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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취재

軍治인가 法治인가… 말 많은 군 사법제도

“계급 앞에 무력한 군사법원 차라리 폐지하라”

  • 글: 조성식 mairso2@donga.com

軍治인가 法治인가… 말 많은 군 사법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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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7월 국방부는 국방개혁위원회(위원장 김재창 예비역 육군 대장)의 건의를 받아들여 군 법무체계를 개편했다. 개정된 제도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는 국방부장관 직속으로 검찰단과 고등군사법원을 창설한 것이다. 이전까지 국방부 검찰부는 법무관리관(준장 또는 소장) 지휘를 받는 법무운영단(단장은 대령)의 한 부서에 지나지 않았다. 군사법원도 마찬가지였다. 심판부라는 이름으로 역시 법무운영단에 귀속돼 있었다.

둘째는 군사법원의 확대다. 이전까지 군단급 이상 부대에만 있던 군사법원을 사단급 부대에도 설치한 것이다. 이는 전시 군사법원의 원활한 운영을 꾀하고 사단장의 지휘권을 강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개정된 내용을 보면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국방부 검찰부가 검찰단으로, 심판부가 고등군사법원으로 승격되면서 독립적 지위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편제상 법무관리관과 검찰단장, 고등군사법원장은 수평 관계로 모두 국방부장관의 지휘를 받는다. 또 사단급 부대에도 군사법원을 설치한 것은 재판권 확대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측면도 있다.

하지만 법조계 학계 시민단체 등에서는 여전히 군 사법제도에 문제가 많다고 주장한다. 서울대 법대 한인섭 교수는 이를 “군치(軍治)와 법치(法治) 사이의 갈등”으로 규정한다. 한교수는 “재판이 명령체계의 일환이냐, 아니면 명령체계로부터 독립된 사법활동이냐가 관건인데, 군사법원 운용 실태는 여전히 전자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당사자라 할 만한 군법무관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국방부 소속의 군법무관 A씨는 “군 법무체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부대 지휘관이 사실상 군검찰 수사를 지휘한다는 것이다. 군사법원의 경우도 겉으로는 독립돼 있지만 자체 인사권이 없어 지휘관 통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군검찰과 군사법원의 독립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현재 군법무관의 수는 육해공군 합해 400여 명에 이른다. 군법무관은 크게 단기장교와 장기장교로 나눈다. 단기는 사법고시 합격자로 복무기간이 3년이다. 장기는 대학 졸업 후 군법무관 임용고시를 통과한 자로 의무복무 기간이 10년이다. 이제까지는 격년제로 40명씩 선발해왔는데 올해부터는 1년에 25명을 뽑는 것으로 제도가 바뀌었다. 군법무관은 임관 후 군판사와 군검찰관 등의 보직을 받는데, 일반 판·검사처럼 현직을 떠난 후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있다.

장관 참모가 군사법원장 상관 노릇

군 법무체계는 기능 면에서는 민간 법조체계와 비슷하다. 군검찰관이 검사, 군판사가 판사 노릇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직과 체계는 딴판이다. 먼저 군 검찰조직을 살펴보자. 최상급부대인 국방부에는 검찰단이 있다. 대령이 단장인 검찰단은 국방부 직할 부대에서 벌어진 사건과 장성급 장교가 연루된 사건 등 주요 사건을 수사하는 기관이다. 중령급이 부장인 고등검찰부와 보통검찰부로 구성돼 있다.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지휘체계가 일원화된 민간 검찰과 달리 군 검찰 지휘체계는 다원화돼 있다. 군검찰의 지휘부라고 할 만한 국방부 검찰단은 육해공군 본부 또는 예하 부대 검찰부를 지휘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군검찰 조직이 지휘관으로부터 독립돼 있지 않아 검찰관이 소속 부대장의 지휘를 받기 때문이다.

국방부에 장관 직속으로 검찰단이 있듯 각군 본부에는 참모총장 밑에 고등·보통검찰부가 편성돼 있다. 군사령부 이하 사단급 이상 부대에는 고등검찰부가 없고 보통검찰부만 있다. 보통검찰부장은 군사령관, 군단장, 사단장 등 부대 지휘관의 지휘를 받는다.

특기할 것은 법무참모 제도다. 국방부장관은 법무관리관이라는 참모를, 각군 참모총장은 법무감, 그리고 군사령부 이하 사단급 이상 부대 지휘관은 법무참모를 두고 있다. 법무참모란 말 그대로 지휘관에게 법률적 문제와 관련해 조언하는 직책이다. 그런데 실상은 그 이상의 권한을 갖고 있다. 수사 또는 재판과 관련해 지휘관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이야말로 군 법무조직의 실세들인 것이다.

법무참모의 으뜸인 법무관리관은 편제상 수평관계인 검찰단장을 지도·감독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엄밀히 말해 지휘권이 아니므로 수사를 지휘할 권한은 없다. 그러나 국방부 검찰단에서 하는 웬만한 수사는 사전에 법무관리관 결재를 거쳐야 한다. 법무관리관이 검찰단장의 직속상관인 국방부장관의 수사 지휘권을 위임받아 행사하는 까닭이다.

앞서 소개된 군법무관 A씨는 “법무관리관은 장관의 참모 노릇에 충실하면 된다. 그런데 장관을 대신한다는 미명하에 국방부 검찰단장과 고등군사법원장을 자신이 주재하는 회의에 참석시키는 등 상관 행세를 한다”고 비판했다.

각군 본부의 검찰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각군 본부의 경우 아예 편제상 고등·보통검찰부가 참모총장의 참모인 법무감의 지휘를 받게 돼 있다. 인원이 적은 해·공군은 고등검찰부장이 보통검찰부장을 겸직하고 있다. 군사령부, 군단, 사단급 부대의 법무참모도 소속 검찰관의 직속상관이다. 사단급 부대엔 대개 법무참모 1명, 군검찰관 1∼2명이 있는데, 법무참모가 보통검찰부장을 겸직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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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성식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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