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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진 기자의 藝人 탐구 ⑧

임권택

“칸에서 작품상 기대했다가 감독상 받고 맥 빠졌지”

  • 한상진 기자│greenfish@donga.com

임권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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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잘 안되면 잠 못 자고 그러세요?

“흥행 면에서 성과 없이 지나간 영화들이 하도 많아서, 이젠 조금 면역이 됐다고 할까.”

▼ 근데 이번 영화는 영화가 아니라 다큐멘터리 같았어요. 공예품의 재료로 쓰이는 한지, 한지 위에 그려진 한국화와 서예글씨 같은 게 영화 곳곳에서 롱테이크로 보여지잖아요. 영화적인 긴장감을 떨어뜨리면서까지.

“예, 맞아요. 그런데 기록영화라는 것을 강조하다보니, 한지의 세계가 허구가 아니라는 걸 강조하다보니 다큐같이 만들 수밖에 없었어요. 왜냐면, 사람들이 믿어줘야 되니까, 우리만 (한지가) 막 좋다고 해봐야 소용없으니까.”

▼ 한지 공부도 많이 하신 것 같던데요.



“한 1년 반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취재하고 공부했지요.”

▼ 주로 어딜 다니셨어요?

“전주도 가고 서울, 안동 그런 데 다 다녔는데, 우리 한지의 세계가 워낙 넓어요. 서예나 그림뿐만 아니고 우리 생활 문화 안에서, 그 옛날 중국 같은 데서 그렇게 칭찬하고 수입하려고 했다잖아요. 한지가 어떤 것인지를 알리는 데 목적을 뒀어요.”

▼ 근데 왜 하필이면 한지예요? 우리 고유의 문화라면 도자기도 있고, 영상으로 담기에 훨씬 더 아름다운 문화가 많은데….

“솔직히 처음에는 누가 ‘한지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면 어떻겠냐’고 권유해서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근데 취재하면서 한지에 빠져들었어요. 안타까운 건 한지를 만드는 사람들이 아무 의욕도 없이 산다는 점이에요. 옛 조상들이 만든 것과 같은 좋은 종이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하나도 없어요. 이유는 간단해요. 좋은 한지는 가령 한 장에 10만원은 받아야 하는데, 실제로는 1만원, 많아야 2만원밖에 못 받거든요. 취재하면서 ‘아, 내가 수렁으로 들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지요.”

▼ 수렁에 빠졌다?

“예.”

▼ 이 영화에는 감독님의 아들도 출연했죠. 어떠셨어요. 건달 비슷한 역이 어울리던데….

임 감독의 둘째아들 동재(예명 권현상)씨는 이번 영화에 한지 만드는 장인의 아들이자 ‘졸라’를 입에 달고 사는 건달 역으로 잠깐 얼굴을 비췄다. 건들거리는 연기가 제법 볼만했다.

“그럼 다행이지. 걔는 뭘 잘하는가 난 모르겠고, 통 내가 관심을 안 보이다가 언제 한 번 ‘너, 연기자가 될래?’ 하니까 ‘그렇다’는 거예요. 근데 무슨 꽃미남 역할이 아니고 카리스마가 있는 악역을 하고 싶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렇게 그 얘기를 들으면서 보니까, 아닌 게 아니라 이놈 눈이 굉장히 세거든요. 그래서 눈이 그렇게 세다면 악역은 혹시 모르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건 잘 생각한 거 같다’ 그랬지.”

▼ 가능성이 좀 보였어요?

“걔한테 그랬어요. ‘네 아버지가 감독이지만 조금도 도와줄 수가 없다’고. 왜냐면 다른 감독과 달라서 나는 거의 모든 영화인과 다 일을 해 왔고, 내가 여기까지 온 데는 정말 모든 영화인의 힘이 있었는데, 너를 내 자식이라고 무슨 좋은 역할에 데뷔시키면 사람들이 얼마나 실망하겠냐고. 그러니까 걔도 ‘아버지 도움 받을 생각은 전혀 없다’고 그러는 거야. 그러더니 이놈이 성도 권씨로 바꾸고, 처음에는 나도 어리둥절했는데 생각해보니 ‘저놈 의지가 확실하구나’ 싶어서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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