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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엎은 작계5029, ‘포스트 盧’ 노리고 부활

북한 유사시 미군은 핵시설 봉쇄·파괴·장악, 한국군은 난민 수송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청와대가 엎은 작계5029, ‘포스트 盧’ 노리고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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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러 차례의 양국군 공동회의와 검토를 통해 작성 작업이 한창이던 2005년 1월,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북한에 정치적 격변이 발생했을 때 연합사령관이 작전통제권을 행사해 사태에 조기 개입하면 한국 정부의 ‘주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논리로 작계화 유보를 결정한다(‘신동아’ 2005년 4월호 ‘한미연합사, 북한 유사시 대비 ‘작전계획 5029-05’ 추진’ 참조).

공식 합의를 뒤집는 결정에 대해 미 국방부와 주한미군측은 격렬히 항의했지만, 같은 해 4월15일 이상희 당시 합참의장은 리언 라포트 당시 주한미군사령관에게 결정사항을 공식 통보했고, 두 달 뒤 양국은 작계화 작업 유보에 합의하게 된다. 한미정상회담에서 주요 의제로 논의됐을 정도로 당시 청와대가 내린 결정의 정치·외교·군사적 의미는 컸고, 한국 NSC와 미 국방부의 관계가 삐걱거리는 결정적인 계기로도 작용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렇듯 우여곡절을 겪으며 중단된 5029 관련 논의가 최근 연합사와 합참 사이에 공식 재개됐다는 사실이 곳곳에서 확인된다는 사실이다. 구체적인 투입 부대와 시간계획, 절차 등을 담은 작전계획의 최종 작성 단계에 이른 것은 아니지만, 개념계획상의 모호한 상황설정 대신 작계화 추진과정에서 검토됐던 급변사태 상황별 시나리오를 구체화하고 이에 대한 대응방안의 얼개를 구성하는 작업이 궤도에 오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2005년 제기됐던 이른바 ‘주권 문제’와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북한 핵실험 등의 상황변화를 고려해 한미 양국군의 임무분담 방안과 작전내용에 따른 통제관계 등을 협의하는 과정도 병행되고 있다. 눈여겨볼 것은 미군측 관계자들이 작계화에 준하는 이러한 작업의 구체적인 목표시점을 차기 정부가 들어선 내년 하반기로 거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청와대 주인이 바뀌면…”



올해 들어 가시화된 5029 재검토 작업은 미군측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한미연합사는 지난해 한반도 전면전 대비계획인 작계5027의 2006년판(5027-06) 업그레이드 작업을 진행했다. 양국은 지난해 10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국방장관 회담)와 MCM을 통해 이 계획을 승인한 바 있고, 그에 입각해 올해 RSOI와 을지포커스렌즈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침으로써 검증을 완료했다. 이렇게 5027 관련업무가 끝나자, 작계 수립을 담당하고 있는 주한미군사 J5는 ‘예정된 업무흐름’에 의거해 자연스럽게 다음 과제로 설정돼 있던 5029 작업으로 옮겨갔고, 이에 따라 각종 변수를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설정하는 일에 착수했다.

주한미군의 작계수립 임무는 J5가 주축이 되지만, 정보참모부인 J2, 작전참모부인 J3도 관여한다. J2의 정보분석을 반영하고 실행부서인 J3의 의견을 검토, 취합하는 것이 대략적인 업무 프로세스라는 게 미군측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올해 상반기 이후 주한미군사는 J3와 J2, J5 등이 함께 참석하는 작전계획 관련회의를 여러 차례 열었다. 미국측 인사들은 5029가 최근 이 테이블에 올라와 있는 핵심 주제임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측 관계자들에게서 확인되는 첫 번째 분위기는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반대로 작계화 작업이 중단되긴 했지만 북한 급변 상황에 대한 대비계획을 손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것. 특히 노무현 정부의 임기가 종료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중단이 선언됐던 작전계획화가 완수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숨기지 않는다. 청와대의 주인이 바뀌면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방침 역시 바뀌지 않겠느냐는 것. 진행되고 있는 작업의 목표시점을 내년 하반기로 여유 있게 설정해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에 대응해 한국측의 움직임도 감지된다. 전작권 전환에 따라 작계 작성임무를 주도적으로 수행하게 된 합참은 지난해 관련 TF를 구성한 바 있다. 6월 열린 합참의 5029 관련회의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한 이 TF에는 서두에서 본 것처럼 “한국군의 역할을 강화하라”는 합참의장 지침이 떨어져 있는 상태다. 뒤에서 다시 설명하겠지만, 이는 2005년 작계화를 중단하며 NSC가 내세웠던 ‘주권침해 소지’ 우려를 의식한 제스처로 해석할 수 있다.

2004년 한 해 동안 연합사와 합참이 추진한 작계5029 준비작업에서는 5029의 가동 요건으로 크게 다섯 가지 북한 급변 시나리오를 설정해둔 것으로 공개된 바 있다. ▲쿠데타 등에 의한 내전 발발로 김 위원장의 사망 등 권력공백이 벌어지는 경우 ▲북한 주민의 대규모 탈북 사태 ▲대형 자연재해가 발생할 경우의 구호물자 수송 등 인도주의적 지원 ▲북한내 외국인 인질 사태 ▲북한 당국이 핵·생화학무기 등 WMD의 통제권을 잃어 해외유출 등의 위험이 야기되는 경우가 그것이다.

최근 검토되고 있는 5029의 방향은 이 가운데 대규모 탈북 난민의 후방 이송이나 구호물자의 인도주의적 지원 같은 시나리오는 한국군이 주축이 되어 대응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바로 이 부분이 김관진 합참의장이 내린 ‘한국군 주도성 강화’와 관련이 깊은 대목이다. 실제로 2004년 작계화 추진 당시에도 ‘전쟁이 발발하지 않았는데 미군이 휴전선을 넘는’ 방안에 대해 전직 연합사령관들조차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한 적이 있다. 연합사령관 자격으로든 주한미군사령관 자격으로든 개입할 근거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주한미군 지상군의 대규모 감축 등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이러한 임무를 수행할 미군 병력의 여유가 줄어들었다는 점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고려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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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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