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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분석

발등의 불, 쌀 시장 개방 협상

미국과는 ‘한판 붙자’ 그러나 중국만은 속수무책

  • 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발등의 불, 쌀 시장 개방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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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우리가 관세화 유예를 받을 당시 WTO 농업협정문에는 관세화 유예라는 특혜조치를 연장하도록 합의할 경우에도 ‘추가적이고 수락 가능한(additional and acceptable) 양허를 부여하도록’ 못박고 있다. 설령 관세화를 다시 유예받더라도 현재 국내 총소비량의 4% 수준인 최소시장접근(MMA) 물량을 늘리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관세화든 관세화 유예든 ‘대가’를 치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반면 경제전문가들은 전문가들대로 “미국이나 중국 등 상대국들이 과도한 MMA 물량 증대를 요구해와, 관세화를 유예받더라도 관세화 개방보다 더 큰 폭의 수입 증가가 예상되는데도 농민들의 정서만을 의식해 관세화 유예를 선택한다면 이는 엄청난 국익 손실”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관세화든 관세화 유예든 간에 경제논리에 입각해 개방폭을 최소화하는 ‘실용적’ 선택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두 가지 모두 우리가 절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서 협상을 시작하는 것은 물론이다.

우리와 함께 관세화 유예라는 특혜조치를 받았다가 관세화로 돌아선 일본이나 대만의 경우를 보더라도 이러한 우려는 더욱 분명해진다. 2002년 WTO에 가입하면서 1년간 쌀 관세화를 유예받았던 대만은 우리의 2배인 8%의 MMA 물량을 적용받았다. 1999년 관세화를 받아들인 일본 역시 8%라는 의무수입 물량을 견디다 못해 차라리 관세화를 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문가들이 미국이나 중국 등 쌀 수출국이 적어도 ‘8%+α’의 MMA 물량을 요구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결국 우리가 관세화를 한번 더 유예받기 위해 받아들여야 하는 MMA 물량이 안 그래도 재고 증가와 소비 부족에 시달리는 우리 쌀 시장 현실을 감안할 때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냐 아니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수요를 훨씬 웃도는 의무수입 물량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수입하느니 차라리 쌀 수입을 관세화하는 것이 더 안전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더구나 관세화 유예의 대가로 의무수입 물량의 일정부분을 민간무역으로 전환하게 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올해까지는 국내 총소비량의 4%에 해당하는 20만5000t의 수입쌀을 정부가 관리하면서 가공용으로만 유통시키기 때문에 일반 소비시장에서 미국이나 중국쌀을 접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미국이나 중국측 기류를 보면 더 이상 이런 국영무역 형태를 고집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일본도 우리의 2배 수입 허용



말하자면 ‘위험하지만 속 편한’ 관세화 방식과 ‘안전하지만 부담스런’ 관세화 유예 방식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해야한다는 말이다. 관세화가 ‘위험이 따르는’ 방식이라는 말은 일단 관세화 이후 수입량이 어느 정도 될 것인지를 정확하게 추정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쌀을 관세화했을 때 시장개방의 폭이 어느 정도나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예상되는 시장개방의 폭이 상대국이 요구하는 MMA 물량보다 적다면 관세화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고, 관세화했을 때 예상되는 시장개방의 폭이 상대국이 요구하는 MMA 물량보다 많다면 의무수입 물량을 늘려주더라도 관세화하지 않는 것이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도하개발어젠더(DDA) 협상이 결렬됨으로써 그러한 예상마저도 쉽게 할 수 없는 형편이 돼버렸다. 당시 일부 농민단체 관계자들은 협상 결렬이 마치 우리에게도 승리를 가져다준 것인양 환호했지만 따지고 보면 당시 DDA 협상 결렬로 인해 이번 쌀 협상의 불확실성만 더욱 커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관세화냐 관세화 유예냐의 득실을 따져보기 위해서는 관세화시 예상되는 시장개방의 폭을 정확하게 예상할 수 있어야 하는데 결국 이는 DDA 협상에서 결정될 관세감축 및 저율관세의무수입량(TRQ)의 폭에 따라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DDA 세부원칙에 관한 협상이 타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관세감축률이나 이에 따른 쌀 수입 가격을 예측하는 것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단, 현재로서는 향후 DDA 협상에서 우리가 개도국 지위를 유지할 것이냐 선진국으로 재분류될 것이냐에 따라 몇가지 예상 시나리오를 추정해볼 수 있을 뿐이다.

우선 우리가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고 쌀을 WTO가 인정하는 특별품목(SP)으로 인정받게 될 경우 시장 개방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농촌경제연구원 추정에 따르면 이 경우 국제 쌀 가격이 톤당 300달러라고 가정했을 때 쌀 수입 가격은 2005년 14만5000원(80kg당) 수준에서 2010년에 가서도 14만2000원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관세화에 따른 국내 쌀 산업 피해 정도가 미미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개도국 지위를 상실하고 150% 수준의 관세상한까지 적용받게 되면 2010년 수입 쌀 가격은 현재 수준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 7만5000원 수준으로까지 폭락하게 된다. 쌀 농가에는 직격탄이나 다름없는 시나리오다. 이번 쌀 협상에서 관세화를 유예받느냐 관세화를 수용하느냐 여부에 못지않게 향후 DDA 협상에서의 개도국 지위 유지 여부가 쌀 산업 보호에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러다 보니 정부가 어떤 안을 마련해 협상에 나서더라도 운신의 폭이 제한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개도국 지위를 유지한다는 전제 아래 상대국의 요구를 일정한 범위 내에서 수용하기도 어렵고 개도국 지위를 상실할까봐 협상의 폭을 스스로 좁히는 것도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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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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