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호

클로즈 업

전희경 ‘임종석과 주사파’ 재론하다

“그분들이야말로 한국서 가장 수구적”

  • 입력2018-02-25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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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이념형 우파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1899~1992), 루드비히 폰 미제스(1881~1973)의 사상 궤적을 걷는다. 하이에크와 미제스의 경제적 자유주의는 영어 표현으로 리버테리어니즘(libertarianism)이다. 자유로운 개인이 꾸려가는 자기조정시장을 믿는다. 리버테리언(libertarian)으로서 한국 사회에 마르크스의 유령이 배회하고 있으며 그것은 반(反)대한민국적 사고라고 일컫는다. 2월 1일, 9일 전희경 대변인과 대화했다.

    “웬 주사파냐? 웬 색깔론이냐?”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국정감사 이후 대화했나. 

    “그럴 기회가 없었다.” 

    그는 지난해 11월 6일 국정감사에서 “주사파·전대협이 장악한 청와대”라고 말했다가 임종석 실장으로부터 “겪어본 가장 큰 모욕”이라는 언사를 들은 후 페이스북에 “정곡을 찔리면 아픈가? 청와대 장악한 전대협의 반미의식 질의하자 이성 잃은 임종석 비서실장”이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을 공유했다. 






    ‘주사파 청와대’라는 표현은 과하다. 

    “과하단 생각 들지 않는다. 시간이 넉넉했으면 집요하게 질의했을 거다. 임종석 실장 워딩이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는데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했다더라. 나는 다르게 본다.” 

    임종석 실장은 당시 “5·6공화국 때 정치군인들이 광주를 군화로 짓밟고, 민주주의를 유린할 때 의원님이 어찌 살았는지 모르겠다. 저는 인생과 삶을 걸고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했다. 그 정도로 말씀할 정도로 부끄럽게 살지 않았다”고 답했다. 

    “영화 ‘1987’이 각광받았다. 권위주의 시절 대한민국 진일보를 열망한 이들이 거리로 나온 것이다. 학생들도 그렇고 넥타이부대도 그렇다. 그분들이 산업화 이후 민주화에도 성공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국민들이 ‘나라가 잘돼야 한다’면서 이뤄낸 성취의 이면에 대한민국 체제의 전복을 꿈꾼 사람들이 있었다. 북한이 원하는 방식으로 통일해도 무방하다고 여겼으며 민족이 하나 된 주체의 시대가 열린다고 본 이들이 지금 청와대와 권력의 핵심에 있다. 민주화를 자기들 것인 양, 자신들만의 성취인 양 얘기하는 건 기만이다.”

    "‘민족끼리’에 손뼉 치던 시대 지났다”

    그때는 주사파였다 해도 지금은 아니잖나. 

    “저도 못 들은 답을 들으셨나? 30년이 지난 오늘날 웬 주사파냐? 웬 색깔론이냐? 한다. 임종석 실장 등은 전대협 활동 이후 전향했다는 얘기를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권력 핵심에 한두 명도 아니고 비서실장을 필두로 다수가 포진해 있다. 그때 자신들이 걸은 길과 지금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물어야 하고, 답할 의무가 있다. 임종석 실장은 내 질문에 대한 답변은 교묘하게 회피하면서 전형적인 ‘수구’ 386 운동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임종석 실장이 ‘당신은 뭐 했냐’는 식으로 묻더라. 뭐 했나. 

    “다섯 살이었다. 임종석 실장은 중학생이던 것으로 안다.” 

    전희경 의원은 1975년생이다 

    진보 세력에 수구 딱지를 왜 붙이나. 

    “안보 면에서 초유의 국가 위기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참모들의 대북관으로 어떻게 국가를 운영할지 선명하게 얘기해보라는 게 임종석 실장에 대한 질문 취지였다. 핵실험을 6회나 했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는 이 시점에서도 평양올림픽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북한에 굴종적, 굴욕적이다. 하나도 안 바뀐 것이다. 국민들이 ‘민족끼리’나 ‘평화’라는 말에 손뼉 치며 옳다고 생각하는 시대가 지났다. 그분들이야말로 한국에서 가장 수구적이라는 얘기를 들어야 마땅하다.” 

    주제를 바꿔 지방선거 얘기를 해보자. 

    “뭐가 그렇게 바쁘나. 그날 이후 임종석 실장이 국회의원 시절 국회에서 한 발언과 행적을 살펴봤다. 유엔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될 때 비판의 목소리를 냈더라. 북한 저작권 관련한 사안을 알토란같이 챙겨놓은 것은 아나.” 

    임종석 실장이 설립을 주도한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은 ‘남북 저작권 교류 사업’을 통해 2005년 북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및 저작권 사무국’과 협약을 맺고 KBS·MBC·SBS 등 방송사와 출판사, 온라인 교육업체 등 북한 저작물을 사용하는 국내 업체들로부터 저작권료를 대신 받아 북한에 지급했다. 

    “북한 저작권 관련 사업 같은 것을 알토란같이 챙겨놓고는 바뀐 시대와 참 동떨어져 살고 있다. 민주화 이후 나고 자라 공부하고 국제화되고 세계화된 세대들이 갖는 북한에 대한 인식과 세계 속의 대한민국 위상에 대한 생각을 유독 386 수구 운동권들만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정의와 도덕과 인권에서 가장 참혹한 북한에는 눈을 감는다. 임종석 실장은 대통령 아래의 최고 컨트롤타워이기에 이제는 입을 열어야 한다. 나는 아직도 답을 기다리고 있다.” 

    지방선거 얘기를 하자. 경북을 제외하고 자유한국당이 전패한다는 전망마저 나오더라.
     
    “어려운 건 사실이다. 대통령선거 후 1년 만에 치르는 것으로 그냥 선거여도 여당에 유리한데 여권이 보수 궤멸까지 시도한다. 보수 정부 시절의 모든 것을 적폐라고 몰아세우고 있다.” 

    보수가 분열돼 있기도 하다. 

    “2016년 20대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새누리당이 개헌선을 넘을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한 달 동안 공천 실패와 국민에게 드린 실망으로 얼마나 처절하게 무너졌나. 민심은 무섭다. 국민들이 형형한 눈빛으로 시시각각 정치권을 바라본다. 최저임금 논란, 헛발질하는 교육정책, 원전 문제 등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이 누적되고 있다.” 

    바른미래당도 광의의 보수정당이다. 안철수+유승민의 정당이 잘할까. 

    “양시론, 양비론의 시류 편승일 뿐이다. 우파와 좌파 정당을 자임하는 양쪽에서 환영받지 못해 이탈한 세력이 특단의 정답이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자신들만이 개혁 세력인 양 몸담았던 세력에 발길질하면서 모였다. 참으로 무책임한 행태다. 그것이야말로 반개혁적이지 않은가. 개혁과 참신성, 희망을 말하는 것은 포장지일 뿐이다. 그것도 그럴싸한 포장지가 아니라 양비론, 양시론의 비겁한 포장지다.” 

    보수정치는 몰락한 건가, 추락한 건가, 위축된 건가. 

    “보수정치를 시작해보지도 못했다. 안보 부분에서는 보수의 정체성을 갖고 실현해온 정당이지만 보수의 본령 중 하나인 자유롭고 규제가 없는 시장경제에 대한 인식은 왼쪽으로 향한 게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는 광우병 사태 이후 중도실용을 앞세웠으며 박근혜 정부는 경제 민주화를 필두로 집권했다. 집권을 위한 고육지책이거나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정치적 수사일 수는 있겠으나 보수의 가치를 담아내는, 제대로 된 보수정당의 출발은 나대지에 가까울 정도로 황폐화된 이 순간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反)기업, 반시장 정서에 맞서 당장은 잃는 것 같아도 설득하고, 설명드리는 게 보수를 자임하는 정당으로서의 책임정치다.” 

    박근혜 정부의 실패지 보수주의의 실패는 아니다? 

    “그렇다.”

    “어떻게? 세금 써서! 필패로 가는 길”

    청년 일자리 문제가 뜨거운 감자다. 

    “1월 31일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의 국회 연설을 들으면서 ‘이 사람들은 경제도 정치화하는구나’ 싶었다. 경제는 경제 논리로 풀어야 하는데 정치 논리로 다룬다. 그 사람들이 내놓는 정책의 최고봉은 강자의 것을 빼앗아주겠다, 뭐 이런 거다. 최저임금 이런 것도 임금을 지불하는 영세 자영업자는 강자, 임금을 받는 근로자는 약자라는 것이다. 정치 논리 아닌가.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일하고 싶을 때 나가서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제1의 급선무로 중요하다. 최저임금을 강압적으로 올리니 아직 발도 떼어보지 못한 청년 세대에 가혹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결과가 좋을 수도 있다. 정책의 결과를 판단하기 이르다. 

    “강자와 약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이분화해 무조건 위에 맞춰주겠다? 어떻게? 세금 써서! 필패할 수밖에 없다. 그 실패는 노동시장에 진입해보지도 못한 청년들에게 돌아간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이야기하지 않았나. 그런데 일본은 일자리가 넘쳐 구직난이 아니라 구인난에 허덕인다. 일본이 어떻게 했는지, 프랑스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학습해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의 모델이 되는 국가는? 글쎄요, 문재인 대통령은 아직도 부탄이나 베네수엘라를 생각하시는지 그게 참 답답한 지경이다.” 

    평창올림픽 개막식에서 한국과 북한 선수들이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했다. 어떻게 봤나. 

    “우리나라 선수단이 우리나라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태극기를 들고 입장하지 못했다. 선수단복에서도 태극기가 떨어져 나갔다. 핵을 소형화해 미사일 탄두에 탑재해 싣기만 하면 될 만큼 북한 핵이 고도화했다. 이런 와중에 단일팀이니 하는 보여주기 식 평화가 필요했나? 철저한 고립과 압박이 오히려 요구됐다. 북한은 축제의 장에 초대받을 최소한의 자격도 상실했다. 100번 양보해도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꿈과 기회를 박탈하면서 단일팀을 결성한 것은 잘못이다. 단복에서 태극기가 떼어지고 손글씨로 쓴 것 같은 애국가 가사도 삭제됐다. 우리가 올림픽을 왜 하나? 국가 세일즈 효과뿐 아니라 스포츠 축제를 통해 국민의 결속과 자부심을 다지는 것이다. 태극기를 내려놓으면서 남남갈등마저 벌어졌다. 올림픽이 가져올 효과의 상당 부분이 망가져버린 것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위장평화 공세에 깊숙이 빠져들고 있다”고 봤다. 2월 10일 페이스북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조공 바치고 김정은 알현 윤허를 받다? 이게 나라냐!”라고 썼다. 

    ‘평양올림픽’ 프레임은 과했다. 역풍 맞지 않았나. 

    “역풍이라고 생각 안 한다. 문재인 정부 지지 세력의 생각은 다르겠으나 평양올림픽이 돼버렸다고 생각하는 쪽에서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참여연대와의 공동 정권이라고 본다. 참여연대가 천안함 폭침을 부정하는 서한을 유엔에 보낸 것에 분개하는지 그분들에게 되묻고 싶다.” 

    아이스하키 단일팀과 관련해 젊은 층 여론이 나쁠지는 예상하지 못한 것 같더라. 

    “잘해보려다가 잘못하는 것이면 괜찮다. 역풍이 예측 가능한데도 ‘북한과는 손잡아야 돼’라는 생각으로 일을 그렇게 처리한 게 아닌가 싶다. 전대협 시절 사상 무장의 관점에서 남남갈등이 일어나더라도 그렇게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 국민들이 단일팀, 공동 입장을 한결같이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어리석은 거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으면 무서운 사람들이다.” 

    문재인 정부 대외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대미관계에서는 원심력, 대중관계에서는 구심력이 발동하는 정부다. 국내 여론을 의식해 ‘반미면 어떠냐’는 말은 못하나 미국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행동을 계속한다. 중국은 우리와 엄연히 체제를 달리하는 국가인데도 협력을 도모할 대상이라고 여긴다. 중국에 눈짓을 보내면서 베이징을 견제하는 미국의 반발을 산다. 이번에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세이프가드를 발동한 것에도 걱정이 든다. 세상에 자로 잰 듯이 딱딱 칸막이된 원인과 결과가 어디 있나? 뭉뚱그려서 하나의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가 겪는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과 내는 엇박자가 경제에 미칠 파급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안보와 외교 문제를 잘못하는 게 문재인 정부의 제1번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좌파정책 강요는 정부의 헛발질”

    전희경 의원은 자유로운 개인이 꾸려가는 자기조정시장을 강조하는 리버테리언이다. [박해윤 기자]

    전희경 의원은 자유로운 개인이 꾸려가는 자기조정시장을 강조하는 리버테리언이다. [박해윤 기자]

    대외정책으로 인해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떨어지리라고 보나. 

    “안보와 외교 면에서의 잘못은 찬반 논쟁으로 프레임이 짜일 공산이 크다. 1번 잘못이 외교·안보 사안에 있으나 대외정책의 실패로 인한 지지율 타격은 오히려 작을 수 있다. 지지율 추락은 설익은 좌파 정책의 강요에서 오는 생활의 불편에서 시작될 것이다. 정치에 별 관심이 없더라도 당장 내 앞에서 벌어지는 정부의 헛발질로 인한 불편에는 강하게 분노하는 게 시민이다. 

    교육이라든지, 최저임금이라든지, 비트코인 사태라든지, 당장 개학하면 방과 후 수업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느냐 하는 문제,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사장님이 오늘부터 일하러 나오지 말라고 하면서 미안한데 최저임금을 못 맞춰줘서 그런다 했을 때, 어? 이게 뭐지? 하는 매우 실질적인 문제들 말이다. 

    문재인 케어? 국가가 건강 책임진다고 했는데 건강보험료가 이만큼 오르는 거야? 아, 그럼 결국 내 돈 내고 내가 가는 거야? 가만있어봐. 병원을 내가 몇 번 가더라? 결국 나는 안 가고 누군가는 가는데 내 보험료는 이렇게나 올라가는 거야? 이런 식으로 실상이 밝혀지면서 오는 정치적 타격이 훨씬 클 것이다.” 

    부작용이 나타나면 정책에 보정이 이뤄지게 마련이다. 

    “이 정부는 정책을 쉽게 바꾸지 않을 것 같다. 문재인 정부가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계승했다고 얘기하면서도 김대중 정부가 외환위기 이후 대한민국 사령탑을 맡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고자 공공부문 개혁을 누구보다도 열심히 했고, 민영화를 추진한 정부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DJ를 배워라? 

    “그렇게 해야 한다. 자신들이 신봉하는 DJ 정부가 공공부문 개혁과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그다음 정권도 있을 수 있었다. 노무현 정신을 얘기하면서 노무현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정부라는 점은 빼놓는다. 문재인 정부는 임시자(字)를 붙이고도 사드 배치 하나를 제대로 못했는데, 그 정부가 입만 열면 그 정신을 계승했다고 밝히는 노무현 정부가 한미 FTA를 하고,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결정했다. 그래서 임종석 실장에게 묻는 거다, 반미의식과 과거 운동권식 사고방식에서 벗어났느냐고. 정권이라는 게 열성 지지자들에게만 박수받고 끝나는 게 아니다. 문재인 정권의 실패는 단순히 이 정권의 실패가 아니라 국민의 실패면서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정당 대변보다 가치 대변할 것”

    야당이 어렵다. 대변인 노릇하기 힘들겠다.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그들이 야당이고 우리가 여당인 것 같다. 과거만 파댄다. 미래로 갈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캐비닛 열어 뭐가 나왔다의 연속이다. 과거로만 가다가 승정원일기는 안 나오나 모르겠다. 앞선 두 보수 정권에서 잘못된 것은 잘못된 대로 얘기돼야 하지만 보수주의의 가치가 잘못된 것으로 인식돼서는 안 되기에 정당의 대변인이지만 가치를 대변하려고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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