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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왜 검도에 미쳤냐고? ‘뒤’가 깨끗하니까!”

66세에 검도 8단 ‘入神’ 이국노 (주)지주 회장

  • 구자홍 기자 │ jhkoo@donga.com

“왜 검도에 미쳤냐고? ‘뒤’가 깨끗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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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고수들에게 한 手

“백 번 보는 것보다 직접 한 번 해보는 게 백배 더 나아요. 고수들을 일일이 찾아뵙고 가르침을 청해 배운 것이 승단시험 때 효과를 봤어요. 대련 때 반보 마중 나가는 것도 고수들의 가르침에서 영감을 얻은 거예요. ‘힘이 부족한 사람이 먼저 달려들어서는 젊고 힘센 상대를 당해내기 어렵다’며 기다릴 줄 아는 지혜를 조언해줬거든요.”

이 회장이 검도를 처음 접한 것은 1963년. 충북 진천이 고향인 그는 청주공고 진학을 위해 청주로 옮겨왔고, 청주경찰서 부근에 있던 상무관에서 처음 죽도를 잡았다. 청소년기에 가라테를 익힌 이 회장은 이후 검도에 정식 입문해 줄곧 검도인으로 살아왔다.

검도는 수련한 지 2년이 지나야 초단 응시자격을 주고, 초단 승단 후 1년이 지나야 2단에 도전할 수 있다. 이후에는 승단하려는 단수만큼의 최소 수련기간을 충족해야 한다. 즉 3단은 3년, 4단은 4년, 5단은 5년의 수련기간을 거쳐야 승단시험을 치를 수 있다. 더욱이 7단에서 8단으로 승단하려면 10년 이상의 수련기간이 필요하다. 이처럼 엄격한 룰 때문에 8단에 도전하려면 40년 가까이 수련해야 한다. 1997년 5월 7단에 오른 이 회장은 16년 5개월 만에 8단에 올랐다.

▼ 검도의 매력이 뭡니까.



“사람은 뒷모습이 좋아야 한다고들 하잖아요. 검도가 그래요. 검도는 뒤가 깨끗해요.”

▼ 무슨 말씀인지….

“이런저런 뒷말이 안 나온다는 뜻이에요.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겨루고 심판의 판정에 승복하지요. 다른 격투기 종목은 심판 판정만으론 결론을 내지 못해 비디오 판독이다 뭐다 해서 시비를 가리지만 검도는 심판의 말에 100% 승복합니다. 또한 검도를 하면 자세가 좋아지고 예(禮)에도 밝아져요. 정당하게 대련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예의가 몸에 배지요.”

승단시험에서는 10명의 심사위원과 10명의 심의위원이 판정을 내린다. 특히 심의위원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동의해야 합격할 수 있다.

활인검, 살인검

젊은 시절 이 회장은 사업에 매진하면서도 검도에 푹 빠져 지냈다고 한다.

“경기도 김포에서 공장을 할 때 주변에 논을 조금 샀어요. 봄, 여름에는 벼농사를 짓고 가을걷이를 한 뒤에 볏단을 논에 죽 쌓아놓고 진검으로 베는 훈련을 했죠. 그땐 검도에 미쳐 살았어요. 검도장도 운영하고, 인근 학교(김포초·중교)에 검도팀도 창단하고.”

▼ 검도와 평생을 함께했으니 검도에 얽힌 별별 얘기가 다 있을 것 같습니다.

“수많은 희로애락을 겪었죠. 사무실에 강도가 든 적이 있어요. 칼처럼 생긴 긴 드라이버로 나를 찌르려고 하길래 피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책상 위에 있던 물건을 집어 들고 강도를 내리쳤죠. 그게 30cm짜리 대나무 자였어요. 반사적으로 목을 내리쳤더니 강도의 목이 꺾이면서 쓰러지더라고요. 사람이 그렇게 순간적으로 죽을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어요. 목뼈가 부러지니까 목이 팩하고 돌아가면서 입에 거품을 물더군요.

그 일로 경찰서에 가서 밤샘 조사를 받았죠. ‘강도를 막으려다 내리친 것뿐인데 무슨 죄가 되느냐’고 항변해서 정당방위를 인정받고 바로 풀려났어요. 그런데 한달쯤 뒤에 검찰에서 다시 소환했어요. 검사가 이러더군요. ‘지나가던 사람이 귀싸대기를 때렸다고 검도를 했다는 사람이 목을 부러뜨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당신은 사람을 살리는 활인검(活人劍)을 배웠느냐, 아니면 살인검(殺人劍)을 배웠느냐’고 질책하더군요. 사람이 죽었으니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기소해서 벌금형을 받았어요. 당시 집 한 채 값이 200만~300만 원 할 때였는데, 특수폭력죄로 50만 원인가 60만 원인가 벌금형을 받았어요.”

대나무 자로 강도를 내리쳤다가 목숨값을 벌금으로 내야 했지만, 이 회장은 검도를 수련한 덕에 남을 도울 수 있었고, 그 덕에 좋은 일도 많이 생겼다고 한다.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이 과거엔 그레이스백화점이었어요. 작고하신 김기식이란 분이 거기 회장이었어요. 1990년대 초에 그분이 경기도 송추에서 젊은 애들한테 봉변당하는 것을 구해준 일이 있어요. 깍두기처럼 생긴 애 셋이서 김 회장을 에워싸고 있길래 제가 지나가다가 ‘너희들 그러면 안된다’고 꾸짖었지요. 그런데 애들이 나를 알아볼 리가 없잖아요. 결국 차에서 내려 트렁크에서 목도를 빼들고 다가가 ‘내가 검도 6단이다’고 했죠. 그랬더니 신통하게도 깍두기 애들이 그냥 가더라고요.

나중에 김 회장이 제게 은혜를 갚겠다며 그레이스백화점에 가게를 하나 내줬어요. 덕분에 제 처제가 거기에 보석 가게를 내서 먹고살았죠. 엘리베이터가 내려오는 바로 앞자리여서 장사가 잘됐어요. 검도 덕에 덕본 일도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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