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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지도자와 술 16

‘술꾼’ 룰라가 사랑한 브라질 국민주 ‘카샤사’

  • 김원곤| 서울대 의대 교수·흉부외과 wongon@plaza.snu.ac.kr

‘술꾼’ 룰라가 사랑한 브라질 국민주 ‘카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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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꾼 룰라’보도 NYT 사과 …브라질 대통령 수용”

어쨌든 기사와 관련해 안드레 신제르 대통령 대변인은 NYT에 항의의 뜻을 전달할 것을 미국 주재 브라질대사에게 지시했다. 그러나 캐서린 매시스 NYT 대변인은 “우리의 보도가 정확하다고 믿는다”며 물러설 기세가 없음을 분명히 해 양측 긴장은 높아졌다. 그렇지 않아도 그해 초 미국이 자국 입국 시 지문날인 제도를 도입하면서 양국 관계는 잔뜩 불편해져 있었다. 당시 미국은 지문날인 대상국에 브라질을 포함시켰고, 브라질은 이를 “나치 시대 이후 가장 극악한 일”이라고 비난하며 그 보복으로 미국 국민에 대해 브라질 입국 시 똑같은 조치를 적용했다.

브라질 정부는 뉴욕타임스 측이 사과 의사를 보이지 않자 기사를 작성한 브라질 특파원 래리 로터의 비자를 취소하고 추방을 명령하는 강경 태도를 취했다. 그리고 얼마 후 다음과 같은 보도가 나온다.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은 자신을 ‘술꾼’으로 보도한 뉴욕타임스 특파원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14일 그의 업무 비자 취소를 무효화했다. 마르시오 토마즈 바스토스 법무장관은 문제의 기사를 쓴 특파원이 변호사를 통해 사과편지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바스토스 법무장관은 “나는 대통령에게 이 편지가 법률적으로 (기사의) 취소를 의미한다고 말했고 대통령은 그렇다면 이 사건을 끝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말했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그는 로터 특파원이 “브라질의 제도에 대해 높은 존경을 표시했고 그의 기사가 야기한 논란에 대해 개탄했다”고 밝혔다. 로터 특파원의 변호사는 편지에서 로터가 “대통령의 감정을 상하게 할 의도가 없었다”고 말했다고 바스토스 장관은 전했다. 브라질 주재 외국 특파원에 대해 추방 조치가 내려진 것은 1970년대 군사독재 시절 이후 약 30년 만에 처음이었다.

룰라의 대통령직 업무 수행과 술에 관련된 외신 간의 신경전은 이렇게 해결됐지만, 룰라 대통령이 술을 좋아하고 많이 마신다는 사실 자체에는 변함이 없었기 때문에 이후에도 그를 공격하는 측의 좋은 소재가 될 수밖에 없었다. 공교롭게도 룰라의 음주에 대한 또 하나의 뜻하지 않은 구설이 보도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더욱 끌게 된다.



2006년 6월 9일 당시 독일에서 개최된 월드컵(2006 FIFA World Cup) 개막에 즈음해 브라질의 인기 TV 채널인 ‘레데 글로보(Rede Globo)’는 전날 밤 룰라 대통령과 당시 브라질 축구 국가대표 감독인 파레이라(Carlos Alberto Parreira) 감독의 화상인터뷰를 방영했다. 룰라는 대통령 취임 이전에는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응했으나 첫 번째 임기 4년 동안에는 불과 두 차례 인터뷰에 응했다. 그래서 이 인터뷰에 대해 반대 진영에서는 그해 하반기에 예정된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룰라가 월드컵 분위기에 편승하려는 의도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어쨌든 이 인터뷰에서 룰라는 파레이라 감독에게 “(월드컵 최다득점(15점) 기록을 세운 브라질의 전설적 스트라이커) 호나우두가 과체중 상태라는 소문이 있다. 그렇지 않은 것으로 생각되는데, 혹시 그가 정말 그러하냐?”고 물었다. 그러자 파레이라 감독은 “그것은 소문일 뿐 호나우두는 4년 전, 8년 전보다 더 강하다”라고 답했다.

“호나우두가 과체중이냐?”

그리고 그 다음 날 기자들이 호나우두에게 그 인터뷰 대화에 대한 소감을 묻자, 호나우두는 “사람들이 나를 보고 뚱뚱하다고 하고 대통령을 보고는 술을 너무 마신다고 한다. 나는 사람들이 나에 대해 오해하는 것처럼 대통령에 대해서도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대답했다. 가벼운 일로 끝날 수 있는 이 에피소드가 얼마 후 과거 룰라 대통령에 대한 음주 보도로 악연을 맺었던 NYT의 래리 로터 기자가 과거 군사정권 시절 특정 선수를 대표팀에 선발하지 않은 감독을 해고한 에밀리오 메디시 장군과 룰라 대통령을 비교하면서 “룰라 대통령이 국민과의 친밀감을 강조하기 위해 축구를 이용하고 있다”라고 주장하면서 사건이 커졌다. 그는 또 룰라 대통령이 대표팀 선수인 주니뉴 페르남부카누에게도 출전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개인적인 의견을 말한 것을 지적하면서 “룰라 대통령이 대표팀의 선수 기용에도 간섭하고 있다”고 비꼬기도 했다.

이처럼 술에 대한 룰라 대통령의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을 듣고 있노라면 그가 술을 많이 마신다는 사실 자체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룰라 자신도 부인하지 않는 다. 이 사실은 오히려 그의 척박한 성장 환경을 대변하는 방편으로 옹호되기도 한다. 또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초기 일부 언론의 악의적 평가에도 그의 음주와 대통령직 수행에는 전혀 부정적인 영향 관계가 없었음이 결과로서 증명된 것이다.

그러면 여기서 당연한 궁금증이 생긴다. 뭇사람의 존경을 받고 있는 이 현대판 영웅이 그토록 즐겨 마셨던 술은 과연 무엇일까.

질문에 대한 답은 브라질 국민의 입장에서는 자명하다. 바로 브라질의 국민주 ‘카샤사’다. 카샤사는 우리나라로 치면 소주와 막걸리를 합쳐놓은 것과 같은 위상을 지니고 있다. 카샤사는 이미 브라질을 넘어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 유명한 술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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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곤| 서울대 의대 교수·흉부외과 wongon@plaz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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