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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조국 위해 두 번 死線 넘어…돌아온 건 이중간첩 굴레”

前 북파 민간공작원 김소웅 ‘침묵서약’ 50년 만에 입 열다

  • 최호열 기자 │honeypapa@donga.com

“조국 위해 두 번 死線 넘어…돌아온 건 이중간첩 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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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들어서 도망갈 생각은 안 했나.

“서약서를 썼는데, 그러면 죽지.”

▼ 북한 군부대 침투 훈련은 어떻게 했나.

“당시 광탄에 미8군 노무단부대(KSC)가 있었는데, 거기에 침투해 서류를 절취하는 모의 침투훈련을 7차례 이상 시도해 모두 성공했지. 우리가 서류 절취에 성공하면 경계가 허술했다는 이유로 책임자가 문책을 받곤 했어. 경계가 한층 강화됐지만 또 거리낌 없이 침투해 서류를 탈취해 갖고 오곤 했지.”

▼ 외지에서 젊은 남자 둘이 들어와 살면서 흙 묻은 군복 입고 산에서 내려오면 마을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나.



“미8군에서 일하는 노동자로 알고 있었어. 우리 일과도 훈련 나갔다 밤늦게 돌아와 주민과 마주칠 일이 거의 없고, 집에서 쉴 때는 집주인이 세탁해준 말끔한 평상복을 입고 있으니까, 별 의심은 안 했어.”

▼ 훈련 기간에 월급은 받았나.

“먹여주고 재워주고 그뿐이었어. 월급도 따로 안 줬지. 가끔 문산 시내에 나가 술 사주고 여자 한번 붙여주곤 끝이야.”

민간공작원은 주로 겨울에 북한에 침투한다. 날이 추우면 경계병들의 몸과 마음이 움츠러들어 경계가 한층 허술해지기 때문. 한겨울에 혹독하게 훈련을 하는 이유다. 김 씨도 훈련 3개월 만인 1964년 2월경 북한에 침투할 계획이었다. DMZ(비무장지대)에 가서 10여 일을 대기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는지 철수명령이 떨어졌다고 한다. 그 바람에 1년을 더 훈련하며 기다려야 했다.

첫 번째 작전

다시 겨울이 다가왔다. 11월 중순, 드디어 임무가 떨어졌다. DMZ 인근에서 대기하던 그는 8명의 민정경찰 에스코트를 받으며 군사분계선으로 이동했다.

▼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이런 경우 민정경찰들이 거수경례를 해주던데.

“그런 게 어딨어. 함께 온 선생과 키퍼가 건투를 빈다며 어깨 두드려주고 한번 안아주고는 끝이지. 쇠고기 말린 육포와 찐 쌀 같은 일주일치 비상식량 건네주고, 언제 몇 시까지 어디로 복귀하라, 그때를 놓치면 각자 알아서 살아 돌아오라더라고. 잡히지 않고 제3국으로 탈출했을 때의 접선 방법도 다시 한 번 숙지시키고.”

▼ 기분이 어땠나.

“솔직히 죽네 사네 하는 생각도 안 나. 그냥 뭘로 머리를 한방 맞은 것처럼 띵할 뿐이지. 드디어 침투하는구나 하는 생각뿐이야.”

첫 임무는 황해도 개풍군 풍계리에 있는 남파간첩 침투 부대에 침입해 간첩 침투 루트가 적힌 서류나 사업지시서, 남파간첩 명단 같은 서류를 절취해 오는 것. 군부대 위치와 규모, 막사 구조 등은 눈을 감고도 찾아갈 수 있을 만큼 숙지한 상태였다. 군사분계선에서 타깃인 군부대까지는 빨리 가면 하루거리였다. 그러나 낮에는 은폐장소에 숨어 있어야 했고, 밤에는 험한 산길로 이동해야 했기에 사흘이 걸렸다.

“가는 길에 북한군과 딱 마주친 거야. 북한 통신병이 전선줄 설치작업을 하는데 우리가 엄폐해 있는 쪽으로 오더라고. 우린 인민군 장교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임기응변으로 넘겼어. 훈련 내용 중에 북한 사투리 교육도 있거든. 태연하게 ‘님자레 수고하오. 내레 안전부에서 나왔소’ 하고 인사를 건네며 지나갔어. 통신병도 아무 의심 없이 경례를 하고는 계속 자기 일을 하더라고. 그 정도로 어수룩하던 시절이었지.”

“조국 위해 두 번 死線 넘어…돌아온 건 이중간첩 굴레”

1 송해, 설운도 등 연예인들에게 고희연 축하를 받는 김소웅 씨(왼쪽 세 번째). 2 해상재난 환경구조단 민수 동지들과 함께(오른쪽 네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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