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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섹스는 성욕, 물욕, 권력욕이 알몸 그대로 드러나는 몸짓”

장편소설 ‘유혹’ 완간한 소설가 권지예

  • 이소리│시인, 문학in 대표 lsr21@naver.com

“섹스는 성욕, 물욕, 권력욕이 알몸 그대로 드러나는 몸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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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고3 아들이 소설을 읽을까 걱정됐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작가는 그 때문에 신문을 집어 얼른 스크랩을 하곤 했다. 섹스를 거침없이 말하고 쓰는 작가지만, 아들이 그 소설을 읽으며 얼굴을 붉히는 것은 불편한 모양이다.

“나는 작가다. 그런데 여기에 수식어가 붙어야 한다면 나는 ‘영원한 처녀작가’이고 싶다. 나는 무엇이든 쓰겠지만, 내가 내는 책은 늘 ‘처녀작’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새로운 모험으로 내게도, 독자들에게도 낯선 작품을 쓰고 싶다. 내 안의 ‘처녀’가 나를 끊임없이 유혹해주기를 간절히 희망해본다.” -‘작가의 말’ 몇 토막

▼ 작가의 말에 ‘영원한 처녀작가’라고 했는데?

“저와 친하게 지내는 작가 박범신은 ‘영원한 청년작가’라는 닉네임이 붙어 있지만, 여성작가에게는 그런 닉네임이 없어요. 제 스스로 ‘영원한 처녀작가’라는 닉네임을 붙인 거죠. 초심을 잃지 않고 늘 처녀작을 내겠다는 작가의 자세가 담긴 말이죠. 처녀는 호기심이 많잖아요? 저는 싫증을 잘 내는 편이에요. 제 소설도 그렇지만 다른 분이 쓴 책도 한 번 읽고 나면 두 번 다시 쳐다보지 않아요. 처녀성을 상실한 것에 대해서는 호기심이 사라지기 마련이잖아요.”(웃음)

청량한 목소리로 한참을 웃던 그가 뭔가 생각이 났다는 듯 다시 말을 이었다.



“비판은 작가에게 상처가 되더라도, 그 상처가 작가를 키우죠. 저는 ‘적당’과 타협하기 싫어요. 그래서 그런지 제 안에 무당이 한 사람 있어 살아 꿈틀대는 것 같아요. 마치 섹스를 즐기며 욕망을 거머쥐려는 오유미 같은 무당이죠. 저는 그 무당이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쓰는 것 같아요. 제가 소설을 쓰는 임자이기는 하지만 자기 의지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운명적으로 쓰는 것 같아요.”

▼ 성에 대해 호기심이 많았나요?

“어릴 때 불면증을 앓았어요. 제 방이 따로 없어 가족들이 함께 잠을 잤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열살 무렵부터 밤에 불을 꺼버리면 잠이 통 오지 않았어요. 저는 그때마다 머리를 굴리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만들곤 했죠. TV에 나오는 주인공 얼굴을 떠올려 이리저리 연관시키기도 하고, 성에 대한 조숙한 상상도 많이 했어요. 섹슈얼리티를 즐겨 주제로 삼는 제 소설 뿌리가 거기에 있는 지도 모르겠어요.”

작가는 어릴 때 이사를 자주 다녔다. 아버지가 직업 군인이었기 때문이다. 책은 가리지 않고 읽었지만 헤어나지 못할 정도로 빠진 적은 별로 없었다. 그냥 ‘이런 건 다 인간이 지어내는 이야기’라는, 그런 생각을 했단다.

▼ 죽은 여동생 때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들었는데요.

“숙명여고에 다닐 때 문학에 눈을 뜨기 시작했어요. 글쓰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제가 중학교에 다닐 때였어요. 그때 세살 어린 초등 6학년인 여동생이 저도 모르게 자기 문집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그 문집에는 콩트도 있고, 만화도 그려져 있었죠. 저는 그때 제 여동생이 글을 너무 잘 쓰고 그림을 잘 그려 열등감을 느꼈어요. 그 여동생은 제가 대학 1학년 때 악성종양으로 세상을 떠났어요. 여동생이 고교 1학년 때였는데, 그 죽음이 너무 억울하고 원통했어요. 똑똑한 여동생이 왜 이렇게 가야 하는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어요. 그 여동생이 남긴 문집을 복사해서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어요.”

1960년 경북 경주에서 태어난 작가 권지예는 다시 ‘동생은 이름도 없이 갔는데, 글만 남은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깊은 고민에 빠진다. 그 이야기를 들은 가까운 친구가 “동생에 대한 이야기를 써라”고 권했다. 글로 남기는 게 동생에게 ‘영원한 삶’을 주는 것이라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그때부터 자책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동생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로 쓰기 시작한다. 그 열매가 첫 장편소설 ‘아름다운 지옥’이다.

“‘아름다운 지옥’을 펴냄으로써 죽은 동생에게서 풀려나 자유롭게 제 이야기를 쓸 수 있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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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리│시인, 문학in 대표 lsr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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