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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동향보고’ 관료들이 떨고 있다

‘막강파워’ 국정원 경제단

  • 신동아 특별취재팀

공포의 ‘동향보고’ 관료들이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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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재벌이 경제단 IO를 무시할 수는 없다. 과거 관치경제시대의 기억 때문인지, 권력기관에 잘못 보이면 손해라는 피해의식이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재벌그룹에서도 국정원 경제단에 발이 넓은 사람은 특별한 대접을 받는다. LG스포츠단 정학모 사장이 그런 경우라고 할 만하다. LG그룹 고위 임원의 귀띔이다.

“현 정부 초기 LG그룹과 관련된 ‘이상한’ 정보를 국정원 경제단이 포착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LG측은 이를 해명하려고 해도 마땅한 방법이나 줄이 없었다. 그런데 마침 누군가가 ‘정학모 사장이 경제단 간부들을 잘 안다’고 알려줬다. 부랴부랴 정사장을 수배했더니 그는 지방에 내려가 있었다. 전화로 사정을 설명했는데, 10분도 안돼서 전화가 왔다. ‘잘 처리됐으니 염려말라’는 기분좋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렇다면 경제단이 올리는 정보는 얼마나 정확할까. 국정원 정보는 대통령에게 올리는 ‘특상 보고’도 있지만 경제단의 일상적인 정책보고는 청와대 경제수석실에도 배포된다. 따라서 경제수석실 관계자 등 고위 경제관료를 통해서 검증할 수밖에 없다. 아쉬운 점은 이 때문에 취재원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다는 점.

하지만 때로는 국정원이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청와대 경제수석실이나 관료들을 흔들어대는 과정에서 정보 내용이 새나가기도 한다. 2000년 말 정보통신부가 IMT-2000 사업자를 선정하면서 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동기식 사업자 한 곳을 선정하려 할 때 실제 이런 일이 일어났다.

IMT-2000 사업자 선정을 앞둔 2000년 11월 중순 무렵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실 관계자가 국정원 경제단 고위 관계자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대뜸 정통부를 물고 늘어졌다.



“정보통신부가 동기식 사업자 선정을 고집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비동기식이 세계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고, 업계에서도 모두 비동기식을 희망하는데 정부가 동기식 사업자 선정을 관철하려는 것은 문제 아닙니까.”

“그것은 정부의 정책적인 판단사항입니다. 정통부에서 충분히 검토한 후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정원 관계자는 물러서지 않고, 대통령의 뜻을 거론했다.

“국정원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대통령은 동기식 사업자를 꼭 선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인 것 같습니다.”

“잘못 알고 계십니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전화를 끊은 경제수석실 관계자는 곧장 이기호 경제수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대책 마련을 건의했다. 정부에서 나름대로 검토한 후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국정원이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문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권한만 행사하려는 국정원의 행태가 드러난 것이라고 본 것이다.

“수석님, 임동원 국정원장에게 직접 얘기하는 게 어떨까요. 국정원 실무자들이 정통부를 너무 흔드는 것 같습니다.”

이수석은 그 자리에서 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동기식 사업자 선정과 관련한 경위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IMT-2000 공방전

정부가 당시 ‘업계의 반발이 크고 사업성이 없다’는 일각의 회의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동기식 IMT-2000 사업자를 선정하려 한 것은 동기식이 CDMA 기술에 바탕을 두었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대로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CDMA 기술을 상용화한 CDMA 강국인데다, 향후 CDMA 시장이 미국, 중국 등지로 확산할 전망이어서 수출에도 유리하다고 판단, 동기식 사업자 육성 의지를 포기하지 않았던 것.

그러나 정통부의 이런 의지는 결과적으로 세계 최대의 CDMA 장비 사업자인 삼성전자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도 사실. 이 때문에 당시 비동기식에 관심을 가진 일부 통신서비스 업체 관계자들은 “삼성이 중국 진출을 앞두고는 있지만 중국 시장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인데도 정부가 CDMA 기술만 지나치게 보호한다”며 정통부 간부들을 비난하기까지 했다.

국정원 관계자가 청와대 관계자에게 전화를 한 것도 업계의 이런 정서에 기울어진 국정원 실무자들의 정보보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정원 경제단 직원이 GSM 방식의 외국 이동통신 장비업체에 스카우트된 것으로 안다”면서 이 직원이 국정원 경제단 여론을 비동기식쪽으로 돌린 것으로 보았다.

국정원은 2001년 3월 타계한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건강과 관련한 정보에서도 정확성을 보이지 못했다는 게 현대측의 평가다. 정 명예회장의 건강이상설은 2000년 하반기부터 정 명예회장이 입원을 반복하면서 ‘한 달을 넘기기 어렵다’는 등으로 증폭됐는데, 현대측은 국정원이 이 정보를 언론에 흘린 것으로 의심하기도 했다.

정주영씨 건강문제도 예의주시

정 명예회장의 건강문제는 비단 현대뿐 아니라 우리 경제에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 사안이었다. ‘왕회장 이후’의 후계 구도가 그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가 타계하면 현대그룹 전체가 큰 혼란에 휩싸일 수 있는 것은 물론, 정 명예회장이 직접 챙겨왔던 대북사업에도 차질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국정원도 이런 점 때문에 정 명예회장의 건강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그의 건강문제는 국정원에서도 매우 민감한 사안이었기 때문에 보고서를 남기지 않고 구두로 보고한 것으로 안다”며 “그렇게 보안에 신경을 썼는데, 우리가 정 명예회장의 건강이상설을 증폭시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국정원 경제단 간부들이 ‘정현준·진승현·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됐거나 연루 의혹을 받는 것은 경제단의 파워를 남용하거나 잘못 사용한 결과다. 이들 게이트의 주역들은 국정원 경제단이 경제관료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을 이용하기 위해 경제단 간부들에게 접근했고, 경제단 간부들은 이들의 검은 유혹에 넘어간 것이다.

경제단은 현 정부 초기부터 말이 많았다. 초기 경제단장을 맡았던 김모씨는 모 업체에 정보를 유출한 혐의가 감찰실에 포착돼 대기발령을 받았다. 단장급 간부가 감찰실 감찰로 불명예퇴진한 것은 이례적이다. 정현준 게이트와 관련돼 구속된 이경자 동방금고 부회장에게서 5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김형윤 전 단장은 경제단장으로서는 현 정부 들어 두번째로 불명예 퇴진한 경우.

김형윤씨는 자신의 광주상고 후배인 G&G그룹 이용호 회장에게 전남 진도의 보물선사업을 소개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이용호씨는 보물선사업을 삼애인더스 주가조작 소재로 이용했다. 보물선 사업은 애초 국정원에서 관심을 갖고 추진하다 포기한 것. 김형윤씨는 이에 대해 “보물선사업은 고(故) 엄익준 전 2차장이 직접 목포분소에 지시해 추진한 사업이기 때문에 나는 알지 못한다”고 부인하고 있다.

2001년 12월1일에는 정성홍 전 경제2과장이 MCI코리아 대주주 진승현씨로부터 1억4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정씨는 2000년 6월 김형윤씨가 경제단장으로 승진하면서 김씨에 이어 경제2과장으로 승진한 인물. 두 사람은 같은 전남 해남 출신에 중앙대 선후배 사이지만 사이가 극히 나빴다. “정씨가 김씨 앞에서는 깍듯이 모시는 척했지만 실제로는 김씨를 어떻게든 깎아내리려 했다”는 게 국정원 관계자의 전언.

국내 정보를 총괄했던 김은성 전 2차장까지 ‘진승현 게이트’ 관련 의혹에 연루되자 한나라당은 “3대 게이트는 한 몸통에서 나온 일란성 세 쌍둥이”라고 주장했다. 3대 게이트의 몸통은 국정원이라면서 ‘국정원 게이트’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더 나아가 국정원이 벤처 붐을 이용해 조직적으로 비자금을 조성, 여당의 정치자금 조달을 맡아온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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