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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축구협회·히딩크의 ‘오버액션’

정치적 계산이 한국 축구 망친다

  • 전용준 toto@sportstoday.co.kr

정몽준·축구협회·히딩크의 ‘오버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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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박항서 감독이 기술위원회에서 ‘성명서 사태’에 대해 공식사과하고, 축구협회도 중징계에서 ‘엄중 경고’로 징계수위를 완화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축구협회 고위관계자가 “박항서 감독에게 협회가 제시한 연봉(1억8000만원)이면 지금이라도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을 맡을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고 발언하는 등 앙금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사실 축구협회가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연봉 문제보다는 히딩크 감독에 대한 부분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협회 입장에서 보면 정몽준 회장의 대선 출마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인 데다 표심을 잡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히딩크 감독에 대한 비판이나 흠집은 곧바로 정몽준 회장의 입지에 상처를 입히는 것이나 다름없는 행위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팀 수장이 히딩크 감독에 대해 비토성 발언을 했다는 것은 협회로선 ‘괘씸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면서 입장이 난처해진 것은 히딩크 감독. 방한 기간에 그가 네덜란드 최대 일간지 ‘알게마인 다흐블라트’와 가진 인터뷰 내용은 이러한 고민을 잘 보여준다. ‘다흐블라트’는 7일자 33면 전체를 할애, ‘대부의 근심(De Zorgen van een Godfa ther)’이란 제목 아래 히딩크 감독과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이 인터뷰에서 히딩크 감독은 “정몽준 회장이 자신의 정치적인 입지에 유리한 발언이나 행동을 제안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엄청난 책임을 감당할 자신이 없고 한국의 정치풍토나 역학관계를 모르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겠다. 정치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그는 “나는 축구에만 관심 있을 뿐이며 정몽준은 축구협회 회장이란 직분으로 나와 관계 있는 것”이라며 “축구클리닉 등 스포츠를 통해 남북관계가 좋아질 수 있는 일이라면 언제든지 기꺼이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히딩크 감독에 대한 절대적인 인기가 권력화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한국인들의 관심으로 형성된 권력을 남용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고 말해 정치와 스포츠를 확실하게 구분짓고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정회장은 히딩크 감독과의 조그마한 불협화음도 대통령을 향한 행보에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할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히딩크 감독과의 관계유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히딩크 감독이 현재 상황의 미묘함을 잘 파악하고 있음은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그가 미리 박항서 감독의 양해를 구한 뒤에 벤치에 앉은 것이나 경기 내내 불편한 모습을 보여준 것도 이 때문이다. 차라리 순수한 마음이었다면 90분 내내 박항서 감독과 자리를 함께하며 경기를 편하게 관람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도 남북통일축구 벤치에 앉아달라는 협회의 집요한 설득엔 결국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코칭 스태프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평소 철학과 완전히 배치되는 행위였지만, 한국을 떠난 이후 첫 방문이었다는 점이나 대한축구협회 기술자문역 계약을 앞둔 시점이라는 사실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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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준 toto@sport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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