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호

‘쿨’ 보수 자처하는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대기업 상생? 흉내만 내는 거지, 아직 멀었다”

  • 정현상 기자│doppelg@donga.com

    입력2011-06-22 15: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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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쿨’ 보수 자처하는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요즘 이명박 정부의 국가정책을 기획하는 미래기획위원회 곽승준 위원장의 대(對)대기업 발언 강도가 무척 세졌다. “대기업 법인세율 너무 낮다”(MBC 인터뷰), “국내 대기업이 정부 부처보다 더 관료적이고 단기 성과에만 급급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KB국민은행 강연) 등 기업의 변화를 촉구하는 발언을 간간이 흘려왔다. 곽 위원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6월9일 ‘신동아’와 만나서는 “대기업 상생, 아직 멀었다” “시어머니 하나 더 생기니 귀찮을 수 있겠지” “나눔 배려 기부, 대기업은 흉내만 낸다” 등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이런 그의 주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5월2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기업의 이윤 추구도 중요하지만 공익적 관점에서 생각해야 하고, 그럴 때 신뢰받는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로 시작했던 현 정부가 전에 없이 대기업 압박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모성자재구매대행 사업에 대한 대기업의 편법 재산 상속 제동(동아일보 5월29일자 인터뷰) 발언, 건설업계의 최저가 낙찰제, 공적 연기금 주주권 행사와 지배구조 선진화 촉구, 초과이익공유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청와대에선 의도적 대기업 압박설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의 불공정거래행위나 하도급 비리, 반(反)상생 행위 등의 사례를 조사하고 있음은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된다.

    기금 주주권 경영 투명화 목표

    MB정부가 상생을 위해 기업의 변화를 촉구하는 최전선에 ‘정책 브레인’ 곽승준 위원장이 서 있는 형국이다. 미래기획위원회는 외교·통일·국방, 신성장동력 등 새로운 경제, 교육 개혁을 비롯한 사회 개혁, 문화 콘텐츠, 미래 전략 등 5개 분과를 두고 있다. 곽 위원장은 각 분과의 외부 전문가그룹의 정책자문도 받고 있다.



    특히 요즘 곽 위원장이 강조하는 연기금 주주권 행사의 진의와 시행 여부 등에 대해 국민의 관심이 높다. 국민연금의 경우 55조원을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데, 139개 기업에서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 연기금 주주권 행사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주주권 행사의 목표는 기업 경영을 투명하게 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며, 기업 가치를 올리자는 겁니다. 그렇죠, 그게 아니면 하지 말아야죠. 캐나다 싱가포르 미국 유럽 등 수많은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입니다.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를 통해 기업 가치가 오른 사례는 무척 많아요. 기업 가치를 올리기 위해 하는 거니까 반대결과가 나온다면 하기 힘들죠.”

    ▼ 연기금 주주권 행사의 근거는 무엇인지요?

    “국가재정법, 상법 등을 근거로 해 연기금의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기업 경영을 견제하고 투명하게 하자는 겁니다. 정부는 기업의 이익을 더 크게 내서 연금이 고갈되지 않도록 하고, 기업은 또 이익을 더 많이 내 주주에게 이익이 돌아가게 하자는 겁니다. 상충되지 않고, 윈윈(win-win)할 수 있어요.”

    ▼ 구체적으로 어느 기업에 대해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거죠?

    “모든 대기업을 다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포커스 리스트에 오른 기업에 대해서만 해요. 주주권 행사가 필요하겠다 싶은 기업만 해요. 그건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알아서 할 겁니다. 또 매년 그 대상 기업도 달라집니다. 내년 3월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구체적으로 실행할 겁니다. 국민연금이 차근차근 준비해왔거든요. 거기서 상세한 것을 할 겁니다. 미래기획위는 이 사안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기획할 뿐입니다. 화두를 던진 거죠.”

    ▼ 구체적으로 권리는 누가 행사하게 되나요? 대리인이 관료 출신이 될 경우 관치논란이 일 수 있는데요.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영본부에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관치논란이 있어서 주주 의결권행사위원회를 민간 중심으로 만들자고 한나라당 정책위원회에서 제안한 적이 있습니다. 여의도 금융전문가들이 들어가는 거지, 과천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이 들어가면 안 되죠. 지배구조펀드 등으로 아웃소싱하는 얘기까지 나와요. 아웃소싱하면 그 권리를 위탁받은 곳에서 주주권 을 행사하게 됩니다.”

    ▼ 왜 그동안 공적연기금의 주주권을 행사하지 못했습니까?

    “우리나라 주주들이 얼마나 권리가 있는 건지 잘 모르고 있었던 거 아닌가 싶습니다. 홍보가 잘 안돼 있었던 거지요. 이 문제를 제기한 뒤 언젠가 광화문의 한 ‘부대찌개’ 식당에 갔는데요. 그곳 주인아주머니가 ‘벌이도 시원치 않은데 강제로 국민연금 내라고 해서 내고 있다. 연금이 고갈될 수 있다는 얘기도 있으니 그런 권한이 있으면 행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얘기하는 것을 보고 대국민 홍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대기업의 힘이 워낙 세니까 주주권을 감히 행사하지 못한 거죠. 2008년에도 주주권 행사 방안이 논의됐는데 관치논란 때문에 진행시키지 못했어요. 그래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내서 기금운용본부를 독립시키는 안이 나온 겁니다. 국민의 70%가 지지하는 사안이고, 모든 국민의 이해관계가 달린 것이니까 꼭 해야 합니다.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의 핵심이고, 법에 규정돼 있는데, 못할 이유가 없죠.”

    기업들의 불안감

    기업들은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대한상의의 최근 기업 대상 여론조사에서 65.5%가 반대의견을 냈고, 34.5%가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 기업에서는 경영권 간섭이라고 주장하는 분위기가 있는데요.

    “연간 주주총회 1회, 월례 이사회 등에서 발언하고, 약간의 감시가 있을 수 있겠지요. 그리고 장기투자를 강조할 겁니다. 경영권을 간섭할 권한도 없고 그렇게 될 수도 없습니다. 물론 시어머니 하나 더 생기니 귀찮을 수는 있겠죠.”

    ▼ 왜 지금 상황에서 연기금 주주권 행사를 주장하는지요?

    “자본주의는 항상 진화해왔어요. 국내외에서 이병철 정주영 카네기 록펠러 같은 창업자가 경제를 이끌던 때가 있었습니다. 창업자 자본주의 시대죠. 그 이후는 전문경영인 자본주의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여러 가지 폐단이 나타났어요. 특히 정부보다 더한 관료주의로 빠졌어요. 그래서 1970년대 경제학 교과서에 경영자 재량가설, 참호가설이라는 게 등장합니다. 경영자가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보다 자신의 직위 보호 및 효용을 극대화하는 데만 매달린다는 겁니다. 요즘 그런 전문 경영자들이 단기 성과에만 집착하다 보니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도 부차적인 문제가 되는 겁니다. 당해에 보너스 많이 받고 효용 극대화에만 집착하려 합니다. 다음 시대가 펀드자본주의입니다. 펀드는 기업을 감시하면서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올리려 합니다. 펀드는 혈액 같은 역할을 해서 경영을 투명하게 만드는 특징이 있어요. 특정한 분야에 투자를 많이 하면 활력소도 되고, 견제와 감시를 통해 투명을 강조하게 됩니다. 이것이 선진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핵심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제대로 된 펀드자본주의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 경영자 자본주의의 이점도 있는 것 아닌가요?

    “경영자 자본주의는 효율성 개선에 아주 좋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창업자를 도와주거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며,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만드는 데는 부적합해요. 장기적인 전망을 하지 못한다는 단점도 있고요.”

    ▼ 산업생태계가 뭐죠?

    “이제는 실리콘밸리와 대한민국 생태계가 경쟁하는 시대이지, 개별 기업끼리 경쟁하는 시대가 아닙니다. 애플과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을 두고 주도권 다툼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앱 개발, 콘텐츠, 오퍼레이팅 시스템 등 산업 생태계간의 경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진화된 자본주의에 빨리 따라가는 쪽은 계속 앞서갈 수 있어요. 전체적으로 우리 경제가 과점화돼 있고,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템이 등장하지 못하고, 정체돼 있습니다. 연기금 주주권이 그런 것을 촉발하는 데 제일 효율적이에요. 연기금은 10년을 내다보고 투자하니까요.”

    기업이 더 세다

    ▼ 미국 정책연구소(Institute for Policy Studies)에 따르면 이미 2000년에 전세계적으로 100대 경제체(economic entities) 가운데 기업이 51개, 국가가 49개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업의 힘이 그만큼 커졌습니다. 한국에서는 국가가 힘이 더 셉니까, 기업이 더 셉니까?

    “기업의 힘이 훨씬 더 큽니다. 시장보다 강한 정부 없어요. 정부가 시장과 부딪쳐서 이길 순 없어요. 그건 자본주의 핵심입니다. 우리나라는 특히 기업의 힘이 커요. 정부는 경직성 예산 빼고 10조원 정도 운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 기업의 1·4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이 넘는 곳이 있어요. 기업의 힘이 얼마나 센지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쿨’ 보수 자처하는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미래기획위원회 곽승준 위원장(맨 왼쪽)이 5월19일 연기금 문제로 한나라당 이주영 정책위원장(맨 오른쪽)을 방문해 재벌에 대한 주주권 행사 방법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 힘이 커진 만큼 그 역할도 커진 건가요?

    “큰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것이 기업이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길이에요. 요즘 마이크로 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KIPP(Knowledge Is Power Program)를 통해 미국의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학교 선생들에게 투자해서 교육의 질을 높이고, 그렇게 해서 미국 사회에 공헌하게 하려는 취지입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도 개인 재산의 절반을 기부했어요. 민간 기업도 사회공동체 안에서 자사의 존속 여부가 결정됩니다. 당연히 시장의 공익적 기능이 중요해지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선진화된 자본주의입니다.”

    ▼ 국내에서도 자기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는 기업인이 나올까요?

    “좋은 일을 통해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것이 본인도 살리고 산업 생태계도 살리는 일입니다. 모든 사회 구성원이 여기에 공감하고 있잖아요.”

    ▼ 요즘 자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동반성장을 약속하는 대기업이 많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중소기업 탈취, 하도급 비리 등 만성적인 불공정 현상들이 있습니다.

    “특정 산업에서 하나의 기업이 90%를 장악하고 있고, 수만 개 기업이 나머지 10%를 나눠 먹는 상황은 건전한 자본주의 생태계라고 할 수 없어요. 그래서 동반성장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가난한 어느 시골집에서 부모가 큰형을 뒷바라지하느라 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못했다면,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직장을 잡은 큰형이 이제 동생들에게 공부도 시키고 용돈도 줘야지 나 몰라라 해서 되겠어요? 선진 자본주의 사회에선 능력이 있으면 펀드나 에인절투자자의 도움을 받아서 비즈니스를 해나갈 수 있어야 해요.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왜 컸을까요? 그곳에선 실패에 대한 페널티가 별로 없어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으면 그것을 비즈니스로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실패하는 것에 별로 가혹하지 않아요. 그러데 우리나라에선 한번 실패하면 재기하기가 너무 힘듭니다.”

    ▼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제기한 추가이익공유제에 대해선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요?

    “당장 시행하기는 어렵겠지만, 그 논쟁 때문에 동반성장의 취지가 훼손돼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기업 역할 달라져야

    ▼ MB정부와 대기업의 동거가 깨지고 있다는 분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내에서 이제껏 현 정부만큼 ‘기업 프렌들리(friendly·친화적)’한 정부가 없었어요. 대기업들의 이익이 얼마나 늘었는지, 부채비율이 얼마나 줄었는지 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법인세 감면도 있었고요. 그런 혜택을 받았으면 기업이 진화된 자본주의에서 어떻게 자기 역할이 달라지는지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냉전시대 체제 경쟁을 할 때는 기업에 이윤 극대화가 지상 가치였습니다. 그러나 선진 자본주의에선 사회적 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서 기업이 어떻게 지속가능할지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 대기업이 장기 전략을 갖기 어렵다고 지적했는데, 그것은 그만큼 기업 현실이 녹록지 않기 때문 아닐까요? 동반성장, 펀드자본주의, 지배구조 선진화도 기업 입장에서 보면 관행을 바꿔야 하니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을 듯합니다. 이상적인 이야기라는 얘기도 있고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입니다. 대외 환경은 바뀌었는데 기업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경제가 활력이 없고 침체되는 겁니다. 공동체로부터 존경도 받지 못하고요. 저는 그것이 바로 1, 2년 단기적 성과를 중시하는 경영자 자본주의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경제에서 메모리반도체나 자동차, 조선 등 30년 전에 만들어둔 산업 아이템의 효율성은 아주 좋습니다. 그러나 스마트 시대에 우리가 앞서는 게 뭐가 있습니까. 아이폰에 밀리고, IT 강국이라고 했는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도 빼앗겼어요. 새로운 기업, 새로운 챔피언이 계속 나와야 하는데 10년 사이 그런 사례가 몇이나 됩니까?”

    ▼ 우리나라의 사회적 자본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사회적 협력과 거래를 활성화하는 신뢰나 규범의 수준도 뒤떨어지는 것 아닌가요?

    “민간 부문이 커지고 정부의 힘이 작아지면서 민간이나 시장의 공익적 기능이 점점 강조되고 있어요. 그래야 건전한 사회가 되고, 화두가 되는 사회 양극화 해소가 가능해집니다. 강한 선진국, 진화된 자본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게 중산층이에요. 양극화한다는 것은 중산층이 점점 없어져간다는 거잖아요. 따라서 사회적 투자를 통해 강한 중산층을 만들 수 있습니다. 강한 중산층은 기업 쪽에서 보면 바로 소비자입니다. 소비자를 많이 만드는 것이 강한 경제구조입니다. 과거에는 이걸 전부 정부가 다 만드는 것으로 생각했어요. 정부 주도형 경제에서는 그랬어요.

    그러나 지금은 우리를 포함해 선진국들이 다 민간주도형 아닙니까. 정부가 작아졌기 때문에 민간의 사회적 투자가 중요해진 겁니다. 사회적 투자와 자본을 높이기 위해 산업생태계, 동반성장, 소통, 공동체 같은 가치가 중요해졌어요. 우리 사회는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압축적으로 빠른 시일에 이뤘기 때문에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지도층의 도덕적 의무)가 발전하지 못했어요. 사회에 공헌하고, 세금 내는 이들, 일자리 창출하고 투자하는 이들이 존경받는 분위기도 없었고요. 이제 사회 분위기가 바뀌어야 합니다.”

    내년 사회적 기업 1000개로

    ▼ 미래기획위원회에서 사회적 기업 육성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 성과와 전망을 어떻게 보십니까?

    “2007년 사회적기업법이 통과됐고, 2009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됐습니다. 미래기획위원회가 이 이슈를 처음 제기했지요. 당시 사회적 기업을 두고 반자본주의적인 거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는데 이 사업은 능동적 복지, 생산적 복지의 한 형태입니다. 사회적 약자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려는 게 사회적 기업의 일차적 목적이니까요. 특히 박재완 장관이 사회적 기업진흥원을 만들어 이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올해 5월 현재 사회적 기업은 모두 536개입니다. 사회적 기업진흥원은 청년사업가 1600명도 양성하고 있고요. 여기에 관심을 가진 대기업도 많아지고 있어서 이 분야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2012년까지 1000개, 2020년까지 5000개의 사회적 기업을 만들 계획입니다.”

    ▼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기업의 세금부담률이 일본의 절반 수준이라고 지적했는데요.

    “대기업 법인세가 많다 적다를 떠나서 우리의 실효법인세를 따져봐야 해요. 경제 운용에서 가장 중요한 게 일자리 창출입니다. 그런데 세제구조를 보면 일자리를 없애는 쪽으로 돼 있어요. 올해 말 폐지될 예정인 임시투자세액공제(이하 임투세)가 대표적인데요. 임투세를 통해 설비투자가 싸지니까 이를 늘리고, 고용은 줄이는 겁니다. 설비로 비싼 노동력을 대체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거지요. 만약 우리가 청년 일자리 창출이 목표라고 하면 세액공제를 하고 인센티브를 줄 때 고용 창출 세액공제로 가야 합니다.”

    임투세 공제는 기업의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밖 설비투자에 투자액의 4~5%를 법인세액에서 공제해주는 제도로, 1968년 도입된 대표적인 투자지원책이다. 그러나 대한상공회의소는 국회 기획재정부 등에 건의한 세제개선 100대 과제 건의문에서 임투세가 없어지면 기업은 투자 여력을 잃고, 투자의 세후 기대수익률이 낮아져 투자가 축소된다며 이를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부는 자기 돈으로 해야

    ▼ 미래기획위가 사교육비 경감방안을 내놓는 등 교육정책에 대해서도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요. 요즘 논란이 되는 반값 대학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해법을 갖고 있습니까.

    “대학 등록금 1000만원 시대입니다. 가계수입지출 구조를 살펴보면 우리 중산층이 대학 등록금을 부담하기가 어려운 구조입니다. 그만큼 가계에서 중요한 항목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우선 국가재정을 살펴봐야 해요. 우선순위를 재조정해서 어느 부분을 늘리고 줄일 것인지 생각해봐야 할 겁니다. 저는 우선 교육교부금을 조정할 수 있다고 봅니다. 초중고 학생수는 꾸준히 줄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교육교부금은 꾸준히 늘고 있어요. 현재 이 예산이 약 23조원대입니다. 여기서 몇 조원을 뺄 수 있을 겁니다. 둘째 대학 구조조정은 필연적입니다. 현재 68만명이 고교를 졸업해서 60만명이 대학에 들어갑니다. 앞으로 7, 8년 뒤엔 39만명이 고교를 졸업하고, 30만명이 대학에 진학할 것으로 보입니다. 구조조정은 필연이에요.”

    ▼ 대학 구조조정은 정부가 나서서 할 수 있나요?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조건 등을 따져 할 수 있을 겁니다.”

    ▼ 지금 우리의 사회 문제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습니까?

    “현재 우리나라는 중산층이 줄어들어 양극화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미래기획위는 ‘휴먼 뉴딜’을 내세우면서 ‘서민을 따뜻하게 중산층을 두텁게’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습니다. 가계지출 줄이기 차원에서 사교육과의 전쟁을 시작했고, 주거비 통신비 줄이기, 등록금 줄이기도 해왔습니다. 둘째 가계 수입을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동반성장, 사회적 기업 등의 정책을 펴왔습니다. 셋째 중산층이 서민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사회안전망 구축을 강조해왔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에는 한계가 있어요. 사회가 다양화하는 상황에서 서로 이해하고 공동체 의식을 가져야 해요. 그러려면 나눔 배려 기부를 해야 해요. 이것이 자본주의 핵심이요, 꽃입니다.”

    ▼ 나눔 배려 기부를 어느 정도 해야 하나요?

    “정해진 한도는 없죠.”

    ▼ 대기업도 나눔 배려 기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대기업은 안 해요. 보세요. 대기업 오너가 자기 돈으로 나눔 배려 기부하는 거 봤어요? 없을 걸요? 없어. 회삿돈으로 하는 거지.”

    ▼ 자기 돈으로 해야 한다고요?

    “버핏은 자기 돈의 반을 기부하잖아요. 사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도 있긴 해요. 기부할 수 있는 체제가 갖춰지지 않았다고도 해요. 그래도 자기 돈으로 기부하는 이가 많지 않아요. 한다고 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 자기 돈으로 하는 게 왜 중요하죠? 기업운영으로 돈 벌어서 기부하는 것도 좋은 일 아닌가요.

    “그건 기업 돈이죠. 그 돈이 주주에게 갈 수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 갈 수도 있죠. 기부는 자기 돈으로 해야죠.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이나 다 자기 돈으로 해요. 기업과 개인은 다른 거죠. 우리 기업의 지배구조가 좋지 않다는 말이 그래서 나오는 겁니다.”

    ▼ 기업이 사회공헌팀이나 CSR팀을 두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움직임도 있는데요.

    “회사 차원에서 움직이는 것도 약해요. 흉내만 내는 거지. 미래 소비자를 길러내는 투자라고 생각하지 않고, 낭비라고 보는 거죠. 기부해서 존경받고 하려면 정말 자기 돈으로 해야 합니다.”

    변화와 개혁 원하는 게 보수

    언제부턴가 곽 위원장은 ‘쿨’ 보수론을 내세우고 있다. ‘쿨(cool)’은 영어로 ‘멋진, 시원한’ 등의 의미를 갖고 있다. 변화와 개혁을 원하는 보수라서 기득권을 지키려는 ‘따분한’ 보수와는 구별된다는 것이다.

    “요즘 20~40대 만나보면 이념에 매여 있지 않아요. 자기가 원래 보수 성향이어도 싫어하는 사람이 ‘보수’라고 하면 자기는 ‘진보’라고 해요. 또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이 ‘진보’라고 하면 자기는 ‘보수’라고 해요. 실용적인 쿨 보수입니다. 보수의 특징은 변화와 개혁입니다. 이들 세대는 그것을 원해요.”

    ▼ 변화와 개혁은 진보의 특징 아닌가요?

    “그렇지 않아요. 보수의 핵심가치가 변화와 개혁입니다. 진보는 변화하지 않고 주변부에 있는 거죠. 요즘 쿨 보수는 개인주의적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자기 스펙(spec·경험과 외국어점수 등)을 키우는 게 사회공헌이라고 생각해요. 수구가 아니라 변화와 개혁을 통한 체제진화를 원해요. 변화를 진보가 싫어해요. 북한 군부가 가장 바뀌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보수는 기존 체제를 지켜내려고 해요. 그러려면 내부개혁과 변화를 꾸준히 해야 해요. 자본주의가 꾸준히 진화하듯이.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보수의 논리라고 볼 수 있어요.”

    ▼ 일반적 관념은 진보가 더 변화를 갈망하고 개혁을 원하는 것인데요.

    “잘못된 겁니다. 체제를 부정하는 것이 진보 쪽이죠.”

    ▼ 체제 부정이나 비판을 통해서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지향하는 것이 진보 아닌가요?

    “제대로 된 보수의 모습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갖는 겁니다. ‘쿨’ 보수를 통해 제대로 된 보수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라는 기본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선 체제가 진화해야 합니다. 그래서 내부 개혁이 필요한 겁니다. 그걸 못하니 체제를 부정하는 변화의 움직임이 살아났던 겁니다.

    과거처럼 자기 기득권을 지키려는 그런 보수가 돼선 안 됩니다. 변화와 개혁을 추구하는 진정한 쿨 보수가 돼야 해요. 왕정을 무너뜨리고 봉건제도를 타파한 것도 보수당이었어요. 근대를 깨고 현대로 나아간 것도 보수입니다. 보수가 변화와 개혁이라는 핵심 가치를 실현하지 못할 때 체제부정이라는 급진적 성향이 부각되고, 사회를 망가뜨리게 됩니다.”

    ▼ 지금 누가 쿨 보수고, 누가 따분한 보수입니까.

    “나는 쿨 보수지, 하하.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변화와 개혁을 계속 부르짖고 있으니까. 그런데 그렇게 잴 필요 없이 우리(미래기획위)가 화두를 제시하는 겁니다. 따분한 보수는 기득권에 안주하는 그룹, 복지를 포퓰리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변화와 개혁을 싫어하는 사람.”

    한나라당 노선투쟁 더 해야

    ▼ 변화와 개혁을 얘기하는 것은 그동안 잘못된 것이 있었다는 건데요.

    “과거의 시장경제 틀에 박혀 있는 것이 바로 따분한 보수예요. 자본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그 안에 뿌리박고 있는 기업도 진화해야 해요.”

    ▼ 지금 한나라당이 제 길을 가고 있나요?

    “요즘 한나라당이 벌이고 있는 노선 투쟁은 굉장히 바람직하다고 봐요. 그런 노선투쟁은 좀 더 해야 한다고 봐요. 그래야 20, 30대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어요. 보수의 특성을 갖고 있는 그들의 지지를.”

    ▼ 복지 논쟁에서 ‘쿨 보수’는 어떤 입장인가요?

    “지금 선택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가 싸우고 있어요. 그런데 쿨 보수는 쉽게 얘기해요. 비용 안에서 두 가지를 섞어야 한다는 거죠. 예컨대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라면 고학력자나 돈 많은 이도 아이 낳게 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이럴 땐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봐야 하고요. 반값 아파트? 왜 돈 많은 사람에게 그것을 줘야 합니까. 이런 문제는 선택적 복지로 가야 하는 거지요. 쿨 보수는 실용적으로 생각해요. 과거의 이념적 논쟁은 하지 않으려 해요. 복지는 포퓰리즘이라고 하는데, 감당 가능한 비용 안에서 그거 해야지요. 국가의 역할은 시장경제에서 도태되는 이를 보듬는 거예요. 나머지는 시장 경제가 다 해결해야 하고. 쿨 보수주의자는 복지가 왜 포퓰리즘이냐고 묻습니다.”

    ▼ 왜 지금 시점에 쿨 보수론을 제기합니까? 한나라당 재집권을 위한 건가요?

    “세대의 변화에 대해 정치권과 지식층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요. 한나라당 소장파는 진정한 변화와 개혁을 원한다면 쿨한 보수의 길에 동참해야 합니다. 이를 철학적으로 발전시키고 콘텐츠를 풍부하게 해야 합니다. 정치 집단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면 아무런 힘이 없어요. 지금 한나라당의 노선투쟁은 좋은데 너무 이벤트성이고, 아이템 하나 잡고 누가 더 맞는 해법을 내는지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실망스럽습니다. 개인 업적을 높이기 위해 애쓸 때가 아닙니다. 따분한 보수를 제압하고 정체성을 잡고 변화하는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강한 정치가 필요한 때입니다. 유권자는 준비가 돼 있는데 정당은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곽 위원장은 내년 대선 기간에도 보수의 정체성에 대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고, 논의의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듯 보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의 쿨 보수론에 대해 어느 정도 동감하고 있는지에 대해 묻자 그는 돌려 답했다.

    “2007년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후보 정책분과 간사로 있을 때 주요 주제에 대해 워크숍을 꾸준히 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대통령은 따뜻한 시장경제를 지향하고 있지요. 대통령은 정부의 역할은 잘나가는 사람을 더 잘나가게 하는 게 아니라 시장경제에서 도태되거나 사회약자를 보듬어서 다시 시장경제 안으로 편입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무렵 복지를 주제로 한 어느 간담회 자리가 기억납니다. 한 관료 출신 인사가 ‘복지는 예산이 많이 들어가서 골치 아프다’는 반응을 보이자 대통령께서 ‘우리가 정권 잡으려는 이유가 뭐냐. 가난한 자, 소외된 자를 보듬는 게 정권 잡는 이유다. 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MB가 추구했던 바로 그런 변화와 개혁론이 ‘쿨’ 보수와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 내년 선거까지 1년 6개월쯤 남았는데요. 그 기간에 미래기획위는 어떤 활동을 이어갈 계획입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동안 기획한 일들을 잘 마무리하는 것입니다. 좋은 가치는 다음 정부에 넘겨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서민을 따뜻하게 중산층을 두텁게’라는 슬로건은 반드시 계속돼야 합니다. 그래야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습니다. 중산층의 확대는 곧 납세자와 소비자를 만드는 길이고, 건전한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로 가는 길입니다. 여기에 초점을 맞추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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