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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교란이냐, 3D업종 해결사냐

중국 조선족 15만

  • 송홍근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carrot@donga.com

노동시장 교란이냐, 3D업종 해결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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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중국동포 노동자를 두고 이처럼 서로 다른 주장이 대립하고 있는 것일까. 우선 한국에 들어와 있는 중국동포들부터 만나보기로 했다.

1월26일 오후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시장 골목, 매캐한 중국 양념 냄새가 코를 찌른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은 한국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이 중국동포들. 행인들의 입에서 중국말과 조선족 사투리가 거침없이 튀어나온다. ‘中國食品’ ‘菊花館’‘國際電話房’ 등 한자로 적힌 상호가 이채롭다. 서울 구로공단 주변의 구로구 가리봉동, 영등포구 대림동, 금천구 가산동 일대에는 1999년부터 중국동포 노동자들이 몰려들어 ‘조선족타운’이 형성돼 있다. 조선족타운은 한국에 처음 온 중국동포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이며 한국을 떠나는 중국동포들이 마지막으로 거쳐가는 곳이기도 하다.

3만여 명의 중국동포가 살고 있는 구로공단 인근 중국동포 밀집 지역엔 현재 조선족을 상대로 물건과 음식을 파는 업소가 50여 개 있다. 상호 대부분이 한자로 적혀 있어 내국인들은 어떤 물건을 파는 곳인지 짐작하기 쉽지 않은 곳도 많다. ‘中國食品店’이라고 입간판을 세워놓은 상점에는 칭다오 맥주, 중국 양념장 등 중국 제품이 가득 쌓여 있다. 중국식품점 옆은 중국노래방이다. 중국 최신가요를 들여놨다는 광고가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국내에 체류하는 중국동포들에게 조선족타운은 제2의 고향인 셈이다. 10만원 안팎의 저렴한 월세도 마음에 들지만, 공단과 소규모 공장가가 이웃해 일감이 많다는 것도 장점이다. 두부를 얇게 눌러 만든 초간두부(炒干豆腐), 감자 고추 가지를 볶은 지삼선(地三鮮) 등 중국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 여러 개 있고, 기분이 울적할 때는 중국에서 수입된 커우베이주(컵술)로 동료들과 함께 향수를 달랠 수도 있다.

중국노래방 앞에서 만난 중국동포 이일만(34)씨는 한국에 온 지 만 1년째. 집은 가산동이고 일터는 구로공단이라고 했다.



“중국에서 생활하던 그대로 한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집 구조가 중국하고 유사합니다. 중국보다 깨끗하고 중국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어요. 일자리 찾기도 쉽고요. 친구들과 정보도 공유하고 일자리도 서로 알아 봐주고 그래요. 저보다 3년 먼저 한국에 온 고향친구를 이곳에서 만나 그를 통해 일자리를 구했습니다.”

중국식품점에서 찬거리를 구입하던 강정후(39)씨는 한국에서 생활한 지 6개월 됐다고 한다. 강씨도 대다수 중국동포들처럼 ‘목돈’을 벌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강씨의 월수입은 120만원. 한달에 70만원 정도를 저축한다.

“여자들은 식당, 남자들은 건설현장에서 일하면 월 80만~150만원은 받습니다. 알선료 1000만원을 내고도 2~3년 일하면 2000만~3000만원을 벌어서 돌아갈 수 있어요. 중국에서 그런 돈 모으려면 평생 일해도 불가능합니다.”

김영준(40)씨는 자녀들 대학 교육비를 마련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애들 대학 보낼 돈만 마련하면 바로 중국으로 돌아갈 거란다. 김씨와 같은 40대 초반 중국동포 노동자 중엔 아이들 교육비를 마련하기 위해 한국에 온 사람이 많다.

“자식들은 우리보다 잘살아야 할 것 아닙니까. 조선족들은 교육열이 대단합니다. 애들 좋은 학교 보내기 위해선 무슨 일이라도 할 겁니다. 농촌을 떠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학교들이 줄줄이 문닫고 있습니다. 좋은 학교 가려면 유학을 보내야 하는데, 중국에선 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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