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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부문서, 누가 EU에 빼돌렸나

  • 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정부 내부문서, 누가 EU에 빼돌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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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무부와 EU에 제출된 두 번째 공문은 2001년 1월, 역시 재경부가 산업자원부, 금융감독원, 그리고 외환은행에 보낸 것으로, 2000년 11월 당시의 공문과 마찬가지로 현대전자 D/A 매입 관련 경제장관 논의결과를 통보하고 이에 대한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특히 두번째 공문에는 외환은행이 매입한 현대전자 D/A에 대한 수출보험 지원으로 수출보험기금의 지급여력이 부족해질 경우 별도재원에서 지원한다는 내용과 함께 진념 당시 경제부총리 등 경제부처 장관들의 서명까지 담겨 있다.

하이닉스를 제소한 미국과 EU측이 문제삼고 있는 수출환어음(D/A)이란 수출업체가 물건을 선적한 후 수입업체가 대금을 치를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그 수입업체나 지정은행을 통해 발행하는 환어음을 말한다. 수출업체는 이 환어음을 국내 거래은행에 제출한 뒤 네고를 통해 수출대금을 우선 회수하고 은행은 나중에 수입업체로부터 대금을 지급받는다. 수출업체들 입장에서는 일종의 외상거래 방식으로 자금을 먼저 융통할 수 있기 때문에 거래은행이 D/A 네고에 응하지 않을 경우 심각한 자금난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거래은행은 수입업체가 파산해 대금 회수가 안 될 경우와 같은 신용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D/A를 매입할 때 기업들의 보험 부보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 수출보험공사는 수출업체로부터 보험료를 받은 뒤, 대금 회수가 불가능해질 경우 은행이 입게 될 손실을 보험으로 커버해준다.

하지만 당시 하이닉스는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이 자금난을 이유로 D/A 네고를 거절하면서 수출대금을 회수하지 못해 심각한 어려움에 봉착해 있었다. 외환은행 입장에서는 하이닉스의 D/A를 인수할 경우 이 어음이 100% 위험자산으로 인정돼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당연히 외환은행은 하이닉스측의 D/A 네고를 거절하면서 하이닉스가 매입한 D/A에 대해 수출보험공사의 부보를 요청했다. 수출보험공사가 부보를 하게 되면 D/A의 위험가중치가 10%로 떨어져 은행 입장에서도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가 경제장관회의를 통해 하이닉스에 대한 수출보험 지원을 결정한 것은 이러한 배경 아래 이뤄졌다. 2000년말 당시 하이닉스는 2001년 3월까지 집중돼 있는 부채의 만기구조 및 자금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조원 규모의 신디케이트 론(syndicated loan)을 추진하는 등 자금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자구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2001년 3월 말까지 하이닉스가 지급해야 할 금액은 회사채 만기 도래분과 차입금을 포함해 2조3000억원. LG반도체와의 빅딜 과정에서 지불해야 할 금액도 미처 정산하지 못한 채 남아 있는 상태였다. 증권가에서는 하이닉스에 대한 자금불안설이 유포되기 시작했고 외국인의 매도 행진으로 주가는 액면가를 위협할 정도로 곤두박질쳤다.

정부에서도 반도체 빅딜을 통해 탄생한 하이닉스가 자금난에 빠지는 것을 보고만 있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당시 경제장관회의에서는 이러한 사정을 감안해 산자부 감독 아래 있는 수출보험공사를 동원해 하이닉스를 간접 지원하는 방안을 결정한 것이다.

EU 관세율 인상에 명분 줘

한편, 마이크론을 통해 EU로 흘러들어간 이 문서는 실제 EU 집행위원회의 상계관세 판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은 하이닉스에 대한 상계관세율 최종판정에서 3월말 예비판정 당시의 상계관세율 57.37%를 44.71%로 대폭 낮춘 바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은 4월말 예비판정 당시 33%였던 상계관세율을 최종판정에서 오히려 34.8%로 높여 하이닉스는 물론 국내 DRAM 업계 전반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EU가 최종판정에서 상계관세율을 올린 데에는 수출보험 지원 요청을 확인해주는 이 정부 문서들을 입수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유럽연합의 상계관세 최종판정에서는 채권은행들의 신디케이트 론이나 산업은행의 회사채 신속인수 등 다른 제소 사유에서 상계관세율이 일부 하향조정됐지만 D/A 한도 확대 쪽에서 5.1%나 상향조정되는 바람에 최종 관세율이 1.8% 올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유럽연합과의 양자협의 과정에서 우리측 의견에 어느 정도 수긍했던 국가들도 이 문서를 확인하고 나서는 한국 정부가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냐고 불쾌한 반응을 보이면서 사태가 꼬여버렸다”고 말해 이런 분석을 뒷받침했다.

지난 8월, EU 집행위원회의 하이닉스에 대한 관세 부과 표결에서 15개 회원국 중 프랑스와 네덜란드만 반대표를 던졌을 뿐 나머지 회원국은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뿐만 아니라 도리언 프린스 EU 한국대표부 대사도 얼마전 “정부소유 은행과 국책은행이 부도에 직면한 민간기업을 정부 압력에 의해서 지원했다는 서신의 사본을 확보함에 따라 상계관세율을 높였다”고 언급함으로써 이를 확인해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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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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