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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연구

성격·자질·통치 스타일 유사 金, 실각한 소련 지도자 전철 밟나

닮은꼴 두 남자, 김정은 vs 흐루시초프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성격·자질·통치 스타일 유사 金, 실각한 소련 지도자 전철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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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루시초프는 1960년 9월 유엔 총회 때 필리핀 대표가 “소련이 동유럽에서 자유를 빼앗아가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연설을 하자 주먹으로 탁자를 때렸다. 이윽고 구두를 벗어 탁자를 내려쳤다. 공식석상에서 무례하고 과격한 행태를 거리낌 없이 드러낸 것.

원로를 공개적으로 질책하는 일도 잦았다. 1956년 스탈린 격하연설 중 제2차 세계대전 때 국방장관을 지낸 클리멘트 보로실로프를 향해 “이 늙어빠진 노인네야! 본 것도 제대로 말을 못하는가”라고 질책했다. 모스크바 주재 서방 국가 대사·언론인의 언동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본주의 첩자” “매장해버리겠다” 등 직선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1961년 모스크바 주재 UPI 특파원과 인터뷰를 하면서 “당신의 무기가 만년필이라면 내 무기는 언어다. 당신은 중상모략가이자 자본주의 첩자”라고 비방한 일화도 유명하다.

김정은도 흐루시초프처럼 대내외에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행태를 보여왔다. 지난해 8월 낡은 목선을 타고 연평도와 마주하고 있는 무도에 나타났다. 조선중앙통신은 “최고사령관이 27마력의 작은 목선을 타고 풍랑을 헤치며 기별도 없이 방어대에 도착했다”면서 “담력과 배짱의 지도자”라고 선전했다. 용기 있다고도 할 수 있고 무모하다고도 할 수 있는 행동이다. 또한 김정일이 1992년 딱 한차례 한 공개연설을 14회(2013년 10월 현재)나 했다. 호전적이거나 과격한 언행도 자주 했다.

김정은은 정상회담 때 아내를 대동한 흐루시초프처럼 아내 이설주를 대중에 공개했다. 현지지도 때 수시로 아내를 데리고 간다. 이설주는 평양이 ‘조선의 어머니’로 상징조작한 김정일의 생모 김정숙의 ‘정숙한 여성’ 이미지와는 딴판이다. 김정은의 팔짱을 끼고 걷는가 하면 곱등어(돌고래)쇼를 보면서 키득키득 웃는다. 이탈리아제 드레스를 입는다.

老간부 앞에서 안하무인



정보당국은 김정은이 노(老)간부들에게 안하무인 격의 태도를 수시로 보인다고 밝힌다. 당 간부들 앞에서 “나와 발걸음을 못 맞추는 인간은 살 자격도 없다”고 발언한 것이 노동당 교육자료에 언급될 정도다. 실내에서 공연을 관람할 때는 물론이고 공식석상에서도 원로들의 면전에서 담배를 피운다. 나이 어린 사람이 윗사람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예절에 어긋난다. 북한에선 더욱 그렇다. 대북 소식통은 “어린 지도자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듯 나이 많은 간부에게 굴욕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일례로 지난해 3월 8월 ‘세계 여성의 날’(북한식 표현은 ‘국제부녀절’) 음악회에서는 오극렬(84), 김원홍(69), 이용하(67)가 가족과 함께 충성맹세 노래를 합창했다. 김기남(84)은 춤을 췄다. 김정은은 이 모습을 보면서 파안대소(破顔大笑)했다.

흐루시초프는 소련 공산당 최고위직을 차지한 후 스탈린 집권기 13년 동안(1939~1952년) 개최되지 않던 당대회와 당정치국의 역할을 강화했다. 유명무실화한 당 기능 회복을 추진한 것. 당의 역할을 강화하면서 스탈린 시절 2인자이던 게오르기 말렌코프를 제거할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당 최고직이던 ‘서기장’이 아닌 ‘제1서기’에 올랐다.

김정은도 흐루시초프와 비슷한 형태로 권력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당정치국과 당중앙군사위원회 구성원을 증원했다. 김정일 시대에 거의 열리지 않던 당대표자회(2회),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2회), 당정치국 회의(4회), 당중앙군사위원회 회의(3회) 등 정책 결정 모임을 진행했다. 김정은도 ‘총비서’가 아닌 ‘제1비서’를 신설해 맡았다.

흐루시초프는 ‘반대하는 자는 용서하지 않는다’는 인사 원칙을 세우고 정적(政敵)을 차례로 숙청했다. 최대의 정적이면서 스탈린 격하를 반대한 말렌코프를 지방의 한 수력발전소 소장으로 좌천시켰다. 당 서기이던 아리스토프가 자신이 내놓은 의견에 “좀 더 생각해보자”고 답하자 폴란드 대사로 임명해 추방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이면서 최측근이던 게오르기 주코프 국방장관이 자신이 내놓은 ‘병력 감축 및 전략 핵무기 부대 증강’이라는 군 개혁안에 반발하자 ‘군에 대한 당의 우위’를 내세우며 해임해버렸다. 주코프는 스탈린 격하운동이 벌어진 후 스탈린을 옹호하는 편에 선, 이른바 반당(反黨)그룹과의 권력투쟁 때 흐루시초프가 승리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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