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최호열 기자의 호·모·에·로·티·쿠·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民主情事’ 돕는 명랑완구”

성인용품업계 첫 ‘벤처’ 엠에스하모니 이준 대표

  • 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民主情事’ 돕는 명랑완구”

3/6
성인용품업계의 ‘삼성’

▼ 원래 기계 전자 쪽에 전문성이 있었나?

“완전 문외한이었다. 처음엔 기존 제품을 무조건 분해했다. 어떤 부품이 들어가 있는지, 어떤 원리로 작동되는지를 눈으로 본 후 전문가를 찾아가 하나하나 배워나갔다. 금형이 뭔지, 실리콘이 뭔지, 배터리와 모터가 어떤 게 있는지 그때 처음 알았다. 연구를 위해 직원도 새로 뽑았다.”

▼ 기술자를 뽑으면서 ‘성인용품 만들려고 한다’고 말하면 반응이 어떤가.

“많이들 놀란다. 하지만 휴대전화든, 청소기든, 바이브레이터든 다 같은 기계일 뿐이다. 성인용품이어서 만들기 싫다는 기술자는 없었다. 문제는 실력 있는 기술자나 하도급업체를 만나기 힘들다는 점이다. 실력 있는 기술자가 많지도 않을뿐더러 대부분 대기업 하도급을 받아 일하려 하지 우리 같은 영세업체랑 하려고 하지 않는다. 결국 직원들 능력을 키워가며 만들 수밖에 없었다. 직원들에게 ‘우리가 성인용품업계의 삼성이 되자’고 말했다. 프라이드를 심어주고 싶었다.”



▼ 만들어보니 어떻든가.

“바이브레이터에는 생각보다 과학적 원리가 많이 담겨 있다. 미세한 진동을 적절하게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모터를 한 개 쓰느냐 두 개 쓰냐에 따라 달라졌고, 건전지 배터리 방식이냐 충전 배터리 방식이냐에 따라 달라졌다. 표면 역시 어떤 실리콘 제품을 쓰느냐에 따라 감촉이 달라졌다.”

▼ 시제품이 만들어지면 임상실험을 해야 하는데….

“그건 걱정 안 했다. 부르르닷컴 사이트 회원이 50만 명이 넘고, 연령대도 다양하다. 20대에서 40대가 가장 많지만 60대, 70대도 있다. ‘빠루타(빠구리+마루타의 합성어)’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띄우자 신청자가 줄을 섰다. 이들은 피드백이 빠르고 아주 솔직하다. 개발에 큰 도움이 되었다.”

▼ 직원들이 먼저 사용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이 직업이 행복하면서도 불행한 게, 이걸 만들고 영업하는 게 일이 되어버린 거다. 성형외과 의사는 처음엔 예쁜 여자 보면 즐거웠지만 나중엔 어디를 손봐야 할까만 생각한다고 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民主情事’ 돕는  명랑완구”

이준 대표가 엠에스하모니가 만든 바이브레이터들에 대해 국제 성인용품 박람회에서 설명하고 있다.

레드닷 제품디자인상 수상

이렇게 해서 2009년 국내 기술력만으로 만든 독자 브랜드 ‘지니(ZINI)’가 탄생했다. 바이브레이터는 크게 두 종류다. 하나는 실물 모형으로 주로 미국에서 선호한다. 또 하나는 실물 느낌보다는 디자인이 강조된 모양으로 유럽에서 선호한다. 지니는 기존의 미국이나 유럽 제품과는 디자인이 완전히 다른 새로운 유형의 제품이다. 1호는 여성 성기 삽입과 클리토리스 자극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고리형 디자인의 바이브레이터 로애(ROAE)였다.

“기존 제품은 일자형 스틱이어서 상대방이 해줘야지 여성 스스로 하기엔 불편했다. 고리형은 여성이 혼자 자위할 때도 잡기 편하도록 디자인돼 있다.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였다. 이후 우리 것을 모방한 고리형 제품이 외국에서도 많이 나왔다.”

2호 제품으로 커플용 바이브레이터인 지니 듀스(DEUX)를 출시했다. 타원형의 바이브레이터로 남성용과 여성용 두 개로 나뉜다. 언뜻 보아서는 그 용도를 짐작하기 힘들 정도로 디자인이 유려하고 고급스럽다. 여성용으로는 클리토리스나 유두를 자극할 수 있고, 남성용은 회음부를 자극할 수 있어 커플이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인체공학적으로 설계했다고 하는데, 솔직히 성인용품에 문외한인 기자로서는 커플용 바이브레이터의 용도가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유니섹스 핸즈프리라는 신형 제품 ‘도넛(DONUT)’ 역시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끝이 이어지지 않은 링 모양인데, 양쪽 끝에 진동장치가 있었다. 여성 혼자 사용할 때 삽입과 클리토리스 자극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것은 이해가 되었지만 커플이 함께 사용할 수도 있다는 말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기자의 무지와 상관없이 커플용 바이브레이터는 2010년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으로 손꼽히는 독일 레드닷 디자인어워드(red dot award)와 이프디자인 어워드(iF award)에서 제품디자인상을 수상했다. 남녀 커플 바이브레이터로는 세계 최초 수상이다. 2012년 러시아에서 열린 국제 성인산업 전시회(X-Show)에서도 ‘올해의 성인용품상’을 수상했다. 그동안 성인용품 산업에서 후진국으로 분류됐던 우리나라의 위상을 한층 높인 셈이다. 또한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우수디자인(GD)으로 선정한 바 있다.

“처음부터 목표가 디자인 어워드 수상이었다. 신생업체가 남들과 다른 디자인을 내놓으면 경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3/6
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목록 닫기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民主情事’ 돕는 명랑완구”

댓글 창 닫기

2022/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