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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신문선과 허승표의 한국축구 부활론

“축구계 5대 부실구조 놔두고 월드컵 16강이라니?”

“축구계 5대 부실구조 놔두고 월드컵 16강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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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선 : 한 가지 덧붙일게요. 이동국도 그랬고, 최용수도 그랬는데 국내에서 뛰는 선수들이 너무 과대 포장돼 있어요. 선수들은 시장경쟁 논리에 따라 싸워서 이겨야 해요. 외국 프로팀이 한국 선수를 스카우트하기 전에 테스트하겠다는 것은 당연한 겁니다. 수백만 달러면 한국이 아니라 아프리카나 유럽에서 좋은 선수를 뽑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한국 선수들은 이런 사실을 몰라요.

프로선수 스카우트는 기업적인 시각에서 봐야 해요. 예를 들어 최용수는 안양 LG의 자산입니다. 그러면 최용수의 해외진출은 안양 구단이 알아서 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걸 정부가 나서서 외국으로 보내기만 하면 모든 게 된다는 식으로 도깨비 방망이처럼 생각하는데…. 내 생각은 달라요. 유럽의 프로팀들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다음 시즌에 보강할 선수들을 눈여겨보고 스카우트를 준비해요. 그래서 지금 보내면 후보로 앉아 코카콜라나 마셔서 배만 나와요. 괜히 살만 쪄가지고 오는 거예요. 그걸 모르고 정부에서는 그런 생각이나 하고, 정몽준 회장도 거기에 동의하고 있어요. 그쪽이야 ‘공짜’나 헐값으로 선수를 보내준다니까 테스트는 해보겠지요. 하지만 선수에게는 마이너스입니다. 안정환을 봐요. 페루자에서 한두 게임 시켜보고 안 되니까 빼잖아요. 그쪽은 철저한 시장논리로 선수를 기용합니다.

사회 : 선수의 기량을 향상시키는 문제는 장기적인 대책과 단기적인 대책이 동시에 논의돼야 할 것 같습니다. 축구계의 당면 과제는 눈앞에 다가온 월드컵에 대비해 선수의 기량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 하는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허승표 : 욕심을 부리면 안 됩니다. 결과를 정해놓고 거기에 맞추려고 하면 실패합니다. 우리 대표팀의 수준을 냉정하게 알아야 합니다. 기술위원회가 외국 감독을 영입한다고 하는데 명성을 중시해서는 안 됩니다. 세계적인 선수를 데리고 전력을 극대화시킨 감독이 한국에서도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축구를 잘 아는 감독이 선수들을 지도해야 합니다. 또 한 가지 한국축구가 유럽식으로 갈 것이냐, 남미식으로 갈 것이냐 하는 문제도 신중하게 판단해서 지도자를 선택해야 합니다.

신문선 : 경기력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4가지가 있습니다. 체력, 기술, 전술, 심리적인 요인입니다. 기술과 전술에서는 분명히 한국이 부족합니다. 따라서 나머지 두 요인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지를 연구해야 합니다. 전술적인 면에서는 한국 선수들의 특성을 잘 파악해서 꿰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1년 6개월 남겨놓고 기술적으로 떨어지는 부분을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정말 답이 없습니다.



사회 : 자연스럽게 지도자 문제로 넘어가는 것 같습니다. 한국축구 지도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더불어 지도방식의 문제점을 말씀해주시죠.



코칭스쿨 프로그램을 짜야

허승표 : 우리 축구의 지도자 자격시스템은 너무 취약합니다.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가보면 자질이 모자라는 사람이 축구를 지도하는 경우를 봅니다. 지도자 자질은 축구협회가 코칭스쿨 프로그램을 짜서 교육을 통해 끌어올려야 합니다. 기술위원회는 각급 학교 지도자들에게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할 의무가 있습니다.

신문선 : 지도자는 정말 공부해야 합니다. 이제 스포츠는 과학입니다. 과학을 도외시하면 결과는 참패만 있을 뿐입니다. 아시안컵을 예로 들지요. 아시안컵에 가기 전에 아랍 에미리트에서 4개국 친선대회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해외 일정이 약 한달로 짜였습니다. 스포츠생리학으로 볼 때 아시안컵에서 최악의 컨디션 사이클이 올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선수의 컨디션 사이클을 어디에 맞출 것인가는 지도자가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일본은 이번 아시안컵 예선전에서 승승장구했어요. 그런데 일본의 축구전문가들은 준결승과 결승을 걱정하고 있었어요. 그때 가면 컨디션 사이클이 떨어진다는 거지요. 그게 바로 과학이에요. 우리는 그런 걸 아예 생각조차 못 해요.

나는 21세기에 축구 감독을 하려면 선수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표팀 감독의 경우 프로팀에서 선수를 빌려다 쓰는 상황이니까 프로팀 감독이나 언론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해요. 프로 선수를 누가 가장 잘 알겠어요? 당연히 프로팀 감독이죠. 지난번 프랑스월드컵에서 우리가 참패한 원인을 보죠. 선수와 감독의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됐던 거예요. 언론과도 불편했고 프로팀 감독과도 좋지 않았어요. 그러다 보니 감독은 외롭게 싸울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스포츠조직론에 이런 말이 있어요. ‘유능한 감독이 되려면 유능한 코치를 만나야 한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줄 수 있는 사람을 열린 마음으로 맞아들여야 합니다. 지금 한국축구는 너무 폐쇄적입니다. 라이벌이면 어때요? 궁극적인 목표는 ‘victory’잖아요.

사회 : 우리나라 축구 감독들이 일부러 공부를 안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도자들이 문제점을 알면서도 개선하지 못하는 속사정이 있지 않겠습니까.

신문선 : 우리나라에도 이탈리아의 사키 감독 같은 지도자가 나와야 해요. 그 사람은 어린 나이에 무릎을 다쳐서 일찍 축구를 그만두었어요. 명문 프로팀에서 활약한 선수가 아니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이 됐어요. 한국에서도 축구를 열심히 공부한 감독이 성적을 내고 그 사람이 대표팀을 맡아야 해요. 국가대표팀 감독은 그 나라에서 최고의 감독으로 뽑힌 사람이 맡아야지요. 지나간 일이지만 차범근 감독이 K리그에서 우승한 적이 있습니까? 96년 아시안컵에서 박종환 감독이 망가지니까 정몽준 회장이 정치적인 논리를 갖고 차범근 감독을 선택한 겁니다. 대표팀 감독은 과거의 명성에 의존하지 말고 철저하게 시장경쟁 논리로 따져보아서 뽑아야지요. 그래야 끈질긴 생명력을 갖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도자를 어떻게 평가합니까? 과거의 명성, 협회와의 원만한 관계, 정치적 성향, 미디어와의 관계 등을 중시하잖아요. 이게 잘못됐다는 거예요. 유럽에서는 선수를 선발했을 때 성패의 80% 정도가 결정된다고 합니다. 한국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는 감독을 선임할 때 이미 80%가 결정된다고 생각해요.



감독은 사회적 경험도 쌓아야

허승표 : 우리 선수들은 너무 어릴 때부터 축구 밖의 사회와 단절돼 있어요. 중학교 때부터 수업에도 들어가지 않는 나라는 별로 없을 거예요. 그래서인지 몰라도 나중에 성장하면 사회인으로서 적응력이 많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인간적으로 좋은 친구도 많이 만나고 여러 가지 경험을 쌓아야 창의력도 생기고 지도자 생활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될 텐데, 우리 선수들은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어요.

영국에서 코칭스쿨을 다닐 때였어요. ‘대표팀 감독의 자질론’이라는 과목이 있었는데, 영국 사람들은 해박한 축구지식과 더불어 포용력과 인터뷰 능력을 중요한 덕목으로 꼽더라구요. 그래서 내가 “왜 인터뷰가 중요하냐”고 물으니까 “대표팀 감독은 그 나라의 얼굴이다. 인터뷰는 많은 지식과 인격적인 수양을 필요로 한다”고 말하더군요.

신문선 : 한국 지도자들은 너무 바빠요. 자기 직업에 만족하는 지도자가 많지 않아요. 중·고등학교 지도자들은 불행하게도 학교 용원이에요. 서무과와 임시로 계약한 사람이지요. 상급 학교에 많은 학생을 보내야만 유능한 감독으로 자리를 지킬 수 있어요. 그러니 상급 학교 지도자와 만나 술도 먹어야지, 고스톱도 쳐야지, 학부모도 만나야지….

아이들을 위해서 투자할 시간이 별로 없어요. 지도자는 계속 공부해야 하는데 돈이 없어요. 대학원을 가려면 한 학기에 200만 원 이상이 드는데 월급이 100만 원도 안 돼요. 그런데 이상한 건 일부 감독들은 차를 타고 다니면서 룸살롱에서 술을 먹어요. 그게 다 학부모 주머니에서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지도자들의 의식 개혁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선수가 나와도 성장하지 못하고 한계에 부딪히는 거지요.

운동을 마친 뒤에는 사회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하는데 그걸 못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융통성이 없어지고 남의 얘기를 듣지 않아요.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한국축구의 지도자들은 한쪽 눈으로만 보는 겁니다. 이건 축구뿐만 아니라 체육계 전반에 관한 얘기예요.

사회 : 심판 문제도 짚고 넘어가지요. 심판은 경기의 질에 영향을 끼치는 아주 중요한 요인이면서도 그동안 본격적인 논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허승표 : 심판 개혁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봅니다. 축구협회가 기본적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의도적인 실수나 음성적으로 오심을 유발하는 커넥션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경우엔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프로 같으면 리그에서 제외시키거나 심판 자격을 박탈하는 겁니다. 엄격한 룰을 공정하게 적용한다면 개선될 것으로 보입니다.

신문선 : 한국 심판의 수준은 아시아 최고라고 봅니다. 다만 우리 심판들이 좀더 국제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아시아축구연맹 심판위원장이 “한국 심판은 영어를 못한다”는 말을 했어요.

심판 불신풍조도 문제라고 봐요. 중·고등학교 경기가 끝나면 학부모들이 스탠드에서 뛰어내려와 자기 자식 보는 앞에서 심판 멱살을 붙잡고 “얼마 먹었느냐”고 따져요. 그런 일이 누적되다 보니 심판이 마치 부패집단인 것처럼 매도되고 있어요.

국내 심판들에게 물어보면 가장 힘든 게 경기 배정이라고 해요. 그건 공정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배치하면 해결될 것으로 봐요. 또 신상필벌은 냉정히 해야 합니다.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 페널티를 주면 됩니다.

그동안 축구협회는 심판위원장 자리를 놓고 끊임없이 갈등을 겪어왔어요.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 줄서기를 하고 좋은 심판도 나오지 못했어요. 그러니까 아시아 최고 수준의 자질을 갖추고도 실제 운동장에서는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왔어요. 이제 심판 스스로 자기 정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회 : 요즘처럼 축구협회에 대한 비판 여론이 뜨거웠던 때도 없는 것 같습니다. 축구협회는 한국축구의 컨트롤 타워라고 볼 수 있는데, 그동안 맡은 일을 충실히 해내지 못했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축구협회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해서 말씀해주십시요.

허승표 : 우선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봐요. 지금까지 축구협회 회장은 외부에서 모셔왔어요. 그건 축구에 돈이 많이 들어가니까 돈 쓸 분을 찾았던 거죠. 최순영 회장, 김우중 회장, 정몽준 회장이 그런 경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분들 말씀 중에 축구인들을 가슴 아프게 했던 게 있어요. “내 돈 내 마음대로 쓰는데 무슨 말이 많아?” 잘 모르는 분들은 축구협회 회장이 일방적으로 돈을 내기만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게 아닙니다. 그분들은 축구를 통해 여러가지 개인적 이득을 얻었어요.

한국축구를 어떻게 하면 발전시킬 수 있는지 축구협회가 잘 모르는 것 같아서 답답할 때가 많아요. 일본이 어떻게 한국을 따라잡았느냐? 그건 인프라였어요. 제가 따져보니까 일본의 축구팀이 한국보다 30배쯤 많은 것 같습니다. 리그제는 어떻고 잔디구장은 또 어떻습니까? 인프라 구축이 관건이에요. 축구협회 예산과 행정을 그런 방향으로 재조정해야 합니다. 그것을 무시하고 대표팀에만 신경 쓰면 이번과 같은 망신을 또 당하게 돼 있습니다. 구조가 약한데 어떻게 합니까? 이용수 교수가 신임 기술위원장으로서 의욕적으로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됩니다.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 하중이 실리는 것 같아요. 또 이교수를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도, 인적 자원도 부족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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