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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분석

인간인가, 살인도구인가…병사들이 겪는 전쟁심리학

자살률 높아지고 60일 이상 전투 땐 98%가 정신적 상처

  • 글: 김재명 분쟁지역 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인간인가, 살인도구인가…병사들이 겪는 전쟁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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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호전에 독가스전까지 벌인 제1차 세계대전은 말 그대로 전례없는 장기간에 걸친 처참한 전쟁이라 많은 병사들이 PTSD 증상으로 괴로워했다. 처음 정신과 의사들은 이 같은 증세가 전투에서의 피로에서 비롯된 일시적 현상쯤으로 여겼을 뿐, 정신질환으로 보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히 PTSD였다. 전쟁연구자들은 제2차 세계대전과는 달리 베트남전쟁에서 미군의 조준 사격률이 높아질수록 본능적으로 살인을 거부하는 병사의 정신적 갈등은 깊어지고 그로 인해, 일종의 정실질환인 PTSD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늘어났다고 본다. 밀림 속에서의 치열한 전투가 끝난 뒤에도 병사는 한동안 자신이 전투상황 한가운데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을 한다. 전투가 치열했을수록 그 여운은 오래 간다. 밤에는 쉽게 잠을 못 이루고 전투중 총상을 입고 죽어간 베트남 현지인과 전우들의 신음을 듣는 환청(幻聽)에 빠진다.

“정신적 상처 기준 삼아 전쟁비용 계산해야”

PTSD 증세가 나타난 병사는 군복을 벗더라도 시민사회로 돌아가 적응하기 어렵다. 그런 제대군인들은 자살률과 이혼율이 높고, 알콜에 중독돼 제대로 직업을 갖지 못한다. 베트남전쟁을 소재로 한 안정효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하얀 전쟁’(정지영 감독, 1992)도 PTSD를 다루고 있다. 이 영화를 보면, 베트남전에 참전한 소대원들 가운데 단지 7명만이 살아남는다. 생존자들은 저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 상처를 지닌 채 귀국한다(실제로 여러 임상적 연구에 따르면, 아무리 훈련을 잘 받은 정예군이라도 소대든 분대든 한 부대 구성원이 50∼60%쯤 전사할 경우 살아남은 병사들은 커다란 뇌상을 입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전우들 사이에 응집력이 강했던 부대단위일수록 그 정신적 상처는 크다). 그 뒤 10년 만에 만난 생존자 변진수와 한기주, ‘변진수’는 전우이자 상사인 ‘한기주’에게 전쟁의 상처를 안고 사느니 차라리 죽고 싶다며 자신을 죽여달라고 조른다. ‘한기주’는 그가 안고 있는 고통을 덜어주려 총을 겨눈다.

문화인류학자들은 고대 부족들간 전쟁에서 한바탕 살육극을 벌이고 돌아온 전사들에게 ‘죄의식’(사람을 죽였다는 원죄의식)을 씻어주는 의식을 벌였다고 말한다. “전투에서 적의 피를 흘리도록 한 것은 정당했다”는 생각을 전사들에게 심어주는 집단적 의식으로 고대 부족들은 물 속에 몸을 담갔다. 몸에 묻은 피를 씻어내면서 죄의식마저 씻어내는 의식이었다. 그와 같은 의식은 오늘날 귀환장병들을 위한 대대적인 환영식과 군사 퍼레이드, 승전 기념비 건립 등과 비슷한 것이다.

그러나 베트남전쟁 참전 병사들은 미국으로 돌아온 뒤 환영받지 못했다. 높은 반전여론으로 말미암아 “내가 베트남에서 베트콩을 죽여 훈장을 받았다”는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숨겨야 할 정도였다. 이라크전 참전 미군병사들의 높은 자살률도 그런 심리구조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로 파병되는 한국 자이툰 부대 병사들은 어떨까. 자이툰 부대원들은 근본적으로 침공군이자 점령군인 미군과는 처지가 다르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평화유지군’의 성격이고, 무엇보다 평균 15.9대 1의 경쟁을 뚫고 뽑힌 지원자들로 이뤄진 병력이다. 따라서 미군처럼 심각한 정신적 상처를 받을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아 보인다. 이 대목에선 영화 ‘하얀 전쟁’에서 그려진 베트남 파병 한국군과도 상황이 다를 듯하다. 그러나 한치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것이 과도기의 이라크 상황이다.

‘얼굴 없는 전투’의 극단은 공습

미 군사(軍史) 전문가인 리처드 가브리엘(다니엘 웹스터대 교수)은 인터넷 웹사이트에 실은 글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국가는 전쟁을 치르면서 돈이 얼마나 들었고, 사상자가 몇 명 생겼는가에 관심을 둔다. 그러나 병사 개개인이 겪는 정신적 고통에 대해선 그다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인간’을 기준으로 전쟁비용을 계산한다면, 전쟁이 남긴 정신적 상흔이 가장 비싼 비용이라는 것이 가브리엘 교수의 주장이다. 적의 포화에 팔다리가 부러진 부상병보다 눈에 안 보이는 정신적 부상병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얘기다.

이라크 파병 미군이 받는 스트레스는 전선 없는 전장에서 적과 얼굴을 맞대다시피 싸워야 한다는 데서도 비롯된다. 미군은 특히 1990년대 들어 ‘얼굴 없는 전쟁’에 익숙해 있다. 첨단 전자장비를 이용해 쏘아대는 미사일과 공습이 대표적인 예다. 제1차 걸프전쟁(1991년)을 그렇게 치렀고, 코소보전쟁(1999년) 때도 그랬다. 중세전쟁이나 19세기 초의 나폴레옹전쟁 때만 해도 병사들이 서로 얼굴을 맞대다시피 하며 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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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재명 분쟁지역 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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