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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괴짜들 18

익스트림 스포츠 마니아 김규만 한의사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며 살다가 물고기 밥으로 사라지고 싶다”

  • 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익스트림 스포츠 마니아 김규만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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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트림 스포츠 마니아 김규만 한의사

커다란 범선이 놓여 있는 김규만 원장의 진료실. 그는 늘 미지의 세계를 동경한다.

해발 2000~4000m 지대에 사는 라다크 사람들을 만난 일도 잊지 못한다. 김씨는 라이딩 하다 민가가 나오면 잠시 페달링을 멈추고 들어가 아픈 사람을 찾곤 했다. 한두 명 비뚤어진 뼈를 바로 잡아주고 침을 놓아주면 금세 마을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가장 빨리 효과를 보여줄 수 있는 건 요통, 각통, 슬통 같은 각종 통증 치료. 그에 따르면 몸의 중심인 골반이 틀어져 생긴 이런 통증은 ‘차고 치고 맞추는’ 치료로 금세 고칠 수 있다.

“이 치료법이 겉모습은 굉장히 폭력적이에요. 틀어진 뼈를 발로 막 차니까 사람들이 깜짝 놀라죠. 그런데 그렇게 한 5분만 바로잡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효과가 나타납니다. 골반이 똑바로 자리 잡으면 척추가 바로 서고, 상체 하체 몸 전체의 균형이 잡히거든요.”

방법은 ‘단순 무지’하지만 효과는 ‘지존’이라는 뜻에서 그는 이 치료법에 ‘단무지 교정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는 고산지대 사람들을 만나면 건강유지를 위한 보행법으로 ‘올리브 워킹’도 소개한다. 그에 따르면 바르게 걷기만 해도 관절 통증이 줄어들고 건강이 개선된다. 중요한 것은 어깨와 골반을 반대 방향으로 교차 회전시키면서 걷는 것. 올리브(all+live)라는 이름은 몸의 오장육부를 모두 살려준다는 의미에서 붙였다. 이 ‘트위스트 워킹’의 첫 단계는 척추를 축으로 삼아 어깨와 골반을 서로 반대 방향으로 반동시키며 걷는 것이다. 이때 몸속 장기들이 좌우로 수축과 확장을 반복해 신진대사가 원활해진다. 두 번째 단계는 상하로 쿵쿵거리며 걷거나 가볍게 뛰는 것이다. 이때 몸통 속 장기가 함께 흔들리면서 장기간 소통이 더욱 활발해진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체액이나 병리적인 담, 비계, 노폐물이 빠져나와 질병이 치료되고 체중이 줄어든다고 한다.

올리브, 단무지



극한 지역 여행을 통해 오지에 사는 이들에게 올리브, 단무지의 효과를 알려온 김씨는 1993년 동료 한의사들과 함께 의료 봉사 모임 ‘대한한방해외의료봉사단(KOMSTA)’을 만들고 초대 단장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의료 봉사 활동도 하고 있다. KOMSTA는 1993년부터 지난해까지 101번의 해외 의료 봉사를 했다. 김씨도 여건이 될 때마다 참여했다.

더불어 1년에 한 번씩은 보름씩 병원 문을 걸어 잠그고 극한의 세계로 뛰어든다. 예의 ‘마조히스트’ 발언이 나온 1800㎞ 티베트 종주,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타클라마칸 사막 종단에서 얻은 감동은 라다크에서의 그것에 부족하지 않다. 1300㎞ 여정 동안 힌두쿠시 산맥, 쿤룬 산맥, 카라코룸 산맥, 히말라야 산맥 등 4개의 거대 산맥을 지나야 하는 카라코룸 하이웨이(Karakorum Highway) 횡단도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

“그 고생을 했던 라다크에도 5년 뒤에 다시 갔어요. 첫 라이딩 때보다 더 긴 거리를 코스로 정해 달리고 왔죠. 고산지대 MTB 라이딩은 마약 같아요. 자꾸 더 큰 자극을 찾게 되니까요.”

여러 차례의 라이딩을 통해 그가 배운 건 해발 4000m 이상 고도에선 어차피 힘들 수밖에 없다는 것. 자전거 안장에서 오래 버티게 하는 힘은 꾸준한 페달질과 규칙적인 숨고르기뿐이라는 것이다. 심장이 터질 듯 괴로울 때는 “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모든 것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지난 것은 모두 그리워만 진다”는 푸슈킨의 시를 읊는다. 정말 그랬다. 어려움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지나고 나면 괴로움조차 그리워졌다.

至高以至孤而至苦已

‘고통의 극한에서 오는 희열’을 체험하기 위해 꼭 해외에 나가야 하는 건 아니다. 김씨가 꼽는 생애 가장 고통스러웠던 도전은 오히려 한국에서 이뤄졌다. 신세기를 앞둔 2000년 12월31일 열린 마라톤 대회 완주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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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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