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문안 서울과 동대문밖 서울에 대한 청사진이 함께 제시되지 않은 청계천 복원사업은 포퓰리즘 도시사업으로 끝날 수 있다. 무엇 때문에, 무엇을 위해 청계천 사업을 한 것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청계천 복원사업은 1000만 도시 서울의 역사와 지리와 인간의 질서를 다시 세우는 사업이 돼야 한다. 도시건설은 우리 모두 함께 나서 미래의 하드웨어를 구축하는 일이다.

경복궁 앞 광화문과 월대를 복원한 뒤 광장을 조성하고, 세종로의 중앙분리대를 보행가로로 만든다. 이를 시청·남대문광장과 하나로 묶으면 ‘도시광장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다.
서울은 한반도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서울에는 한국문명의 역사와 정체성을 대표하는 상징가로가 없다.
서울의 중심은 사대문안이며, 사대문안의 중심은 경복궁의 문인 광화문과 서울도성의 성문인 남대문을 잇는 세종로와 태평로 일대이며, 서울의 관문은 서울역이다.
서울의 1번 가로인 광화문·남대문 구간은 보행 중심의 도시구역이 되어야 한다. 자동차들이 점거한 이곳에서 자동차를 배제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며 도시의 흐름을 바꾸는 일은 예기치 못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세종로 일대의 이면도로를 이용해 이중격자망(格子網)을 구축하면 교통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