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18일 미국 팰러앨토 페이스북 본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 마크 주커버그가 새 서비스 ‘플레이시스’를 소개하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그리스·로마 신화 읽기를 즐겼다. “지금 당신과 싸우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라(Now you know who you?re fighting).” ‘영화광’인 그는 그리스 신화 ‘일리아드’를 배경으로 한 영화 ‘트로이’의 대사를 즐겨 인용한다.
주커버그의 악동 기질이 본격 발휘된 것은 2학년 때인 2003년. 그는 친구들과 함께 페이스북의 전신인 페이스매시(facemash) 사이트를 하버드대 내에 개설했다. 학생들 사진을 올려놓고 누가 더 매력적인지 투표하도록 만든 사이트였다. 학생들의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사이트를 개설한 지 수시간 만에 450명의 학생이 몰려 2만2000여 회의 투표가 진행됐다. 모범생이나 답답한 책상물림은 시도할 수 없는, 아주 엉뚱한 장난이었다.
대학은 즉각 사이트 차단에 나섰다. 교내 홈페이지에서 다른 학생들의 사진을 무단으로 내려받아 사용한 것은 지적재산권 및 프라이버시 침해였다. 하버드대 교내 신문 ‘하버드 크림슨’은 페이스매시에 대해 “하버드대생의 가장 나쁜 면모와 영합했다(catering to the worst side of Harvard students)”고 보도했다. 투표가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다보니, 성차별주의 및 인종주의에 대한 비판도 거세게 제기됐다. 주커버그는 자진해서 해당 사이트를 폐쇄하며, 간신히 퇴학 위기를 모면했다.
이 사건은 2004년 2월 페이스북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하버드대 재학생을 온라인으로 연결한 이 사이트는 이용자가 각자의 사진과 프로필, 연락처를 남기며 인맥을 쌓도록 만들어졌다. 훗날 주커버그는 “페이스매시가 페이스북을 만드는 실마리를 제공했다”고 회상했다. 논란이 된 페이스매시의 기능을 없애고,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사진을 올리도록 유도해 지적재산권 침해 논란도 피한 것이다.
주커버그와 뜻을 함께한 이들은 기숙사 룸메이트인 크리스 휴즈(Chris Hughes)와 더스틴 모스코비츠(Dustin Mos-kovitz). 모스코비츠와 함께 경제학을 전공한 에두아르도 세이버린(Eduardo Saverin)도 여기에 가세했다. 주커버그와 같은 전공의 앤드루 매컬럼(Andrew McCollum)은 영화배우 알 파치노의 이미지를 차용한 로고 디자인을 맡았다. 하버드대 기숙사 중 하나인 커클랜드 하우스는 그들이 상상을 펼치는 ‘꿈의 공장’이었다.
풋내기 CEO의 탄생
페이스북은 하버드대는 물론 예일대, 컬럼비아대 스탠퍼드대 등으로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두 달 만에 미국 전역의 대학으로 가입자가 확산되는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단숨에 유명인사로 떠오른 주커버그는 2004년 6월 ‘하버드 크림슨’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난 아직 어린애죠. 쉽게 싫증을 내고, 컴퓨터에 미쳐 사니까요. 하지만 이 두 가지가 저를 움직이는 원동력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