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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축복받은 비정규직 엄살 부리지 않겠어요”

‘연기의 신’ 미스 김 김혜수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난 축복받은 비정규직 엄살 부리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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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 방송에 출연해 내복 신을 찍을 땐 2장을 겹쳐 입었어요. 속살이 다 비쳐서요. 원래 모든 이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독특한 워킹을 하고 싶었어요. 나오미 캠벨처럼 무릎을 직각으로 세워 걸어가다가 그대로 다리를 위아래로 쭉 찢으려고 했어요. 시청자가 화들짝 놀랄 정도로 내복의 신축성을 보여주려고요. 근데 무대가 원형이라 몇 발자국 못 걸었어요. 대신 작가 선생님이 주문한 대로 다리를 앉아서 쫙 찢은 다음 김연아의 ‘마지막 무도’ 같은 동작을 미스 김의 방식으로 재현해서 마무리했죠. 우리의 요정 김연아만큼 우아하고 아름답지는 않았지만(웃음).”

▼ 미스 김 임무가 속 좀 끓였겠네요.

“누구나 하는 일을 미스 김처럼 시각적으로 특별해 보이게끔, 한 번도 보지 않은 형태로 표현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처음에는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탬버린 한번 치고 나면 일주일씩 몸살이 났고, 몸이 좀 풀릴 때쯤 또 새로운 미션을 수행해야 하니까요. 이번 미션이 뭔지 궁금하기도 하고, 요거 하면 내가 얼마나 아플까도 염두에 둬야 하고, 또 이걸 하려면 내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걱정됐지만 그런 고민을 하는 게 재밌기도 했어요. 미스 김 캐릭터의 최대치를 뽑아내기 위한 건설적인 고민이잖아요.”

▼ 빨간 내복 차림이 민망하지 않던가요.

“안 그래도 작가 선생님이 내복 신이 곧 있을 거라면서 매니저를 통해 물어봤어요 ‘내복 입고 나오는 게 불편하지 않으냐’고. 전혀 괘념치 않았고 촬영하면서도 민망하지 않았어요. 미스 김 캐릭터가 굉장히 완성도 높게 집필되고 있어서 작가선생님이 그 수위를 현명하게 지키면서 캐릭터의 품격을 유지해줄 거라고 믿었거든요. 다만 홈쇼핑의 메커니즘을 몰라 물어봤어요. 완판은 어떻게 하는 거냐고. 짧은 생방송 시간 내에 전화주문을 유도해 다 파는 거라고 하더라고요(웃음).”



대본의 힘

▼ 홈쇼핑에서 물건 산 적 없나요.

“보고 마음에 들어도 직접 구매한 적은 없어요. 언니나 친구가 사준 적은 있지만. 이건 아주 개인적인 취향인데, 사실 제가 TV 시청을 좋아하는 편이 아닌 것 같아요. 제가 나온 방송은 다 모니터링하죠. 재미있게 보는 프로도 있고요. 근데 집에서 나는 TV 소리에 스트레스를 받아요. 거실에 아무도 없는데 TV가 켜져 있으면 꺼요. 그럼 엄마가 불쑥 ‘지금 듣고 있어’ 그래요(웃음). 많은 어머니가 드라마를 틀어놓고 집안일을 하더라고요. 혼자 사는 분이나 어머니들은 TV 소리가 위안이 된대요. TV 소리가 나야 잠든다는 친구도 있어요.

그런 걸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에요. 저도 다큐멘터리는 좋아해요. 놓친 영화는 IPTV로 챙겨 보고요. 근데 TV랑 친하진 않아요. 어릴 때부터 TV를 즐겨 보지 않았어요. 그러니 홈쇼핑 채널을 틀어놓을 이유가 없죠. 여럿이 나와 얘기하는 거 보면 다 좋아 보이잖아요. 아주 저렴하게 사서 유용하게 쓰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니까.”

그가 드라마에 출연한 것은 2010년 MBC-TV ‘즐거운 나의 집’ 이후 3년 만이다. 소감을 묻자 27년차 배우의 입에서 뜻밖의 얘기가 나온다.

“오랜만에 하는 드라마라 열심히 준비해서 나왔지만 요즘 드라마 동향이나 시청자의 취향을 몰라 두려웠어요. 방송 초반에는 캐릭터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미스 김은 매우 독특한 전대미문의 캐릭터라 내 연기력이 미치지 못해 너무 비현실적으로 가공된 인물로 비칠까봐요. 시청자가 이질감이나 괴리감을 느끼면 캐릭터를 잡는 데 어려움이 있거든요. 오랜만에 하는 건데 만날 연기가 똑같다는 소리를 들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럼에도 이 드라마를 한 건 대본이 주는 신뢰감이 굉장히 컸기 때문이에요.”

▼ 대본이 어땠기에?

“처음 대본을 봤을 때부터 윤난중 작가선생님의 집필 코드가 저랑 잘 맞는 느낌이었어요. 그동안 대본을 숱하게 봤지만 그런 느낌이 드는 작품은 흔치 않거든요. 1회 대본을 다 읽지도 않고 출연하는 걸로 했어요. 기내의 퍼스트클래스 신을 읽다가 문자메시지를 보냈죠. 어떻게 보면 섣부르고 무모한 결정이죠. 지금껏 그렇게 결정해본 적도 없고요. 근데 그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어요. 연출자는 누구야? 연출자는 뭐 했어? 작가는 누구야? 상대역은 누가 한대? 미니시리즈야? 내 출연료가 얼마래?…같은 생각을 할 짬도 없었고 상관도 없었어요.”

▼ 첫눈에 꽂힌 남자처럼?

“정말이지 그런 지문에 그런 대사에 그런 캐릭터는 처음이었어요. 오래 본 것도 아닌데 이 캐릭터가 뭔지 알 것 같고 되게 흥미로웠어요. 16부까지 하는 내내 매회 대본을 기다렸어요. 저만 그런 게 아니라 스태프와 연기자가 다 그랬어요. 본방송을 못 보고 촬영할 때가 많으니까 어떻게 나왔을지가 너무 궁금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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