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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 생활 성패는 얼마나 적극적으로 기회 만드느냐에 달렸죠”

하버드대 수석 졸업한 진권용의 공부비법

  • 조건희│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becom@donga.com

“유학 생활 성패는 얼마나 적극적으로 기회 만드느냐에 달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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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콥터 부모 vs 독립심 기르는 부모

진 씨의 부모는 유학 생활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묵묵히 지지하는 편이었다. 유학 초기에는 어머니가 캐나다를 오가며 진 씨를 보살폈지만 고교 진학 뒤에는 힘든 일이 있을 때 전화로 상담하는 정도였다. 졸업식을 빼고는 가족이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방문한 적도 없다.

진 씨는 “자율을 강조한 부모님 덕에 독립심을 길렀다”고 말했다. 자녀가 환경에 적응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를 책임 있게 누릴 정도가 되면 사사건건 간섭하지 않고 믿고 맡겼다는 설명이다. 진 씨는 평소 어른스러운 태도 때문에 미국 친구 사이에서 ‘정신적 아버지(spiritual father)’로 불리기도 했다.

진 씨는 ‘헬리콥터 부모(아이가 성장해 대학에 들어가거나 사회생활을 해도 헬리콥터처럼 주변을 맴돌면서 온갖 일에 참견하는 부모)’를 강하게 비판했다. “부모가 자녀 인생을 평생 책임져줄 수는 없지 않나요? 오히려 혼자 나는 법을 배우지 못하게 하는 무책임한 훈육 방식입니다.” 자녀에게 유학을 시키겠느냐는 질문에도 진 씨는 “자신에게 맞는 환경이 무엇인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전적으로 아이의 뜻에 달려 있다”고 답했다.

목표 - 국익을 대변하는 변호사



진 씨는 지난해 12월 하버드대와 예일대 로스쿨로부터 나란히 합격 통보를 받아 예일대를 선택했다. 3년간 정든 보스턴을 떠나 코네티컷 주 뉴헤이븐으로 옮겨야 하지만 새로운 학풍을 경험하고 싶다는 열망이 더 강했다.

하버드대 학부 과정을 조기에 마치면서도 방학을 활용해 LSAT(Law School Admission Test·미국 로스쿨 입학시험)를 준비해 180점 만점에 179점을 받았다. 지원 에세이에서는 1997년 한국 외환위기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예로 들며 금융 관련법에 대한 관심을 밝혔다. 그는 로스쿨에서 금융 관련법 강의를 집중적으로 들은 뒤 금융정책 및 국제통상 분야에서 활동할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가 금융정책을 구체적인 목표로 잡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저축은행 사태 피해자들의 눈물이었다. 그는 지난해 여름방학에 한국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에서 인턴을 하며 저축은행에 평생 모은 재산을 넣어뒀다가 한번에 날리게 된 피해자들을 만났다. 1년 만에 조국을 방문했다가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진 씨는 ‘적시에 조치했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금융체계의 문제를 미리 찾아내 고치고 한국 금융의 거시건전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통상 변호사도 염두에 두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국가가 늘어나면서 국가 간 통상 분쟁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진 씨는 경제학과 법학을 배운 전문성을 살려 한국의 국익을 지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진 씨는 단어장을 들고 다니며 틈틈이 중국어와 프랑스어도 익히고 있다. 중국이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는 ‘G2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프랑스어는 국제기구에서 영어와 비슷한 비중으로 쓰이는 공용어이기 때문에 배워두고 있다. 짬이 날 때면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를 가방에서 꺼내 읽거나 중국의 포털 사이트 ‘바이두(百度)’에 들어가 기사를 찾아 읽는다.

“나는 이제 막 2이닝을 마친 투수”

최종적으로는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전문성 있는 국제기구를 거쳐 국제연합(UN)과 같은 ‘넓은 분야’로 나가고 싶다는 뜻을 비쳤다. ‘공익을 위해 활동하고 싶다’는 전제는 있지만 구체적인 그림은 그려두지 않았다.

진 씨는 9월 예일대 로스쿨에 입학하기 전까지 한국에 머물며 징병신체검사를 받는 등 미뤄왔던 일을 처리하고 나면 실컷 여행하고 재충전할 계획이다. 로스쿨에 입학하고 나면 3년 동안 다시 숨 가쁘게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가 마음에 두고 있는 여행지는 북극과 사막이다. 번잡하지 않고 탁 트인 곳에 가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20년 동안 혼자만의 시간 없이 숨 가쁘게 달려왔기 때문일까?

진 씨는 야구로 치면 자신은 이제 막 2회를 마친 투수라고 했다. 현재까지 방어율은 2안타 1볼넷 무실점. 하버드대를 수석 졸업하며 승승장구한 인물치고는 자신에 대한 평가가 박하다. 그는 “유학 초기에는 적응하지 못하고 헤맸기 때문”이라고 자평하고 “아직까지 실점 없이 마운드를 지켰다”며 웃었다. 그에게 남은 ‘경기’를 앞둔 소감을 물었다.

“이제 막 워밍업이 끝났을 뿐 아직 경기가 끝나기는커녕 승리 투수 요건 갖추기에도 한참 남았어요. 앞으로도 긴장을 늦추지 않되 남은 경기를 원 없이 즐기려고요.”

신동아 2012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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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희│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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