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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 진단

‘불도저 시장’의 위험한 ‘도박’

설왕설래 이명박式 ‘서울 개조론’

  • 글: 김진수 jockey@donga.com

‘불도저 시장’의 위험한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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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계획 수립과정에는 절차상 하자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비판은 이런 절차상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서울시정 4개년 계획엔 ‘20대 중점과제’ 해결을 위한 사업계획이 많지만, 우선 ‘간판사업’격인 뉴타운 개발계획부터 살펴보자. 알려진 대로, 왕십리뉴타운(성동구 상왕십리동), 은평뉴타운(은평구 진관내·외동), 길음뉴타운(성북구 길음동) 등 강북지역 3곳을 시범지구로 선정, 기존 민간 주도의 주택재개발 방식을 탈피한 ‘뉴타운 개발방식’을 통해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하며, 2006~12년까지 사업을 마무리한다는 게 이 계획의 골자다.

이는 강남·북간 불균형 개발에 따른 각종 도시 생활인프라의 수급 불균형이 사회문제를 야기하는 근본원인이란 인식 하에 도로·학교·공원·주차시설 등 도시기반시설을 공공이 직접 조성해 계획적으로 도시를 정비하겠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강북 주민들은 물론 환영 일색이다. 서울시는 이런 분위기를 충분히 감지한 듯 서울시민 70% 이상이 뉴타운 개발을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뉴타운이 당초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지에 의문을 표한다. 제대로 된 뉴타운 개발을 위해서는 최소한 준비기간만 3∼4년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성신여대 권용우 교수(54·도시지리학·경실련 도시개혁센터 대표)는 “뉴타운 개발시 도로·학교 등 기반시설을 넣기 위해선 토지수용이나 환지를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 보상가 등을 둘러싼 갈등이 필연적이어서 개발기간을 10년 정도로 여유 있게 잡아야 하지만 뉴타운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권교수는 또 “공청회 등으로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채 조급하게 뉴타운 개발계획을 마련해 교통, 원주민 이주대책 등 여러 면에서 개발 후유증이 예상된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뉴타운 3곳의 개발사업을 2012년까지 각기 3단계로 구분해 순차적으로 추진하므로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란 게 서울시의 답변이다.

또다른 비판의 축은 이시장이 공약과 서울시정 4개년 계획에서 공히 제시한 ‘사람 중심의 편리한 서울’이란 비전과 달리, 뉴타운 개발계획에선 ‘사람에 대한 배려’가 희박하다는 데 있다. 공공 주도라고는 하지만 지역역량 개발보다는 물리적 사업에 치우쳐 있다는 것.

이시장과 서울시는 낙관론자

서울시는 부동산 투기가 우려된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이시장의 공약 중 하나가 강남·북간 경제격차 해소”라며 “강남 평균 땅값이 평당 3000만원에 이르는 반면 강북은 평당 500만원에 불과한데 땅값이 좀 오르면 어떠냐”는 반응이다.

서울시는 뉴타운 계획은 ‘개발’이 아니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것이라 강조하며 언론에 ‘개발이란 표현을 삼가라’고 불만을 털어놓지만, 사실 ‘뉴타운 개발’이란 표현은 서울시가 ‘비전 서울 2006’ 책자에서 처음 사용한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런 논란의 와중에도 이미 발표한 3개 뉴타운 외에, 2012년까지 강남을 제외한 서울전역에 뉴타운 29개를 더 조성한다는 계획을 추가했다.

서울 도심 한복판인 광화문·숭례문·시청앞 등 3곳에 2005년까지 1만8000여평 규모의 시민광장을 조성한다는 도심광장 조성계획에도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복잡한 도심에 광장을 만들면 교통대란이 빚어질 게 불 보듯 뻔한 데 이를 해결한 방안이 있냐는 것.

이런 비판에 대해 서울시는 “도심광장 중 시청앞 광장은 전임 고건 시장 재임시절 이미 시뮬레이션을 거쳐 결정한 사항”이라며 “이를 위해 기존 교통운영체계를 대중교통 위주로 조정하고 일방통행제 실시 등 일련의 교통대책을 마련해 교통흐름을 최적화하겠다”고 답한다. 그러나 ‘하겠다’는 내용뿐 ‘언제 어떻게’는 빠져 있다. 시민의식의 성숙에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도 그래서 나온다.

비판의 초점은 시정계획 달성의 관건인 재원조달에도 맞춰져 있다. 서울시정 4개년 계획을 2006년까지 집행하는데 소요되는 금액은 14조9305억원. 대중교통체계 개선에 4조7683억원, 지하철건설부채 50% 감축에 3조3667억원, 임대주택 10만가구 건설에 1조6468억원, 강북 뉴타운 개발에 9337억원, 청계천 복원에 3754억원이 각각 필요하다.

서울시는 “재원 마련 방안이 불투명하다는 건 기우(杞憂)”라며 자신감을 내비친다. 필요한 재원은 향후 4년간 서울시의 총예산 54조9000억원 중 경직성 경비 및 법정 의무경비인 24조6000억원을 뺀 사업비 24조9000억원에 포함된 통상 예산으로 충당하면 되므로 별도 재원이 필요없다는 것.

이와 관련해 ‘비전 서울 2006’ 68쪽엔 ‘4666억원의 부족재원이 발생하나 실 예산편성시 20대 중점과제 투자비 중 일부가 삭감될 것으로 추정’이라는 부분이 포함돼 있다. 재원조달이 어렵다고 자인한 내용 치곤 상당히 낙관적인 전망이다. 어쨌든 ‘경영마인드’ 도입으로 재원확보가 가능하다는 게 이시장의 생각이다.

청계천 복원에도 추가사업비가 들 것이란 반론이 제기된다. 성신여대 권용우 교수는 “시가 추산하는 3754억원으로 청계고가도로를 허물고 청계천에 물을 흘려보낼 수는 있다. 그러나 낙후된 인근 상가를 정비하지 않은 채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적 복원이라 할 수 있느냐”며 “물리적 복원을 넘어서려면 청계천 복원엔 더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고 꼬집는다.

더욱이 청계천 복원은 2005년 완공 목표로, 내년 하반기엔 본격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라면서도 올해 기본계획을 마련해 내년초 시민의견 수렴과 전문가 자문절차 등을 거치기로 하는 등 더딘 행보를 보이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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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진수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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