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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기획소송이라고? 분노가 지갑을 여는 것”

사상 최악의 개인정보 유출 카드 3사 집단소송 이끄는 이흥엽 변호사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기획소송이라고? 분노가 지갑을 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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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소송이라고? 분노가 지갑을 여는 것”

1월 21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내 롯데카드센터에서 카드 재발급 및 해지를 하려고 기다리는 시민들.

▼ 하나로텔레콤 소송 땐 어땠나.

“좀 힘든 상황이었다. 그 이전까지 개인정보 유출사고 관련 집단소송에서 계속 원고 패소 판결이 내려져서다. 변호인은 의뢰인에게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승소라는 결과로 답례해야 한다. 그만큼 정신적 부담이 크고 책임감에 시달린다. 승소하지 못하면 이른바 ‘기획소송(변호사가 먼저 소송을 기획해 원고가 될 피해자를 모아서 내는 소송)’을 하는 변호사쯤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일반 소송에선 소송 당사자와 사건 범위가 한정적이므로 변호인이 신경 쓸 일이 제한적이지만, 집단소송에선 무조건 상대방에게 단 1%의 부주의라도 있었는지를 찾아내는 게 관건이다. 그만큼 변호인 처지에선 손이 많이 간다. 결국 집단소송의 승패는 변호인의 고심과 집념에 달렸다.”

‘1%의 부주의’를 찾아라

▼ 소송이 진행되면 어떤 부분에 주의를 기울이나.

“하나로텔레콤 소송 당시 수많은 관련 자료와 외국 사례를 뒤지고,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경우의 수를 놓고 숙고했다. 이번 소송에서도 마찬가지다. 바둑 둘 때 몇 수를 미리 내다봐야 하듯, 상대방이 이 단계에선 어떻게 나올지 예측해 몇 단계씩 면밀히 시뮬레이션해보면서 매일같이 미세한 틈바구니를 세심히 살필 것이다. 그러다보면 상대방의 몇몇 허점이 드러나게 돼 있다.



하나로텔레콤 소송 때도 개인정보 제공에 대한 고객 동의를 제대로 받지 않은 경우를 밝혀냈다. 소송 전략상 소상히 말하긴 힘들지만, 이번에도 개인정보 수집 당시 어떤 절차를 거쳐 고객 동의를 받았는지, 동의과정이 부실하지는 않았는지, 동의 범위를 넘어선 부분은 없는지 등도 쟁점이 될 것이다. 특히 이번엔 정보 수집 범위가 예전 사례와 달리 훨씬 광범위한데다, 유출 대상이 된 정보를 여러 금융회사가 공유했고, 그 공유 정보들까지 유출됐기 때문에 양파껍질처럼 까다보면 언제든 상대방의 부당행위가 새로 드러날 수 있다. 물론 그 출처는 카드사들에 요구할 그들의 방대한 내부 자료다.”

“친기업적 성향 달라질 것”

▼ 하지만 금전적 피해, 즉 2차적 피해가 아직껏 실제로 발생하지 않은 이상 승소 확률이 낮은 것 아닌가.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 책임은 고객에게 있다.

“개인정보 유출 자체만 놓고 본다면 승소 확률이 50%를 웃돌 것으로 생각한다. 해볼 만하다. 특히 전체 소송 참여자의 10%가량은 10년 전 카드를 해지했는데도 개인정보가 남아 있다 유출됐다거나, 금융지주회사 소속 카드사가 아니어서 은행정보를 공유할 수 없는 롯데카드에 가입하지 않았는데도 정보가 유출됐다고 하는 이들이다. 이 경우엔 승소 확률이 80~ 90%로 높아질 수 있다.”

▼ 패소할 경우 카드사로선 엄청난 피해배상액을 물어야 할 텐데, 재판과정에서 해당 기업의 파산 등 사회경제적 요인에 대한 고려가 작용하지 않겠나.

“맞는 얘기다. 우리나라 상황에서 보수적인 법원은 친기업적 성향을 띤다. 정신적 피해가 분명히 존재함에도 그에 대한 배상책임을 인정하면 기업은 막대한 타격을 입는다. 실제로 그런 정책적 고려가 판결에 영향을 끼친다. 그렇더라도 법률상으론 전혀 문제될 게 없다. 민법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배상책임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걸 적용하느냐 마느냐는 법원의 판단이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상황이 좀 다르다. 사안이 중대한데다, 그간 기업들의 반복된 개인정보 유출에도 금융당국이 솜방망이 징계에만 그쳐 정보관리 소홀의 방조자 노릇을 해왔다는 비판적 정서가 팽배해 법원도 더는 친기업적 판결을 하기 힘들 거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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