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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기자의 Face to Face ④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이영훈

“가진 자가 안 내놓는 게 문제 재벌이 자세 바꾸면 노사문제 풀려”

  • 조성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이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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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전경.

▼ 설교 준비는 어떻게 하십니까?

“목사의 삶은 곧 설교의 삶이라 할 정도로 모든 생활의 초점이 설교에 맞춰져 있습니다. 주일 설교가 끝남과 동시에 다음 주일 설교를 구상합니다. 늦어도 수요일까지는 윤곽을 잡고 목요일이나 금요일에 원고를 정리합니다. 거의 일주일 내내 설교 준비를 하는 셈이지요. 설교내용에 맞는 예화도 찾아야 하고 시사적 사건도 참고해야 합니다. 그래서 책방에 자주 갑니다. 기독교 서적뿐 아니라 신간서적과 시대 흐름을 알 수 있는 책들을 살펴봅니다. 성도들의 삶에 실제로 도움이 되고 변화를 일으키는 설교를 준비하기 위해섭니다.”

자신을 비우고 포기하는 게 열쇠

▼ 지난 주일 설교에서 마리아가 옥합을 깨트려 예수의 발에 비싼 향유를 쏟은 것을 나 자신의 모든 것을 깨트리고 내던지는 것으로 비유하셨는데, 단순한 듯하면서도 가슴에 와 닿더라고요.

“그게 가장 힘든 부분 같아요. 지금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정치·사회적 어려움도 다 각자의 자아나 아집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절대 양보하지 않는 습성이 한국사회에 깊이 뿌리박혀 있지요. 종교적 갈등도 인간의 아집에서 빚어지는 거죠. 그런 것들을 우리가 깨트려야 한다는 거죠. 옥합을 깨트려야 향유가 나오는 것처럼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이 자신을 내려놓고 깨트리면, 아집을 포기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명박 대통령도 지금 그 점이 가장 힘드실 것 같아요.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아 대통령이 됐지만, 지난 1년여 동안 겪었던 어려움을 보면 아집이 강한 것 같아요.”



▼ 이 대통령이 말이죠?

“모두가.(웃음)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 해결될 문제가 많거든요. 노사문제나 친이·친박 싸움이나. 그걸 기독교 신앙에서는 자신을 깨트려야 한다고 표현하는 것이고요. 자신을 비우고 포기하는 것이 모든 문제를 푸는 실마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마리아를 예수의 연인으로 보는 신학적 해석도 있던데요.

“성경엔 마리아가 많아요.”

▼ 설교 때 언급하신 마리아 말입니다.

“신앙 없는 사람들이 비약시켜 말하는 것입니다. 상상으로 만들어낸 얘기죠. 본질이 아닌 것에 매달리면 본질이 훼손돼요. 그냥 이런 일이 있었구나 하고 넘어가는 게 좋아요.”

일요일 예배 때 2층 한가운데에 앉았던 나는 TV 스크린을 통해 비친 그의 얼굴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인상이 비슷하고 화법과 말투도 흡사했다. 이에 대해 이 목사는 “그분이 달변 아니냐. 좋게 봐주신 것으로 알겠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내년 1월1일을 기점으로 23개 지교회 중 19개를 독립시킨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지교회는 여느 교회와 다르다. 재정과 인사·행정권이 본교회, 즉 여의도순복음교회에 귀속돼 있다.

이 목사는 지교회 독립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다.

“그간 한국 교회들이 개교회주의, 물량주의, 성장주의라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우리는 ‘사회 속으로 들어가는 교회가 돼야 한다’는 조용기 목사님 뜻을 받들어 교회를 나누고 신도를 분리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일은 한국교회 역사상 처음이에요. 몸집 불리기에만 힘을 써왔지 나누는 일은 없었거든요.”

전 교인 인준투표로 담임목사 결정

이 목사의 담임목사 취임은 순복음교회 역사뿐 아니라 한국 교회사(史)에서도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한국 교회 사상 처음으로 전 교인의 투표로 담임목사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당회에서 두 차례 투표로 결정한 후보에 대해 전 교인이 인준투표를 실시했다. 지교회 신도들은 위성을 통해 투표에 참여했다. 이 목사의 말이다.

“대형 교회들이 (담임목사) 세습이니 뭐니 해서 공격을 받아왔는데, 우리가 신선한 충격을 줬다고 봐요. 좋은 모델이 된 거죠. 물론 목사님의 자제분이 후임으로 임명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얘기는 아니고요. 그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데, 우리같이 큰 교회에서 모든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한 것은 굉장히 바람직한 일이었죠.”

▼ 순복음교회에 대해 한국교회 대형화의 상징으로 물량주의와 기복신앙의 대명사라는 비판이 제기돼왔는데요.

“기복신앙을 꼭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어요. 모든 사람에게 있는 보편적인 정서입니다. 문제는 그것이 어떻게 표출되느냐죠. 샤머니즘처럼 개인주의나 이기주의로 나타나느냐, 아니면 사회로 환원되는 사회복지의 형태를 띠느냐. 국민의 청교도정신으로 부강해진 미국은 어렵고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선교대국이 됐습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초기 교인들은 대체로 빈민층이었어요. 가난에서 벗어나 잘살아보겠다는 사람들이 교회에 와서 복을 받고 삶이 변화된 것입니다. 기복신앙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복을 받은 후 그것을 어떻게 사회로 환원하느냐가 중요한 거죠. 예수 믿고 복 받아 잘 살게 돼서 가난한 사람들을 섬기는 게 유럽이나 미국 기독교 정신의 근간입니다. 부를 추구하는 것 자체만 보기 때문에 왜곡된 면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성숙해가면서 탈피해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한겨레신문 김선주 논설위원은 ‘순복음교회 따라잡기’라는 칼럼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불광동 천변의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서 급성장한 순복음교회를 처음에는 이단시하던 우리나라 교회들은 너도나도 순복음교회 따라잡기에 나섰다. 신자를 모으면서 물질의 축복을 약속하고 교세를 확장해서 성전을 크게 지으면 그 큰 성전 속에 성령이 충만해진다는 환상을 교인들에게 심어준 것이다. 즉 교인들의 십일조로 물질의 축복을 충만하게 받은 교회들이 ‘이것 봐라, 너희들도 물질의 축복을 받을 것이다’라고 했기 때문이다.”(2008년 8월25일 한겨레신문)

이 목사에게 이 글을 읽어주고 의견을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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