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9월호

위험조차 즐기는 고독한 사나이들

스릴 만점 모터스포츠의 세계

  • 이형진 임바디 대표 embody@embody.co.kr

    입력2004-09-08 15: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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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레이서는 자동차를 통해 세계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자동차를 아끼고 인격체로 대한다. 자신이 조각한 여인상을 사랑한 나머지 아프로디테와 닮은 여인을 달라고 간절히 빌어 조각상이 산 여인으로 바뀌었다는 피그말리온 신화처럼 말이다.

    “되돌아보면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우여곡절이 참 많았어요. 경주차를 사기 위해 아르바이트, 회사원 생활 등 가리지 않고 일했습니다.”

    2002한국모터챔피언십 GT1 클래스에 출전하고 있는 김의수(29·인디고) 드라이버. 그는 올 시즌 4게임 중 3승을 거두어 팀의 오름세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그 역시 자신의 짝을 찾기까지 힘든 길을 걸었다.

    모터스포츠는 자동차를 만나면서 시작한다. 하지만 이 만남이 이루어지기까지 현실의 장벽이 만만치 않다. 올 9월 카레이서 데뷔를 앞두고 있는 예비 드라이버 이정진(31)씨도 이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중고 티뷰론 터뷸런스를 사서 레이싱카로 꾸미고 각종 용품을 구입하는 등 출전 비용만도 3500만원을 썼다. 다행히 자신이 운전기사로 일한 회사의 회장이 개인 스폰서로 나서서 꿈을 이루게 되었다.

    미인과 연애를 하려면 돈(?)이 드는 것처럼 멋진 레이싱카는 돈 덩어리다. 이 물건은 시작부터 끝까지 돈으로 움직인다. 이명목레이싱스쿨의 이동훈(40) 팀장은 일반인이 카레이서가 되는데 드는 비용을 평균적으로 얘기하기는 힘들다고 한다. 모터스포츠에도 여러 종류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투어링 레이스(일반 양산차를 개조해서 시합을 한다)에 입문하는 최소 비용을 계산해 보았다. 가장 중요한 건 자동차다. 액센트급(1500cc 이하) 중고차량을 사서 개조하는 데 300만∼400만원이 든다. 투어링 레이스는 차를 개조하는 데 제약이 있기 때문에 비용이 절감된다. 옷, 헬멧 등 필수 용품은 60만∼80만원선. 그 외에 자격증을 따는 데 돈이 들어간다. 운전면허는 기본이고 선수라이선스와 서킷라이선스 등 두 종류의 자격증이 필요하다. 서킷라이선스는 카레이싱 종류에 따라 또 달라진다. 처음 레이싱을 위한 자격증 비용은 대략 20만원이다.

    돈으로 시작해서 돈으로 끝난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모터스포츠는 ‘머니게임’이다. 선수들은 처음에는 자신의 돈으로 시작하나, 실력을 인정받으면 레이싱팀으로 스카우트되고 개인 자격으로 후원을 받기도 한다. 드라이버는 팀에 들어가거나 스폰서가 생기면 숨통이 트인다고 할 수 있다. 인디고나 오일뱅크 같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레이싱 프로팀은 연간 운영비가 10억원 정도다.

    예산은 레이싱팀 사정에 따라 다르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레이싱팀은 넉넉한 편이지만 대부분의 중소 레이싱팀은 예산 문제로 허덕인다. 무한질주 카레이싱팀의 김상윤(44) 대표는 팀 운영의 가장 어려운 점으로 경비 조달을 든다. 부산본부 35명과 경기지부 15명으로 구성된 레이싱 식구들의 운영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와 몇몇 업체가 후원해주고 있지만 넉넉하지 않다. 그는 모자라는 비용은 선수들이 알아서 해결한다며 고충을 털어놓는다. 또 다른 레이싱팀 블라스트의 김용태(30) 단장의 얘기를 들어보자.

    “연간 팀 운영비는 선수 호주머니에서 나옵니다. 다른 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작년의 경우 약 1억원의 경비가 지출되었습니다. 그중 4000만원 정도가 타이어 비용이었는데 그건 금호에서 직접 타이어로 받았습니다. 그밖에 5000만원 정도는 선수 주머니에서 나왔고 나머지 모자라는 돈은 운영비조로 스폰서에게 받았지만 실제 비용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작년부터 저희 팀은 조금 나아졌어요. 금호타이어(레이싱용 타이어 지원)와 삼영이엔씨(주)에서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나머지 금액은 제 돈으로 부담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카레이서 미하엘 슈마허(페라리)는 일찌감치 올 시즌 8승을 거두며 2002 F1그랑프리 드라이버즈 챔피언을 확정지었다. 그는 2000∼2002년 드라이버즈 타이틀을 3년째 거머쥐고 있다. 그동안 그가 벌이들인 수입은 6000억원 이상. 최근 5년 평균으로는 매년 약 7000만달러(약 900억원)를 벌어들인 셈이다.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매년 전세계 스타들의 소득을 조사해 발표하는 ‘톱 100인의 인사’ 리스트에 따르면 슈마허는 2001년 기준으로 5900만달러(약 767억원)를 벌어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수입이 모두 반영된 것은 아니다. 슈마허는 소속팀 페라리로부터 연봉 3500만달러(약 455억원)를 받는다. 이외에 자신의 이름을 딴 캐릭터상품 판매수입, 광고 출연료, 주식투자 등으로 연봉의 3배에 가까운 돈을 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그의 수입은 ‘포브스’가 발표한 금액의 2배가 넘는 8000만달러(약 104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우리는 어떤가. 현재 우리나라 프로 드라이버는 10여 명 정도. 이중 F1800에서 뛰는 조항우 선수와 GT에서 시합하는 윤세진 선수 등이 A급으로 억대의 연봉을 받는 걸로 알려져 있다. 그 다음 선수들이 6000만∼7000만원이며 나머지는 4000만원 정도를 벌어들인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몸값에 그보다 비싼 자동차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니 모터스포츠에 들어가는 자금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모터스포츠 중 야구의 메이저리그에 해당하는 F1그랑프리에서 한 팀이 경주차 2대를 운영하는 데 연간 평균 1억5000만달러(약 2000억원)가 든다. 자동차메이커로부터 엔진을 공급받으면 이중 3500만달러 정도는 절약할 수 있지만 그래도 엄청난 규모다.

    외국의 경우 선수의 몸값이나 대회를 여는 데 드는 막대한 자금은 대부분 레이싱을 통해 홍보효과를 얻으려는 기업들이 충당한다. 자동차경주를 후원하는 기업은 자동차 관련 기업은 물론 광고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는 담배회사부터 첨단 IT업체에 이르기까지 수백개가 있다.

    하지만 작년부터 9·11테러 여파와 세계적 경기불황으로 기업 후원이 줄어들고 있다. 이미 F1의 프로스트나 조단 팀 등이 야후를 비롯한 대형 스폰서들이 철수하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모터스포츠계는 이보다 상황이 더 나쁘다. 모기업의 자금지원을 받는 1∼2개 팀을 제외하면 대다수 레이싱팀이 손을 놓은 채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현재로서는 마땅한 대책도 없어서 더욱 안타깝다.

    그래서 국내 레이싱팀들은 후원사의 물량 투입에만 매달리지 않고, 최소한의 비용은 스스로 벌어들이는 수익구조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자동차경주협회(KARA) 강태성(42) 실장에게 한국 모터스포츠발전을 위한 협회 차원의 지원과 계획에 대해서 물었다.

    “협회가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경기장별 경기조정, 각 등급별 성장을 위한 지원 경기장 건설, 스폰서 주선이나 홍보 등입니다. 협회는 비영리단체이기 때문에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협회 산하에 5개의 마케팅업체가 있습니다. 그중 KMRC, KMC, APAC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죠. 이들 마케팅업체 수입의 90%는 스폰서들이 대는 것입니다. 그만큼 스폰서가 대회 자체를 활성화합니다. 모터스포츠는 국제적인 스포츠입니다. 하지만 국내에는 F1과 같은 최상위의 국제대회를 유치할 경기장이 없습니다. 협회의 장기계획은 현재 창원에서 매년 열고 있는 F3를 대중화하고 세계적인 랠리를 유치하는 것이죠. 물론 이를 위해서는 F1 경기장을 만들고 선수들의 해외진출도 도와야 합니다.”

    한국 자동차경주 발전을 위해 현장에서 뛰는 업체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KMC 김용해(40) 사업본부장의 얘기를 들어보았다.

    “전세계의 축구 경기는 세계축구협회(FIFA)가 통제합니다. 그 밑에 여러 국가협회 중 하나로 대한축구협회가 있어서 축구가 발전하지 않습니까. 이처럼 한국 자동차경주가 성장하기 위해서 협회라는 단일화된 창구가 필요합니다. 현재 세계자동차경주협회(FIA)가 있고 한국에는 KARA라는 공인된 협회가 있습니다. 문제는 그 밑에 여러 업체가 난립해 협회의 통제를 벗어나는 것입니다. 모터스포츠라는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여러 이해단체가 하나로 뭉쳐 힘을 합치는 게 필요합니다.”

    선수나 협회 등 모터스포츠에 몸담고 있는 관계자들이 하나같이 스폰서 문제를 지적했다. 돈이 많이 드는 모터스포츠에서 돈은 사람 몸에 흐르는 피와 같기 때문이다.

    월드컵이 성공적으로 끝난 뒤 한국프로축구는 전성기를 맞고 있다. 모터스포츠 관계자에게는 부러운 상황이다.

    모터스포츠도 ‘보이지 않는 손’의 도움을 받고 싶지만 쉽지 않다. TV방송을 해도 모두 잠든 시간에 편성되는 것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그렇다고 모터스포츠계가 손놓고 가만히 있는 것만은 아니다. 여러가지 새로운 시도를 하며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작년에 ‘2001 AFOS KOREA’를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었습니다. 방송국 중계권도 얻었죠. 당연한 것이지만 엄격히 지키지 못했던 입장료도 받았습니다. 하나의 시도였죠. 그러나 결과적으로 무료 관람객을 막기 위한 설치비가 더 든 꼴이 됐습니다. 또 중계한 방송국에서 무료입장이라고 홍보하는 바람에 참 난처한 입장이었습니다”라고 김 사업본부장은 덧붙였다.

    모터스포츠웹진 ‘에프원올닷넷(www.f1all.net)’의 공동 운영자 박용준(42)씨는 국내 자동차경주가 발전하려면 현대자동차 같은 회사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동차 생산 세계 4위인 우리나라 산업규모로 봐서도 자동차생산업체의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저는 이른바 미하엘 슈마허 세대입니다. 슈마허는 모터스포츠의 최고봉인 F1에 입문한 지 십년이 넘는 노장입니다. 머신 컨트롤이 워낙 탁월해 ‘서킷의 달인’이라고 합니다. 미하엘 슈마허를 보면서 모터스포츠에 열광하게 되었고 관련 서적들을 뒤지다 보니까 제가 아는 것을 정리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홈페이지까지 열게 되었습니다.”

    ‘에프원올닷넷’의 개설자인 이승주(33)씨. 그는 현재 독일 뮌스터대학 역사학부 박사과정에서 기업사를 전공하고 있다. 몸으로 유럽의 모터스포츠 문화를 느끼고 있는 그의 얘기를 더 들어보자.

    “유럽의 모터스포츠 문화는 자동차 관련 기업들이 이끌고 일반인이 이에 호응하는 형태로 발전해왔습니다. 유럽은 자동차의 발명과 모터스포츠의 역사가 그 궤를 같이합니다. 지난 백년 동안 모터스포츠에 관한 수많은 신화가 탄생했습니다. 전설적인 드라이버와 명차들도 이에 발을 맞추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피아트, 페라리, 포르셰 등 내로라하는 자동차 기업들은 모터스포츠를 통해 선진 기술을 개발하고 미래의 기술시장을 선점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경향은 지속될 것입니다. 유럽의 모터스포츠 문화가 일반인 사이에서 뿌리내린 데에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습니다.”

    요즘은 스포츠가 포용하는 범위가 어느 때보다도 넓어졌다. 모터스포츠는 산업이기 전에 문화다. 긴 역사를 가진 유럽의 모터스포츠 문화를 따라가려면 우리에게도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프로이트는 ‘섹스는 죽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섹스와 자동차 충돌 속에서 쾌감을 느끼는 내용의 영화 ‘크래시(clash)’는 섹스와 죽음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전속력으로 달린다. 더 정확하게는 점점 죽음의 방향으로 핸들을 돌리지만 원심력이 그 반대방향으로 잡아끄는 긴장감으로 가득 찬 영화다.

    모터스포츠 경기장도 영화처럼 스피드라는 쾌감과 패배와 사고라는 위험이 함께 도사리고 있는 욕망의 콤플렉스다. 이 팽팽한 긴장을 즐기는 게 모터스포츠의 매력이기도 하다. 그 줄타기 가운데 카레이싱걸이 있다. 국내 유일의 카레이싱걸 공급업체인 T.C.B의 최창원(37) 실장은 “레이싱걸은 광고주에게는 홍보효과를 주고 관중에게는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긴장이 고조되는 경기장에서 레이싱걸은 분위기를 끌어올립니다. 물론 성의 상품화라는 역기능도 있지만요”라고 말한다.

    모터스포츠는 몰라도 레이싱걸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늘씬한 레이싱걸 사진은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수많은 광고판에서 눈에 띄려면 확실한 효과를 줘야 하듯이 레이싱걸도 외모가 빼어나야 한다. 키는 170cm를 넘어야 한다. 이런 객관적인 기준에 맞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광고주가 최종 결정권을 행사한다.

    화려한 해외 레이싱걸 사진에서 보듯이 그들은 선택받은 사람이다. 일본에서는 레이싱걸이 연예인으로 데뷔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다른 연예인보다 인기가 더 좋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레이싱걸 팬클럽이 인터넷에 생겼다.

    레이싱팀 ‘인디고’의 최혜영(24)씨와 김효진(22)씨는 잘 나가는 레이싱걸이다. 이들에 따르면 레이싱걸은 신체적인 조건뿐만 아니라 모터스포츠에 대한 지식과 관심이 없으면 못한다고 한다. 이들의 일당은 20만원선. 그중 30%는 에이전시 몫이다. 시합이 많지 않기 때문에 도우미 등을 해서 한 달에 적게는 150만원 많게는 300만원까지 번다고 한다. 모르는 이들은 쉽게 돈을 버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으나 하루종일 서있는 게 쉽지만은 않다.

    김효진씨는 “힘들게 버는 돈이라 허투루 쓰지 않고 잘 모으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부모님들도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믿어주십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그는 얼마 전에 동료 레이싱걸과 조그만 바를 열었다고 한다.

    최혜영씨는 “일본에 간 적이 있어요. 일본 레이싱걸들의 인상적인 점은 정말 프로의식이 있다는 거예요. 자신감 있게 포즈를 취하는 걸 보고 많이 배웠습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레이싱걸은 그런 점에서는 걸음마 단계다. 난처한 일도 많다고 한다. 김효진씨는 언제부턴가 사진 찍는 사람들을 주의 깊게 보는 습관이 생겼다. 투시카메라를 갖고다니며 은밀한 곳을 찍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F1에 들어가는 것은 박찬호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것보다 더 대단한 일이라면 지나친 표현일까. 세계적인 프로스포츠인 모터스포츠의 위상은 결코 미국의 메이저리그보다 못하지 않다. 국내 최고의 포뮬러 카레이서 조항우 선수는 “한국은 세계 3대 스포츠인 올림픽과 FIFA월드컵을 치렀기 때문에 F1도 가능하리라고 모터스포츠인들은 기대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그는 캐나다에서 모터스포츠 후진국인 한국으로 들어온 특이한 경우다. 그는 모터스포츠의 본고장인 프랑스에서 레이싱스쿨을 다녔다.

    캐나다도 모터스포츠를 하지만 본고장인 유럽에서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는 프랑스로 갔다. 그곳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경주에도 출전했지만 어려움이 있었다. 후원 문제다.

    “후원은 기업이 합니다. 기업은 광고효과를 따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은 백인이 아닌 아시아인을 후원할 경우 효과가 떨어진다고 생각하죠.”

    그러다 우연히 1999년 F3대회가 한국에서 열리는 것을 인터넷을 통해 알았다. 대한항공이나 현대자동차 같은 기업이 후원하기 시작한 터라 그는 한국에서도 모터스포츠가 발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무작정 한국에 들어왔다. 외국에서 검증받은 그였지만 다시 여러 테스트를 받고 팀에 소속돼 오늘에 이르렀다. 한국의 모터스포츠계는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선진모터스포츠 문화를 전파하는 전도사라면 지나친 표현일까. 조항우 선수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사실 내가 앞서서 한국의 모터스포츠 발전을 이끈다는 것은 교만입니다. 그냥 개인적으로 최고 선수가 되고 싶을 따름입니다. 현재 제가 출전하고 있는 F1800 종목은 F4라고 보면 됩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대회를 열면 이 종목에 14∼16대가 출전합니다. 하지만 출전 선수의 50%가 일본선수입니다. 국내 모터스포츠도 외국인 경합지가 된 거죠. 안으로는 외국선수와 싸우고 밖으로는 거대한 장벽이 있어 힘든 상황입니다. 반드시 F1에 입성해야죠. 물론 혼자 힘으로만 되는 건 아니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작지만 저의 이런 노력이 한국 모터스포츠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모터스포츠는 한국인에게 잘 맞는 스포츠입니다. 맞습니다. 양궁 등 집중과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한 종목에 한국인이 강하잖습니까. 모터스포츠도 마찬가지죠.”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유소년 축구 육성을 얘기하는 것처럼 모터스포츠도 꿈나무 없이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한국 모터스포츠는 기형적이다. 체계적으로 성장·발전 단계를 밟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모터스포츠 발전을 위한 노력은 여러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노력과 꿈의 단서를 카트(kart)에서 찾을 수 있다. 카트는 소형 장난감차 같은 자동차다. 하지만 ‘F1 드라이버가 되려면 카트부터 하라’는 말은 모터스포츠 세계에서는 정설로 통한다. F1 드라이버의 90%가 카트부터 시작했다. 카트는 드라이빙 테크닉 기초를 다지기에 더할 나위없이 좋은 종목이다. 카트를 타고 시속 150km의 속도를 내면 포뮬러로 따지면 300km에 해당한다고 한다.

    “한국의 ‘미하엘 슈마허’가 탄생합니다.”

    서울스포츠마케팅의 권기문(42) 이사는 이렇게 얘기를 꺼냈다. 권이사가 몸담고 있는 서울스포츠마케팅은 카트 교육프로그램인 모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다. 현재 몇몇 카트경기장이나 드라이빙스쿨에서 카트 교육을 하고 있지만 KARA가 공인한 곳은 이곳뿐이다. 어려서부터 체계적으로 교육을 시키자는 게 서울스포츠마케팅의 생각이다.

    대학에서 모터스포츠를 교육하는 곳도 있다. 한라대에서는 모터스포츠 선수를 특별전형으로 뽑고 있다. 여기에는 한국 스포츠의 특수한 상황이 있다. 대학 진학을 가장 앞세우는 엘리트스포츠 풍토가 바로 그것이다. 한라대는 이런 한국적 스포츠문화를 인정하면서 제대로 된 모터스포츠인을 키우기 위해 특별 전형을 시작했다.

    꿈은 꿈꾸는 자의 것이다. 아무도 꿈을 꾸지 않는다면 꿈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세계 3대 스포츠인 모터스포츠의 세계는 분명 크다. 하지만 그 큰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문을 두드리고 찾아가는 수고가 없다면 그 문은 열리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모터스포츠인은 지금도 꿈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F1이 멀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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