작가 최완규
다른 원인도 있겠지만 조 작가의 죽음에는 과도한 시청률 스트레스가 작용했다고 그는 믿고 있다. 조 작가는 짧은 투병 기간 병문안을 온 한 방송 연출자에게 “아침마다 받아보던 ‘맨발의 청춘’ 시청률표가 말기 간암 판정보다 더 두려웠다”며 시청률 스트레스를 토로하기도 했다. 조 작가는 ‘맨발의 청춘’이 시청률이 저조해 조기 종영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를 만회하기 위한 작품을 구상하려고 프랑스로 떠난 것이었다.

“임종을 지켜보고 나오는데 걷잡을 수 없이 우울해지는 겁니다. 내 사는 꼴이 보이는 거예요. 저는 조 선배보다 더하면 더했지 나을 게 없었어요. 가정도 꾸리지 않았고, 건강도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태였어요. 저도 선배처럼 시청률과 일의 덫에 허우적거리다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뜨고 마는 건 아닐까 싶어 정말 가슴이 콱 막히더군요.”

그는 건강이 좋지 않다. 1년째 약으로 버티고 있는 당뇨가 언제 합병증을 일으킬지 모른다. 두 달에 한 번씩 병원을 찾지만 의사는 “무조건 쉬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야단을 친다. 몸무게를 지금보다 15kg은 줄여야 하는데, 숨쉬기운동만 하는 그에게 다이어트도 여의치가 않다.

선배의 죽음 이후 ‘주몽’은 승승장구했다. 조기 종영이라는 초강수로 작가를 내친 방송사는 꽃바구니를 보내고 일찌감치 연장 방송을 검토했다. 시청률이 모든 것을 말하는 방송동네의 생리는 그렇듯 냉혹했다.

그러나 시청률이 높다고 작가가 마냥 즐거울 수는 없었다. ‘주몽’을 두고 역사 고증 문제와 연장방송으로 인해 느슨한 극의 전개, 허술한 전투신 등에 대해 드라마 게시판에 신랄한 비판이 쏟아졌다. 작가는 시청자의 지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베테랑이 될수록 이런 비판은 더 뼈아프다.



“고증 문제에 대해서는 별 자책감이 없어요. 역사가 없는 그 시대를 누가 철저하게 고증하고 진실 여부를 판가름하겠습니까. 저는 역사를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역사를 현재에 되살려내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 비판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극의 밀도가 떨어지고 긴장이 풀어졌다는 지적은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시청률이 높았던 것은 운이 좋았죠. 쉽고 단순하게, 그리고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드라마를 쓰자는 첫 기획의도가 먹혀든 것 같아 만족해요.”

작가의 한계도 있었지만 연출에서도 규모에 맞지 않은 전투신이나 연출로 욕을 먹었다. 그는 “연출력의 문제가 아니라 방송환경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주일에 두 편의 사극을 제작하는 일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에요. 한정된 제작비와 촉박한 방송일정에 맞춰 그만한 퀄리티의 작품을 내놓은 것은 제작진이 기적 같은 일을 해낸 겁니다. 방송환경 전체를 놓고 가할 비판이 ‘주몽’ 제작진에 쏟아지는 것은 가혹하죠.”

작가, 그 이상으로 산다는 것

그는 자주 담배에 불을 붙였다. 한 시간도 되지 않아 비벼 끈 꽁초가 반 갑 가까이 됐다. 보루째 사다놓은 담배꾸러미가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시간을 내 맘대로 쓸 수 없는 것이 가장 힘들어요. ‘주몽’ 연장 방송을 하면서 대본을 쓸 때도 힘들었지만, 지금처럼 힘들지는 않았어요. 괜히 욕심을 부린 것 같아요.”

왜 아니겠는가. 작품 하나에 매달려 있을 때에도 부단히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자학에 가까운 글쓰기를 하는 그가 요즘처럼 여러 작품에 매달려 시간을 쪼개 쓰는 일이 쉽지 않을 터다. 혼자 사는 오빠를 위해 일주일에 한두 번 들러 살림을 돌봐주는 막내 여동생이 그가 전화기에 매달린 사이 “거절을 못하는 성격이라 고생을 사서 해요”라며 측은한 눈길을 보낸다.

작가 최완규는 ‘홀몸’이 아니다. 그는 30명이 넘는 작가를 거느린 ‘에이스토리’의 대표를 맡고 있다. 미국식 작가 시스템을 동경해 만든 에이스토리는 그에게 감당하기 버거울 만큼의 일을 안겨주고 있다.

“2005년 회사를 설립해 3년째 실험을 하고 있어요. 전문성을 갖춘 ‘ER’이나 ‘24’ 등 미국 드라마는 십수 명의 작가가 붙어서 퀄리티 높은 드라마를 만들어내고 있잖아요. 전문 직업군(群)을 다룬 드라마를 작가 혼자서 만드는 시대는 갔습니다. 작품성 있는 연속극이나 대하 드라마라면 한 작가가 일관성을 가지고 가야겠지만, 전문성이 필요한 주간 단막극이나 미니시리즈는 미국식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최고의 흥행을 기록하는 드라마 작가가 독불장군 대신 한국 드라마에 발전적 모델을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시행착오로 치러야 하는 금전적, 정신적 손실이 생각보다 크다. 그는 드라마 작가의 저변이 넓지 않은 점과 공동창작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실정을 그 이유로 꼽았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파이’다. 많은 작가가 함께 일하면 한정된 집필료를 나눠 갖느라 배가 고파질 게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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