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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관료제, 행정편의에 빠진 공무원은 나가라”

‘행복지수 1위’ 진익철 서초구청장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관료제, 행정편의에 빠진 공무원은 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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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장과 구민은 활과 화살

▼ 그래서요?

“다행히 하천이 범람하지 않았어요. 문제는 말이죠, 낙뢰방지기를 설치할 생각도, 집중호우 등 기후변화에 따라 매뉴얼을 새로 바꿀 생각도 하지 않은 겁니다. 구청 담당자도 잘 몰라요. 이래서 되겠습니까?”

구청 담당자는 “그 일이 있은 후 제어용 낙뢰방지기로 교체했고 상주 직원도 3명으로 늘렸다”고 했다. 펌프장 건물에 직접 낙뢰를 맞으면 피뢰침으로 예방이 가능하지만, 전원선이나 통신선을 통해 뇌전류(雷電流)가 들어오면 속수무책이라고 한다.

▼ 마침 빗물펌프장에 가셨네요.



“염보현, 고건 서울시장의 수행비서를 했는데, 그분들이 비만 오면 가는 곳이 펌프장입니다. 뭘 해야 하는지, 뭘 짚어야 하는지 아는 분들이었어요.”

▼ 최근 우면산 산사태 원인을 놓고 목소리를 높였죠?

“복구 현장을 방문했으면 현장을 꼼꼼히 살펴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요? 그래서 마이크를 잡았죠.”

지난해 7월 폭우로 16명이 숨진 우면산 산사태. 사고 원인을 놓고 논란은 여전하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사고 원인을 천재(天災)로 규정한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비판이 일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보강 조사를 지시해 민관합동 TF팀이 재조사에 나섰다. 박 시장은 6월 1일 우면산 산사태 복구현장을 찾아 복구 진척 상황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이때 현장에 있던 진 구청장은 “시장님의 눈을 멀게 하는 시 간부들이 있다. 시장이 서초터널을 직접 방문해보면 발파가 산사태 원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시 간부 누구도 터널 방문을 건의하는 사람이 없다”고 쏘아붙였다.

▼ ‘시장 눈을 멀게 한다’는 말은 어떤 의미였나요?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공사를 하면서 우면산을 관통하는 서초터널을 만들고 있어요. 물론 폭우가 1차 원인이겠지만 다이너마이트 발파작업도 영향을 주었을 거라고 봐요. 그래서 시장이 서초터널 공사 현장을 가서 보라고 한 겁니다. 시 간부 누구도 터널을 방문한 사람이 없어요.”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는 영등포구 양평동과 강남구 수서동을 잇는 도로다. 이 중 우면산을 관통하는 서초터널은 7공구 구간인데, 총 연장 2.63㎞, 왕복 6차로로 2016년 완공 예정이다.

서초터널 발파도 산사태 원인

“산 밑으로 긴 터널을 뚫는데 하루에도 수차 사이렌이 울리면서 다이너마이트 폭파를 해요. 그리고 대형 산사태가 발생한 지역 대부분은 공사 중인 터널 출입구에서 가까운 곳이에요. 방배동 전원마을과 우면동 송동·형촌마을이 모두 서초터널 출입구 아닙니까. 주민들은 공사가 시작된 2008년부터 16차례에 걸쳐 발파공사와 관련한 민원을 제기했고요. 시공사는 공사로 피해를 당한 주택을 수리해주기로 합의했고 피해보상금도 지급했어요. 그런데 조사를 않으면….”

▼ 막장에 들어가 보셨나요?

“그럼요. 땅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 규모와 깊이를 경험해보면 산사태 원인 규명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해 7월 26, 27일 서초구에 내린 비의 양은 총 476㎜였다. 이로 인해 우면산은 49.5ha가 유실됐다. 우면산은 흙 아래가 단단한 편마암 덩어리로 이뤄져 있어 암반폭파용 대형 다이너마이트가 많이 사용될 수밖에 없다. 계속된 장마로 빗물이 지하 수맥으로 흐르지 못해 토양에 있다가 토석류와 함께 흘러내렸다는 게 인근 주민들의 주장이다. 주민들은 발파 당시 느낀 진동이라면 충분히 산사태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서초구는 서울시에 발파공법을 무진동공법으로 변경해줄 것을 공문으로 요청하는 한편 발파공사와 산사태 상관관계에 대한 용역을 전문기관에 의뢰했다.

▼ 앞서 2010년 9월에도 산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나요?

“맞습니다. 그땐 차량파손과 주택 침수피해가 있었죠. 자연도 메시지를 보내옵니다. 갑자기 (산사태가) 나는 게 아니에요.”

▼ 산사태 예방 책임은 서울시에 있지만, 서초구 역시 ‘자연의 메시지’를 간과한 거 아닌가요?

“그렇게 지적하면 솔직히 저도 할 말 없습니다. 구청이 할 수 있는 건 다 했습니다만, 기록적인 폭우 앞에서….”

그의 목소리가 차분해졌다.

“산사태 당시 구청장 주민소환 얘기도 나왔지만 저로서는 중요한 게 아니었어요. 화난 주민들 앞에서 ‘산사태 원인을 놓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게 먼저냐, 복구가 먼저냐’고 외쳤습니다. 정부 고위관계자들은 현장에 와서 사진만 찍고 가는데 구청장 아니면 누가 복구합니까. 10일간 현장에서 복구 지휘를 했더니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더라고요. 화를 내던 주민들도 고맙다고 인사를 해요. 산사태 원인 조사 결과, 구청의 책임이 있다면 책임지면 됩니다.”

▼ 현장 복구가 쉽지 않았을 건데요.

“또 공무원 얘기 나오네요. 그때는 당장 토사를 치워야 하는데 그 많던 덤프트럭이 안 보여요. ‘어디 갔느냐’고 했더니 김포매립지에 쏟아 붓고 온대요. 왔다갔다 하룹니다. 말이 됩니까. 그래서 직원들에게 ‘머리를 집에 놓고 왔느냐’며 크게 화를 냈어요. 당시가 여름방학이었어요. 학교 운동장에 먼저 토사를 쌓아놓고 응급복구를 끝내고 치우면 되잖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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