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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나를 만나는 행복에 오늘밤도 화장하고 치마 입는다”

여장 남자(Cross Dresser)

  • 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또 다른 나를 만나는 행복에 오늘밤도 화장하고 치마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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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나를 만나는 행복에 오늘밤도 화장하고 치마 입는다”

일본의 CD가 자신의 집에서 여장을 한 모습. 일본은 여장남자에 대해 우리보다 인식이 관대하다.

▼ 애인 거라고 하면 되지 않나.

“속옷이야 그렇다 쳐도 옷도 보통 여자 사이즈가 아니어서 안 통한다.”

▼ 의상이나 도구는 어떻게 보관하나.

“벽장 안에 넣어놓는다. 누가 놀러와도 벽장은 안 열어보니까.”

“상 남자가 많이 변했네?”



▼ 길거리를 다녀본 적도 있나.

“나는 아직 없다. 주로 게이 바나 트랜스젠더 클럽을 간다. 다른 CD들 중에는 길거리는 물론 나이트클럽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남자들은 잘 몰라봐도 여자들은 아는 모양이더라. 자기들끼리 귀엣말로 수군거리는 게 느껴진다고 하더라.”

▼ 게이 바 같은 술집에 가면 여자로 대접을 해주나.

“스태프들은 그렇게 해준다.”

▼ 그때 기분은.

“당연히 좋다. 목적이 달성됐으니까.”

▼ 무의식중에라도 여자 친구에게 헤어스타일이나 화장에 대해 알은체를 했다 오해받은 적이 있을 것 같다.

“있다.(웃음) 여자친구로부터 ‘상남자가 많이 변했다’는 소릴 듣는다. 내가 직접 여자 옷과 속옷도 입고, 스타킹에 하이힐도 신고, 액세서리까지 하다보니 여자에 대해 조금은 더 이해하게 됐다. 외출할 때 남자는 샤워하고 눈에 띄는 아무 옷이나 입고 신발 신으면 끝이지만, 여자는 절차가 복잡하다. 옷을 정하면, 옷에 맞는 화장을 해야 하고, 옷에 맞는 구두, 액세서리 하나하나 신경을 써야 한다. 그래서 이젠 여자친구가 늦어도 화를 안 낸다. 안타까운 건 있다. 그날그날 여자친구의 화장을 평가하게 됐다. 아이라인 눈꼬리를 잘못 뺐다든지 화장이 잘 안돼 있으면 다시 하라고 말하고 싶은데, 차마 못하겠더라.(웃음)”

▼ 화장은 자신 있는 모양이다.

“뜨거나 뭉치지 않고 파우더를 얼굴 전체에 고루 펴 바를 수 있을 정도는 된다. 아이라인과 입술을 바르는 것도 이젠 별 문제 없다.(웃음)”

남자가 여자 옷을, 그것도 속옷까지 입으려면 많은 노력과 고통이 뒤따를 것 같다. 특히 몸매를 드러내기 위해 핫팬츠나 미니스커트처럼 딱 붙는 옷을 입으면 남성 성기가 거치적거릴 뿐 아니라 ‘남자’란 걸 들키게 되기 때문이다.

‘탁(tuck)’과 ‘고간(고사이)’

▼ 여장할 때 성기 부분은 어떻게 하나.

“다른 CD들은 테이핑을 하거나 접착제로 고정한다고 하는데, 아파서 못하겠더라. 그냥 여자 속옷 입고 스커트를 여유 있게 입는다. 전문가 중에는 ‘탁(tuck)’이나 ‘고간(고사이)’이란 방법으로 여성 성기 모양을 만든다고 하는데,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라.”

▼ 가슴은 어떻게 만드나.

“가슴이 파이지 않은 옷을 입을 때는 브라에 뽕을 넣는다. 파인 옷을 입을 때는 누드브라라는 실리콘이 있다. 이걸 45도 각도로 붙인 다음 살을 끌어모은 후 뽕브라를 하면 여자 가슴처럼 보인다. 그런데 여름엔 땀 때문에 실리콘이 떨어져 할 수 없다.”

▼ 제모도 해야 하지 않나.

“다리와 겨드랑이 제모는 평소 꾸준히 한다. 여자친구에겐 원래 털이 별로 없는데다 여름에 반바지 입으려 밀었다고 핑계를 댄다.”

▼ 여자 옷이나 하이힐은 어떻게 구입하나.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입하기는 좀 그래서 인터넷으로 산다. 그러다보니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사고 나서 내 덩치가 생각보다 크구나 하는 걸 느끼곤 한다. 일반 쇼핑몰은 내 사이즈에 맞는 게 없어 빅사이즈몰에서 해결한다. CD들의 가장 큰 고민이 물건을 택배로 받는 거다. 택배박스에 물품명이 기재돼 집이나 회사에서 수령하기 곤란하기 때문이다. 전에는 CD카페에서 대신 받아주곤 했는데, 요즘은 근처 편의점에서 택배를 수령할 수 있어 자주 애용한다.”

“또 다른 나를 만나는 행복에 오늘밤도 화장하고 치마 입는다”
▼ 이 정도에서 멈춰야겠다는 생각은 안 드나.

“지금 상태에서 더 나아가지 않을 생각이다. 결혼하면 그만 해야지 싶다. 그런데 주위에 결혼한 분들에 따르면 CD는 접는 게 아니라 잠시 쉬는 거라고 하더라. 결혼을 해도 끊을 수 없다고. 담배도 내가 마음먹으면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끊는 게 쉽지 않은 것처럼 이 생활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아직 결혼을 안 해서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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