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호

“정윤회 ‘2차 충격파’ 오면 상황 커질 것”

‘MB의 입’ 이동관 前 청와대 홍보수석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입력2015-01-22 11: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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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윤회 ‘2차 충격파’ 오면 상황 커질 것”
    최근 서울 홍제동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에서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측근인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을 만났다. 이 전 수석은 지난해부터 이 대학 총장을 맡고 있다. 총장실엔 재임 시절 이 전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이 함께 모여 환하게 웃는 사진이 걸려 있다. 소파 옆 탁자엔 이 전 대통령이 보낸 난(蘭)도 잘 자라고 있다.

    “저기 나온다…잠깐만요, 이 장면 좀 보고요….”

    이 전 수석이 리모컨으로 벽걸이TV의 볼륨을 높였다. 오토바이 사고로 인한 하반신 마비 장애를 극복하고 2월 이 대학 연기예술과를 졸업하는 가수 강원래의 사연이 소개됐다. “인생, 한번 넘어져도 괜찮아요. 나는 계속 꿈을 꿉니다.” TV 화면 속 강원래의 말에 이 전 수석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최근 정국 현안에 대해 이 전 수석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실세 수석’을 지내 지금의 청와대발(發) 파문에 대해 잘 알 것 같았고, 이 전 대통령 측근이라 자원외교 국정조사(국조) 같은 ‘여의도 핫이슈’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을 것 같았다.

    “비서실 內 비서실”



    ▼ 1월 12일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을 보셨나요.

    “일하면서 대충….”

    ▼ 총평을 한다면.

    “성의 있게 다가가는 모습이었어요. 유머도 섞어서. 진일보한 소통의 노력? 그러나 상황 인식이 국민 생각과 조금 거리가 있어요. 결국 상황 인식이 문제인 것 같아요. 경제와 통일에 대해서도 원론을 되풀이하는 듯했고. 세월호 겪고 국가안전처 만든 뒤 환풍구 사고, 의정부 화재사건 났죠. ‘안전한 나라 만들겠다’는 다짐이 없었던 것도 좀 아쉬워요. 국민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것이 ‘안전한가’ ‘먹고살 만한가’인데….”

    기자회견에서 대면보고와 관련, 박 대통령은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면 지금까지 했던 대면보고를 조금 더 늘려나가는 방향으로 하겠습니다마는”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배석한 장관들을 뒤돌아보며)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라고 했다. 이어 질문한 기자에게 “청와대 출입하면서 내용을 전혀 모르시네요”라고 했다. ‘대면보고를 늘릴 필요가 별로 없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박 대통령은 “옛날에는 대면보고만 해야 됐지 않습니까? 전화도 없고, e-메일도 없고. 지금은 여러 가지 그런 것이 있어서 어떤 때는 대면보고보다도 그냥 전화 한 통으로 빨리빨리 하는 게 더 편리할 때가 있어요”라고 말했다.

    “21세기에 있을 수 없는 일”

    이른바 ‘문고리 권력’ 세 비서관 외에 수석비서관들이나 장관들이 박 대통령 대면보고를 거의 못 한다는 이야기가 많다. 이와 관련된 이 전 수석과의 대화다.

    ▼ 이명박 정부 때 대통령과 수석들 간 커뮤니케이션은 어땠습니까.

    “이 대통령 앞에서 자주 수석들끼리 갑론을박했죠. 대통령은 그냥 놔두고.”

    ▼ 이 전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대면보고를 자주 받았나요.

    “수시로 하는 거죠. 저 같은 경우엔 아침저녁으로. 마음대로 했는데….”

    ▼ 실세셨으니까(웃음). 다른 수석들은….

    “다른 수석들도 얼마든지. 총리, 장관도요. 엊그제 정운찬 전 총리를 만났는데, 지금은 없어졌지만 그분은 주례보고를 했다니까요. 지금 대통령은 관저에 오래 계신다고 그러는데, 이 전 대통령은 오전 7시 40분이면 집무실에 와요. 이후 계속 만나요. 인사 문제 같은 거 건의할 때 두세 명이 우르르 갑니다. 그러면 ‘또 뭔 이야기하려고 몰려오는 거야?’ 하시죠. 지금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는 (대통령 말씀) 받아 적기만 한다면서요? 우리 회의는 서로 남의 말에 코멘트하고…오죽하면 ‘봉숭아학당’이라고 했다니까.”

    ▼ 하지만 그때도 ‘소통이 안 된다’고 언론이 떠들었는데….

    “우리도 한다고는 했지만 야당과의 소통, 반대 진영과의 소통, 국민과의 소통이 미흡하다고 했죠. 그러나 대통령과 수석·총리·장관 간 소통은 잘됐어요.”

    ▼ 그때도 부속실이 셌나요.

    “김희중 씨가 부속실을 맡았는데, (지금의 세 비서관처럼) 김씨는 의원 시절부터 이 전 대통령을 모셨어요. ‘절대로 문고리 권력 행세하지 말라’ ‘누구는 오고 누구는 오지 말라는 말 함부로 하지 말라’고 하루에도 두세 번씩 대통령에게 깨졌다고 해요. 나쁘게 표현해서 쥐 잡듯 했어요. 문고리가 없었어요. 다들 하도 밀고 들어오니 대통령이 피곤할 정도로.”

    ▼ 문고리 권력이 생기느냐 안 생기느냐는 통치자의 의지에 달렸다?

    “두말하면 뭐하겠어요. ‘내게 올 땐 여기 비서 통해서 와’ 그러면 거기에 힘이 실리죠.”

    ▼ 지금 문고리 권력 문제가 심각한가요.

    “들리는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심각한 거죠. ‘비서실 내(內) 비서실.’ 더구나 세 비서관이 분야까지 나눠 맡았다면 실제론 그 사람들이 비서실 자체죠. 다른 수석들은 그 동심원 바깥에 있는 거고. 총리와 장관들도 마찬가지고요.”

    ▼ 그 소수로만 나라 전체를 어떻게 통치하죠? 그럭저럭 할 수 있나 보죠?

    “박 대통령이 ‘심부름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물론 비서실 사람들은 다 심부름하는 거죠. 박 대통령이 세 비서관 통해 문서로 보고받고 이러는 게 사실이라면 지금 세 비서관이 청와대 전반을 ‘필터링’하는 셈이죠. 이 전 대통령은 수시로 수석 만났고 행정관도 배석하게 했어요. 문고리는 물론 수석에게도 필터링 안 당하려고. 왜 대면보고가 필요하냐 하면, 지금 저와 만나서 인터뷰하는 거, 서면으로 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 체취나 진의(眞意), 뉘앙스가 전달될까요”.

    ▼ 안 될 것 같아요.

    “제가 다 다듬어서 말썽 될 만한 내용은 아예 빼고 그러겠죠. 이렇게 만나서 하면 그러지 못하죠. 아, 요건 흥분하는구나, 저건 말하고 싶은데 참는구나, 이런 게 보이죠.”

    ▼ 박 대통령은 ‘대면보고나 서면보고나…’ 이런 뜻으로 말하는 것 같은데요.

    “상당히 큰 차이가 있는 거죠.”

    ▼ 수석들이 대면보고를 거의 못하는 건….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입니다, 21세기 국가에선. (미국 드라마) ‘웨스트 윙’처럼 대통령이 지나가다 수석실에 쑥 들어가서 ‘어이, ○○○, 뭐 하고 있어?’ 이렇게는 못할망정….”

    “박지만, 정확하고 사심 없어”

    박 대통령은 ‘정윤회 문건’과 관련해, “검찰에서 철저하게 수사한 결과 그것이 모두 허위이고 조작됐다는 것이 이미 밝혀졌다”고 말했다. 입길에 오른 인사들의 거취와 관련해선 “우리 비서실장께서는 정말 드물게 보는 사심이 없는 분” “세 비서관은 교체할 이유가 없다. 그런 비리가 없을 거라고 믿었지만 이번에 대대적으로 다 뒤집고 그러는 바람에 진짜 없구나, 하는 것을 저도 확인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수석은 “국민 60%가 ‘국정농단 있었다’ ‘검찰수사 믿기 어렵다’고 한다. 원래 스캔들이나 게이트가 커지는 것은 ‘아, 그런 것 같다’는 여론 때문이다. 자꾸 아니라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비판하는 쪽에선 “박 대통령은 검찰에 ‘문건 내용은 허위’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그대로 수사결과가 나오니까 그 결과를 근거로 ‘문건 내용은 허위’라고 결론 냈다”고 봅니다.

    “대통령이 말한 대로 수사결과가 나오니 가이드라인 의혹이 나오는 것 아닌가요? 대통령이 수사결과를 근거로 ‘3인방 문제없다’고 말하는 건 국민 정서와는 거리가 있는 것 같아요. ‘격화소양(隔靴搔·#53261;)’이라고, 국민은 발이 간지럽다고 하는데 대통령은 신발을 긁는 셈이죠. 저도 들은 이야기가 많지만, 진실은 또 언젠가 드러날 수 있어요. 대형 스캔들은 통상 의혹이 불거졌다 가라앉았다 다시 불거지는 식으로도 진행되죠.”

    ▼ 정윤회 사건 관련해 들은 이야기가 많다….

    “네. 이야기가 많아요. 정윤회 씨 아는 분, 최순실 씨 아는 분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그분들이 (자신에게 어떤 불이익이 올까봐) 기자에겐 이야기를 안 해요. 지진 때도 P파, S파가 있잖아요. 1차 충격파가 오고 잠잠해집니다. 하지만 2차 충격파가 오면, 그땐 상황이 커집니다. 그런 게 오지 않기를, 문건 내용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죠.”

    ▼ 정윤회 문건 생산 라인인 조응천 전 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을 아시는지.

    “조 전 비서관은 모르고, 박 경정은 정보를 다루는 사람들에 따르면 유능하고 만만치 않은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 조 전 비서관은 정윤회 문건이 60%는 사실이라고 말하는데, 무슨 뜻일까요.

    “6하 원칙에 오류가 있을지 모르지만 큰 흐름에서 자신이 그동안 지득한 정보·첩보의 흐름과 맞는다는 말이겠죠.”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은 “그런 바보 같은 짓에 말려들지 않도록 정신을 차리고 살아야 된다”고 했다. 정윤회-박지만 권력투쟁설의 한 축인 동생 지만 씨를 두고 한 말이라는 해석이 많다.

    이에 대해 이 전 수석은 “원래 손아랫 사람은 다 모자라 보이는 거다”라면서도 지만 씨에 대한 좋은 인상을 전했다. 그는 “이런저런 경위로 2012년 대선 전 박지만 씨를 우연히 만난 일이 있다. 지만 씨는 누나인 박 대통령을 끔찍이 생각하더라. 상황을 보는 인식이 정확하고 사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유진룡 지인들에게서 들어”

    정윤회 문건이 문고리 3인방을 겨냥한 것이라면, ‘문체부 인사’ 논란은 박 대통령과 직접 관련된 것이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2013년 8월 유진룡 전 장관을 불러놓고는 수첩을 꺼내 문화체육부 노모 국장과 진모 과장의 이름을 거명한 뒤 ‘나쁜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유 전 장관은 이에 대한 ‘조선일보’의 확인 요청에 “대충 정확한 이야기”라고 증언해 파문이 확산됐다. 유 전 장관은 “정(윤회)씨 쪽에서 (자신이) 요구한 것을 안 들어주고 자신까지 조사대상이 됐다고 해서…괘씸한 담당자들의 처벌을 (박 대통령에게) 요구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유 전 장관이 지어내서 한 말일까요.

    “저도 비슷한 이야기를 유 전 장관과 친한 사람들에게서 들었어요. 일반론으로 하는 말인데, 세상은 좁고 비밀은 없어요. 유 전 장관 본인이 적극적으로 말한 게 아닌 것 같아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처럼 말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울분을 토로한 것이 전달된 것 같아요. 유 전 장관의 처신은 온당치 않다고 봅니다. 대통령을 모신 장관으로서 그런 말을 안 하는 게 좋았죠. 그러나 그의 말을 일축하기에는 여운이 있는 거죠.”

    ▼ 전 청와대 홍보수석으로서 박 대통령의 화법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상당히 파워풀하죠. 그러나 국정 최고지도자는 다듬어진 워딩(wording)을 구사하는 게 좋아요. 물론 레이건이 고르바초프를 만나 ‘이 장벽을 당장 부수시오’라고 했고, 부시는 ‘악의 축’이라고 했죠. 파워풀해서 좋았지만 ‘악의 축’ 발언은 후폭풍을 맞았죠. 박 대통령의 ‘진돗개’ ‘살점이 완전히 뜯겨 나갈 때까지’ ‘쳐부술 원수’ ‘기요틴’ ‘암 덩어리’ 이런 말들은 조금 과해 보여요. 부드럽게 말하면 권위가 서는데, 강하게 자주 말하면 권위가 떨어져요.”

    ▼ 참모가 써준 것일까요, 박 대통령 본인이 생각한 것일까요.

    “본인이 많이 생각했을 거예요. 이 전 대통령이 최근 ‘구름 같은 이야기’라고 말한 것이나 재임 때 안철수 현상을 가리켜 ‘올 것이 왔다’고 말한 것이나 직접 만든 워딩이죠.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 ‘손톱 밑 가시’ 이런 건 좋았어요. 다소 물에 물 탄 듯하더라도 참모들이 준비한 메시지를 기본으로 삼는 게 좋죠.”

    이 전 수석은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비서실장의 국회 출석 명령을 거부하고 사표를 낸 사건에 대해 “오죽 받쳤으면 그랬을까 생각도 하지만, 있을 수 없는 항명”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특보를 두겠다고 한 것과 관련해선 “집은 그대로 두고 옥탑방 하나 올리는 식이 되어선 안 된다. 운영의 묘가 중요하다. 근본적 리모델링을 하면 더욱 좋겠지만…”이라고 했다.

    “5년마다 國政 ‘초기화’”

    그는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국정조사에 대해 “PC를 초기화하듯, 5년마다 국정(國政)을 초기화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 자원외교 국조를 ‘큰 틀’에서 어떻게 평가하나요.

    “우리 정치의 ‘분지(盆地)적 사고’를 보여주죠. 후유증이 곳곳에서 나타나요. 셰일가스도 다 돼 있던 것을 이번에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갤러리’가 지켜보는 걸 염두에 두면서 ‘플레이’ 하셔야죠.”

    ▼ 갤러리란 경쟁국?

    “예를 들어 4대강 가지고 정치 공세 할 때 싱가포르의 중국계 언론이 대서특필했죠. 한국은 태국 물 관리사업 수주 경쟁자니까. 우리 내부에서 자해를 하는 거니 얼마나 좋았겠어요.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할 때도 야당에서 얼마나 헐뜯었습니까. 우리한테 수주 뺏긴 프랑스 언론이 신 났죠. 자원 개발도 비슷하게 갈 것 같네요. 중국이 연간 300억 달러 투자해 전 세계 자원을 싹쓸이하려 하고 일본도 우리의 3배를 써요. 한 야당 의원이 ‘참여정부 때 8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MB 정부는 왜 이리 많이 투자했느냐’고 비난해요. 속된 말로 ‘무식하니 용감하다’고, 할 말이 없습니다.”

    “정윤회 ‘2차 충격파’ 오면 상황 커질 것”

    이동관 전 수석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점점 더 좋아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 국고 낭비 같은 심각한 문제가 있으니 야당이 이슈화하는 것 아닐까요.

    “이라크 유전개발은 이미 성과가 나오고 있어요. 백서를 찾아보니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도 후기로 썼더구먼. 포탄 쏟아지는 데 들어가서 피와 땀으로 건져낸 겁니다. 자원외교는 수확 기간이 길어요. 새 정부 들어 고작 2년 됐는데 정쟁화해 어쩌자는 건지. ‘불난 집에서 티밥 주워 먹겠다’는 심산 같아요. ‘2년 내 경제 모멘텀을 만들지 않으면 잃어버린 20년으로 간다’는데, ‘경제 골든타임’에 정쟁만 하려 드니. 자원개발에 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깎아내리려고만 하죠.”

    ▼ 여당은 왜 동의해줬을까요.

    “공무원연금 개혁과 빅딜한 거죠. 이걸 좋게 보면, ‘진흙탕에서 연꽃을 피우겠다’는, 즉, 국조 해봐야 별로 나올 것 없으니 이건 주고 연금은 받자는 취지겠죠. 이해는 가지만 국가적 과제를 정치적 흥정으로 주고받는 것은 정도(正道)는 아니죠.”

    이 전 수석은 “4대강도 지금 ‘잘한 사업’ 쪽으로 결론이 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수출이 호황이었고 세계 금융위기에서 탈출했으며 국가 브랜드 이미지도 향상됐다. 향후 이명박 정부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점점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야당뿐 아니라 현 정부의 청와대도 4대강 사업에 대해 비판적인데요.

    “현 정부의 총리실이 전문가 수십여 명을 동원해 조사한 결과, 사업의 90%는 잘됐고 10%는 문제가 있다는 것 아닙니까. 홍수·가뭄 방지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어요. 최근 ‘극심한 홍수 피해’ 들어본 적 있나요? ‘논바닥 쩍쩍 갈라졌다’는 뉴스 나온 적 있나요?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내린천 이재민 수백 명’ 이랬어요. 갑자기 ‘지구 환경’이 바뀌었습니까.”

    “뭘 밝히자는 게 아니에요”

    ▼ 수질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습니다.

    “일부 구간에 정체현상이 있지만, 지속적으로 보완해 해결할 수 있어요. 기본적으로, 수량이 풍부해지면 수질이 좋아집니다. 2012년 3월 사실상 4대강이 완공된 후 2014년 11월까지 누적 5500만 명이 다녀갔어요. 자전거길만 720만 명이 이용했고요. 누적 방문객 1억 명이 넘으면 4대강에 대한 국민적 평가도 완전히 바뀔 거라고 봐요.”

    ▼ 4대강을 비난하는 사람은 여전히 많죠.

    “국책사업이라면 무조건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국책사업반대 인명록’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들이 덧씌운 이미지가 오래가는 거죠. 이들은 인천국제공항 만들 때도 ‘지반 침하한다’고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활주로 바닥 안 꺼졌어요. 우리 정치엔 조선 당쟁의 DNA가 뿌리박혀 있다고 봐요. 이율곡 선생이 유림의 영예인 문묘에 배향되는 데에 110년 가까이 걸렸어요. 서인노론과 동인남인 당파싸움 때문이죠. 반대진영의 논리는 무조건 반대하는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 이 전 대통령은 어떻게 보고 있을지….

    “제가 말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을 겁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좀 더 생각하는 정치권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계시죠.”

    ▼ 국조에 이 전 대통령과 형인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이 출석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이 국조는 뭘 밝히자는 게 아니에요. 정치 공세의 장이 될 게 뻔해요. 거리낄 것도 없지만 뭘 잘못한 게 있어야 나가죠. 공화당 출신 부시 전 대통령이 있지도 않은 대량살상무기를 근거로 이라크전쟁을 일으켰어요. 미군 사망자가 4000명이 넘었어요. 우리 같으면 ‘대량살상무기 정보조작 의혹’이니 하며 청문회 열 번도 더했을 겁니다. 하지만 민주당 출신 오바마 대통령은 한 번도 잘못된 전쟁이라고 비난한 적이 없어요. 강한 나라가 되려면 영속성, 누적, 점진적 업그레이드, 이런 게 필수예요. 우린 이런 게 잘 안 돼요.”

    이 전 수석은 “5년마다 전 정권 청산하고 단절하면 이 나라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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