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Interview

임인배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의 솔직 반론

“낙하산이 무슨 문제냐, 리더십과 능력이 문제지”

  •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임인배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의 솔직 반론

2/4
임인배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의 솔직 반론
우리 회사는 아무리 적자가 나도 나라에서 월급을 보장합니다. 그런데도 상급단체에 조합비의 상당부분을 납부하고 있더라고요. 그 규모가 꽤 큽니다. 그럴 필요가 뭐 있느냐는 거죠. 그런 문제의식에 동의하는 직원도 많고요.

물론 꼭 민주노총을 탈퇴할 필요는 없겠죠. 다만 회사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자는 겁니다. 저희가 요즘 연봉제를 도입하려고 협의하고 있습니다. 담당처장이 전국 사업소를 하나하나 돌면서 새로운 임금체계 안을 설명하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또 직원들 사기를 높이는 일도 같이 해야죠. 전기 관련 회사다보니 아무래도 한전이 미치는 영향이 꽤 큽니다. 한전 자회사로 잘못 알고 계신 국민도 많아요. 직원들에게도 알게 모르게 피해의식이 있고요. 심지어는 우리 회사 임원조차 한전에서 오는 경우가 많았어요. 이번에는 제가 못 받겠다고 잘라서 거절하고, 대신 내부승진으로 이사를 임명했습니다. 직원들에게 ‘나도 열심히 하면 임원 될 수 있다’는 동기를 부여하는 거죠.”

돈 벌려면 길은 많다

KESCO는 지난해 정규직원을 72명 선발했다. 당초에는 45명을 뽑을 예정이었지만 직원들의 성과상여금 일부를 돌리고 신입직원들의 연봉을 14% 줄여서 규모를 늘린 것. 하반기에는 간부직원들의 성과금 20%를 유보해 청년인턴을 채용하기도 했다. 정부가 강도 높게 추진하는 ‘일자리 나누기’와 ‘경영효율화’ 정책에 따른 조치들이다.



▼ ‘일자리 나누기’ 정책을 보면서 흔히 갖는 의구심이, 줄어든 임금으로 채용된 직원들의 월급은 앞으로도 계속 격차가 유지되는 건지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경제위기가 해소되면 그만큼 다시 인상해주는 거냐는 거죠.

“솔직히 말해 제가 보기에도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듭디다. 올해도 60명을 새로 채용할 계획인데, 마찬가지로 임금을 낮춘 상태로 뽑아야겠죠. 정부에서는 장기적으로 모든 공기업 직원의 임금을 그 정도 선으로 낮추겠다는 생각을 하는 듯한데, 그게 과연 될까 싶어요. 올해 1월1일부터 입사한 모든 공기업 직원은 위 기수에 비해 400만원씩 연봉이 적어요. 그렇다고 경기 회복 후에 원상 복구한 월급으로 직원을 뽑을 수도 없겠죠.

그렇다보니 최근 공기업들이 신입직원을 잘 안 뽑으려고 합니다. 아예 경기가 풀리고 나서 예전 임금으로 뽑는 게 편하겠다는 판단이겠죠. 300개 공기업 가운데 하반기 채용이 예정된 회사가 4개뿐이에요. 젊은 대졸자들이 갈 데가 없는 거예요. 저 개인적으로는 월급 액수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봐요. 마인드에 문제가 있는 직원들을 정리하고 어떻게든 수익을 만들어내는 게 더 중요하죠.”

▼ 반복되는 안전점검 업무를 하는 회사의 특성상 수익 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데요.

“그게 고정관념이에요. 발상을 바꾸면 길은 있습니다. 우선은 공공기관이나 일반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어서 전기안전 컨설팅을 제공하고 긴급출동 서비스를 해주는 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몇 해 전에 GS칼텍스 여수 공장에서 단 1초 동안의 정전으로 200억원 가까운 피해가 발생한 일이 있잖아요. 법적으로 강제된 안전점검은 3년 주기지만, 이렇게 한 번 정전으로 엄청난 손해를 보는 회사들로서는 저희한테 상시 안전점검을 받는 게 오히려 이득이죠. 인천국제공항부터 소방방재청, 문화재청 같은 기관들이 이미 협약을 맺었고 삼성정밀화학, 현대하이스코㈜, 이마트 같은 민간회사들도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해외에도 같은 방식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사실 국내시장은 이미 포화상태거든요. 건물이나 공장을 예전만큼 짓지 않으니까요. 제3세계 국가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나 현지 기업들의 시설을 점검해주는 겁니다. 오늘도 경기지사에서 중국에 사업이 있어 나간다는 보고가 올라왔습디다.

우리보다 기술수준이 못한 나라에 점검기술을 교육하고 전수하는 사업도 있습니다. KESCO의 기술력이 세계적인 수준이거든요. 제3세계 국가들 가운데는 전기가 하루에도 몇 차례씩 나가는 나라가 수두룩해요. 이게 단순히 우리 회사만을 위한 일이 아닌 것이, 베트남이나 몽골 같은 나라에 우리 기술을 전파하면 한국식 전기안전 표준이 그 나라 표준이 됩니다. 그러면 우리 민간기업들이 해당 국가 관련 사업에 진출하는 데도 아주 유리해지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나갈 때는 민간기업들이 자기 돈 들여서 함께 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해서 해외사업 부분에서만 지난해 20억원이 남았습니다. 전체적으로는 부채 600억원 중에서 200억원 가까이 갚았고요. 내년부터는 흑자가 날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첫인상처럼 거침이 없다. 정부의 일자리 늘리기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말은 평범한 공기업 CEO라면 하기 쉽지 않은 말이다. “장기적으로는 북한 진출도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니 더욱 그렇다. 의원 시절 방문한 평양의 전기설비 관리 수준이 엉망이었다는 것. “만약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우리가 그 대가로 원자력발전소를 지어줄 수도 있는데, 그러자면 먼저 낡은 송배전망부터 손봐야 한다”고 임 사장은 말했다. 동향 출신인 한전 김쌍수 사장과는 북한에 함께 진출해보자는 아이디어를 자주 나눈다는 이야기였다.

‘1초 경영’을 내놓은 이유

▼ 그렇다고 월급이 크게 늘어나는 것도 아닐 텐데, 직원들 입장에서는 도리어 부담스럽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 부분도 있지요. 전임 CEO 분들이 해외사업을 생각하고도 선뜻 나서지 못했던 게 그 때문이고요. 근로여건이 열악한 국가에 나가 몇 달씩 일하라고 하면 당장 직원들이 손을 들어버리죠. 곧 제도를 고칠 계획이긴 하지만, 지금은 별도 수당도 없어서 사장이 차나 한잔 대접하는 게 전부거든요. 그렇지만 공기업도 돈을 벌어야 합니다. 흑자가 나야 남는 돈으로 사회봉사도 하고 직원들 복지도 개선할 수 있지요.

사실 공기업이 해외에 진출하려는 경우가 많지 않아요. 공기업 CEO는 제아무리 좋은 일로도 언론에 안 나는 게 좋다고들 하잖아요. 가만히 있으면 임기 3년 채울 수 있는데 괜히 부산하게 굴다가 사고 터지면 단박에 날아간다는 거지요. (웃음) 제가 워낙 밀어붙이기를 좋아하는 성격이어서 이러는 걸 수도 있겠다 싶어요.

취임한 지 7개월쯤 됐을 때 제가 ‘1초 경영’이라는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공기업 CEO 안 했으면 아마 생각도 안 했을 테지만, (웃음) 어떻게 해야 300여 명이나 되는 공기업 사장 가운데 뭔가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낼지 고민하면서 전문가 자문을 구하다보니 나온 개념입니다.

2/4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목록 닫기

임인배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의 솔직 반론

댓글 창 닫기

2019/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