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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북한 주민 돕다 전 재산 날린 김정태<안동대마방직 회장>의 눈물

“북한은 무릎 꿇고 사죄하고, 정부는 바보 짓 그만하라”

  • 송홍근|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

북한 주민 돕다 전 재산 날린 김정태<안동대마방직 회장>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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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청진, 1998년 8월

나는 북한과 중국을 잇는 두만강 다리 중앙에 서 있었다. 빨간색 경계선 남쪽에 오른발을, 북쪽에 왼발을 디디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고 강변으로 되돌아오는데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소년이 눈에 들어왔다. 거지꼴을 하고 있었다. 소년의 손을 잡았다. 맥박이 느려 뛰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눈에 초점도 없었다. 배가 고파서 그런가 싶어 지갑에서 돈을 꺼냈다. 소년이 말했다.

“조선에서 왔어요.”

북한 사람을 본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몸집은 초등학생인데 나이가 열일곱이란다. 참혹하다는 낱말이 떠올랐다. 소년과 얘기를 더 하고 싶었다. 소년에게 중국 돈 200위안을 줬다. 이튿날 오후 3시 강변에 터 잡은 찻집에서 만나자고 말했다. 옷을 사 입으라고도 했다.



나는 숙소에 돌아왔으나 마음이 괴로웠다. 소년의 얼굴이 뇌리를 떠나지 않아 밤이 샐 때까지 잠을 자지 못했다. 저 아이도 행복할 권리가 있고, 사람답게 살 권리가 있는데, 장가는 가겠는가, 자식을 낳을 수 있겠는가, 그 체격으로 사람 구실이나 하겠는가, 북한에서 태어났다는 죄밖에 없지 않은가.

#평양, 2008년 8월

평양 동대원구 방직거리에서 평양대마방직 평양공장 준공식이 열렸다. 서울에서 전세기를 타고 250명이 날아왔다. 자주색 넥타이를 맨 은발의 노신사가 연단에 올랐다. 그는 “분단 60년사에서 남북 경제인이 힘을 합쳐 이룩한 민족의 쾌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설이 끝나자 300여 명의 군중이 박수를 쳤다. 노신사의 뺨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10년 세월이 주마등처럼 흘렀다.

평양대마방직은 한국과 북한이 함께 세운 1호 남북 합영기업, 노신사는 평양 진출 1호 한국 기업인. 그는 1968년부터 비단, 면을 짜 돈을 벌었다. 삼베 기술 특허로 ISO9001 인증을 획득했고, 섬유업계 최고 영예인 한국섬유대상(1999년)을 받았다. 2001년엔 신지식 특허인으로 선정됐다. 삼베 팬티를 최초로 개발한 이가 그다.

“나는 북한의 속살을 보았다”

고희(古稀)를 눈앞에 둔 김정태 안동대마방직 회장은, 쉰다섯의 혈기왕성한 사업가이던 1998년 8월 밤새 뒤척이면서도 소년과의 만남이 자신의 운명을 바꿔놓으리라는 걸 알지 못했다. 그는 말년에 자신의 모든 걸 북한에 쏟아 부었다. 평양공장 준공은 오랜 꿈이 열매 맺는 순간이었지만, 그날도 그는 웃지 못했다.

▼ 월청진엔 왜 간 건가요.

“1997년 여름, 뉴욕에서 전화가 걸려왔어요. 프란체스코수도회 소속 신부가 상의할 게 있으니 미국으로 와달라고 했습니다. 신부가 이렇게 말했어요. 미국 신문에 실린 북한 참상이 끔찍합니다. 사람이 굶어죽는 건 정말로 안타까운 일 아닙니까. 우리가 도와야 하지 않을까요. 북한 돕는 일에 참여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경북 안동이 고향인 그는 믿음이 독실하다.

북한 주민이 기근에 신음하는 건 알았지만 북한에 관심을 가질 까닭도,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북녘은 상식에 어긋난 다른 세상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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