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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취재

‘주먹’은 가고 ‘돈’이 말한다.

‘야인시대’ 건달세계의 달라진 풍속도

  • 글: 조성식 mairso2@donga.com

‘주먹’은 가고 ‘돈’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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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우정회라는 모임이다. 국내 주먹계 관련 모임 중 전국적으로 인정받는 것은 10여 개. 그중 우정회가 가장 힘 있는 모임이라는 것이 정평이다. 전국구 주먹 또는 주먹 출신 사업가들의 친목회 형태인 이 모임엔 현재 31명의 회원이 가입해 있다. 하나같이 자신의 지역에서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 실력자들이다. 10년 전 조직됐는데, 그 뿌리는 30년 전 결성된 수원 우정회다. 신규 회원 가입 조건은 엄격한 편. 비밀투표로 회원 전원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평균 연령대는 50대 후반∼60대 초반.

경기도 수원에서 사업을 하는 이석○씨가 10년째 회장을 맡고 있다. 이씨는 수원 주먹계의 대부이자 전국구 주먹으로 이름을 날리던 최창○씨 직계로 알려져 있다. 냉철해 보이는 인상에 다혈질로 카리스마가 강하다.

우정회에는 수사기관이나 언론에 노출되지 않은 건달세계 실력자가 많은데 서울에서 활동하는 김남○씨가 대표적인 경우다.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친화력이 좋아 정·관계에 탄탄한 인맥을 구축하고 있으며 주먹계 내부의 평판도 좋은 편이다. 한때 정덕진씨의 재산을 관리했다는 소문도 있다.

1970년대 중반까지 서울 주먹계를 호령했던 신상사파 간부 출신인 김수○씨도 이 모임 회원이다. 신상사파 실세로 통하던 1975년 1월, 사보이호텔에서 조양은씨와 그 부하들로부터 기습공격을 받아 중상을 입기도 했던 그는 권력기관과의 유대를 바탕으로 주먹계에서 꾸준히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서울 영등포 주먹계의 대부인 이신○씨도 오래된 회원이다. 호남주먹들이 서울의 다른 지역은 다 침범했지만 영등포만은 뚫지 못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수십년 동안 이 지역을 완벽하게 장악해왔다. 이 점은 수사기관에서도 인정한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서울에서는 영등포 건달이 가장 역사가 깊다. 호남건달이 이곳만큼은 못 들어갔다. 단결이 잘 돼 있으며 조직의 중간보스들이 다 술집사장을 하는 등 자금력도 탄탄하다”고 귀띔했다. 이씨는 정덕진씨와 절친한 사이다.



부산 주먹계에서는 영도파를 이끌고 있는 천달○씨가 회원으로 들어와 있다. 천씨는 부산 주먹계 최강자인 칠성파 두목 이강○씨의 친구이기도 하다.

회원 중에는 호남 출신 건달도 적지 않다. 서울 시내 호텔의 카지노 업소에서 오랫동안 경호 책임자로 지낸 최○희씨도 회원이다. 목포 출신인 최씨는 상경 1세대 호남주먹인 박종○씨와 절친하다. 광주 출신 회원으로는 오○수, 김○수씨 등이 있다. 다들 서울에서 대학을 나온 엘리트 건달이다. 그밖에 전남 진도 주먹계의 대부인 유○의씨와 전북 전주 출신의 박○찬씨 등이 있다.

우정회와는 조금 다른 성격이지만 충청 지역 주먹 출신 사업가들이 중심이 된 충우회도 눈여겨볼 만하다. 우정회가 ‘보스급’들만의 수평적 모임이라면, 충우회는 주먹계 선후배가 아우러진 수직적 형태의 모임이다. 지난해 독립문 앞에서 항일(抗日) 단지의식을 치른 ‘구국결사대’도 충우회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충우회는 충청 출신이 주축이긴 하지만 타 지역 사람들도 있어 전국 조직이라 할 만하다. 불우청소년 장학사업 등 사회사업도 벌이고 있다. 현재 회원은 약 200명이다. 서울에 있는 배○수씨가 회장을 맡고 있는데, 구심점은 고문인 조일환씨다. 수사기관이 송악파(충남 천안·온양이 근거지) 두목으로 지목해 쫓고 있는 장○길씨도 충우회 회원이다. 최근 대전 주먹계 실력자로 자리잡은 양○모씨도 이 모임과 관련돼 있다.

호남주먹 가운데 상류층 주먹이라 할 만한 사람으로는 1970년대 초반 서울에서 호남주먹계를 대표했던 박종○, 박영○, 오기○, 이승○씨 등이 있다. 번개라는 별명으로 널리 알려진 박종○씨는 목포 주먹계의 대부다. 광주 동아파 출신인 박영○씨는 1976년 신민당 전당대회 각목사건에 개입하는 등 정치주먹으로 이름을 떨쳤다.

권력층 주변의 호남주먹들

오기○씨는 1970년대 중반 광주 주먹계에서 샛별로 떠오른 김태촌씨를 서울로 끌어들인 장본인으로 김씨에 앞서 서방파를 이끌었다. 정현준 게이트에 연루돼 해외 도피중인데 고위층 인척인 차○○씨와 절친한 사이.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이승○씨는 전주 출신으로 전북 주먹계의 대표주자. 5공 때 정치적 사건에 연루돼 언론에 자주 이름이 오르내렸다. 1987년 안기부가 관련된 통일민주당 창당방해사건 주역으로 우익청년연합단체인 호청련을 창설했다. 박종○씨와 더불어 모 스포츠협회를 장악해 고위직을 맡기도 했다.

지난해 김홍일 의원과 가깝다는 이유로 구설수에 오른 정학○씨도 주먹계에서 무시 못할 영향력을 갖고 있다. 경희대 재학 시절부터 ‘태권도 주먹’으로 이름을 날린 정씨는 특히 1980년대 중반 진로그룹 내분 과정에 깊이 간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서울 주먹계 판도를 뒤흔든 사보이호텔 사건이 일어난 지 한 달 뒤인 1975년 2월 범죄단체조직 혐의로 구속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바 있을 뿐 그 외에는 전과가 없을 정도로 주먹계 주변에서 ‘신사 건달’로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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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성식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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