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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리포트│황우석 후폭풍

안규리 교수, 회한의 심경 토로

“그분은 모차르트, 나는 모차르트 음악 들려주는 일 맡았죠”

  •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안규리 교수, 회한의 심경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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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봐야 할 환자가 너무 많다”

안 교수는 이에 대해 “난자는 다 귀중한 것 아니냐”면서 “난자를 제공할 목적으로 힘들게 시술을 받은 사람들 심정을 고려한다면, ‘유용한 난자가 몇 개’라는 얘기를 어떻게 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약간 화가 난 듯한 목소리였다. 아울러 황 교수의 연구 성과도 평가절하했다.

“그렇게 엄청나게 많은 난자를 사용한 시험에서 그 정도로 낮은 성공률을 보였다면 의학적으로 연구가치가 없다고 할 수밖에 없지요.”

안 교수는 인터뷰 고사 이유에 대해 “아직 (사건의) 실체를 모르는 상태에서 자칫 내 말이 사람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황 교수의 팬클럽 회원들은 여전히 황 교수를 지지하고 있어요. 인터뷰를 하면 나한테야 유리하겠지만, 황 교수를 여전히 믿고 있는 많은 환자에게 실망을 안길까 두려워요. 좀더 마음을 정리한 후 얘기하고 싶어요. 이번 사태에 대해 제가 아는 모든 것을 글로 정리하고 싶은 생각도 있고요.”



그는 다음주부터 병원에 정상 출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쉬고 있기에는 돌봐야 할 환자가 너무 많다고 했다.

“당시 상황으로 다시 돌아간다 해도 같은 선택을 할 것 같아요. 인간의 질병을 획기적으로 고칠 수 있는 일인데… 의사로서 그보다 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어요.”

안 교수의 이름 ‘규리’는 그의 부친(고 (故)안동혁 박사·6대 상공부 장관 역임)이 여성 최초로 노벨상을 받은 마리 퀴리 박사처럼 훌륭한 과학자가 되라는 뜻에서 붙여준 것이다.

지난해 12월30일, ‘사이언스’ 논문 조작 사실을 밝히는 데 결정적 구실을 한 ‘브릭(BRIC·생물학연구정보센터)’의 홈페이지 ‘소리마당’에는 안 교수 연구실의 연구원이 쓴 ‘줄기세포 조직적합성 결과에 대한 의견’이라는 글이 올랐다.

“잘못이 있다면 동료 연구자의 연구결과를 의심하지 않은 죄밖에 없다”며 안 교수를 옹호하는 이 글에 대해 수많은 댓글이 붙었다. 그중에 다음의 글이 눈길을 끌었는데, 비슷한 의견을 제시한 글이 몇 개 더 있었다.

“안 교수님은 환자를 다루는 데 있어서는 애정과 정성이 많은 훌륭한 의사이신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과학자로서는 그다지 훌륭한 자세를 가지고 계시지 못한 듯합니다.”

“진실보다 귀중한 것은 생명”

안 교수와의 통화는 그의 휴대전화 배터리가 떨어지는 바람에(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끊었다) 아쉽게 끝났다. 인터뷰라기보다는 통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심경을 내비친 것이었기에 궁금한 것을 물어볼 짬이 없었다. 앞서 언급한 ‘평화방송 편지’에는 그의 생각이 좀더 짜임새 있게 드러나 있다.

“이제 한 해가 다 가려 하고 있습니다. 2005년 5월 시작된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라는 허상이 제게 가져다준 것이 무엇인가 돌이켜봅니다. 난치병 환자에게 꿈의 성배(聖杯)를 찾아줄 것으로 믿어왔던 이 기술에는 과학적 조작과, 서로에 대한 미움과 원망, 불신, 생명의 상업화 같은 감당할 수 없는 어둠이 짙게 깔려 있습니다.

그러나 이 일을 겪으면서 배운 것이 있습니다. 진실도 중요하지만 더 귀중한 것은 생명이라는 사실, 그리고 희망과 사랑이 어우러질 때 진실이 더욱 빛난다는 사실입니다. 저의 진실은 선후배, 동료의사들과 함께 정성을 다해 환자를 돌보는 일입니다. 제게 이와 같은 기회가 새해에도 주어진다면 앞으로는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또다시 눈물을 흘리지 않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통화를 끝낸 후 그의 아파트를 찾아가 초인종을 눌렀다.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한 층 위에는 그의 어머니가 살고 있었다. 복도에 휠체어가 보였다. 그의 어머니는 오래 전부터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자기 몸도 돌보지 않고 줄기세포 연구에 매진해온 데는 어머니의 치료에 거는 희망과 기대도 있었으리라는 얘기가 들린다.

신동아 2006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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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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