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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칠레 FTA 6개월, 불안한 農心

포도농가 4곳 중 한 곳 “농사 그만 짓겠다”

한-칠레 FTA 6개월, 불안한 農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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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작 FTA 발효 이후인 4~7월까지 칠레산 포도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오히려 9.1%나 줄어들었다. FTA 발효 이후 관세가 인하되면 포도 수입 물량이 늘어나리라는 예측이 빗나간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일까. 농협중앙회 양치대 과수팀장은 “국내 소비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데다 FTA 비준 과정에서 칠레산 과일로 인해 우리 농민들이 피해를 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이 수입 과일 소비를 자제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칠레산 포도의 출하 시기가 11∼4월에 집중되어 있어 계절관세를 적용, 겨울에 수입되는 포도에 한해 관세를 점진적으로 철폐하기로 한 것도 당장 포도 수입이 늘지 않는 요인 중의 하나이다. 한-칠레 FTA 발효에 따른 피해가 구체적으로 얼마나 될지는 올 겨울을 지나봐야 알 것이라는 말이다.

칠레산 저가 과일 수입량이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국내 소비자의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수출용 칠레산 포도는 주로 우리나라의 청포도와 비슷한 톰슨 시드리스(Thompson Seedless)나 붉은색이 도는 레드 글로브(Red Globe) 품종이다. 이들 품종은 우리나라 소비자가 선호하는 캠벨 포도와는 맛이나 품질 면에서 다소 차이가 난다.

“수입 과일 사먹겠다…80%”

복숭아도 사정은 비슷하다. 칠레는 딱딱한 천도 복숭아만을 수출할 수 있는 형편이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백도나 황도를 선호하기 때문에 국내 농가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농협측의 분석이다. 국내에서는 복숭아가 6∼10월에 유통되는 데 비해 칠레산은 11∼3월중 수확해 12∼5월중 판매된다. 이 점도 국내 농가의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대목이다.



따라서 관심의 초점은 칠레산을 비롯 수입산 포도가 낮은 관세로 국내시장에 수입돼 들어올 경우 실제로 소비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에 모아진다. 국산 포도에 비해 맛이 떨어지는 데다 잔류 농약이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시장에서 도태된다면 국산 농가의 피해는 예상만큼 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말 전국 5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20∼59세 주부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는 흥미롭다. 이 조사에 따르면 수입산 포도를 먹어본 사람들 중 앞으로도 구매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56%인 데 비해 수입산 포도를 먹어보지 않은 사람들 중 구매 의향이 있다고 한 사람은 5.7%에 그쳤다. 비록 품종은 다르지만 한번 먹어본 사람은 수입산 포도를 구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이다.

특히 수입산 포도를 먹어본 사람들 중에는 만약 지금보다 10∼20% 가량 가격이 떨어질 경우 ‘수입산을 구입하겠다’고 응답한 사람이 80%를 넘어섰다. 사실상 수입 과일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없어졌다는 말이다.

정부는 칠레산 과일의 국내 시장 잠식에 대비해 이미 FTA지원특별법을 제정, 한-칠레 FTA 발효 직후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현행 FTA 지원특별법에는 과수농가가 과수원을 폐쇄할 경우 보상금 명목으로 3년간 순수입액을 일시금으로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시설포도의 경우 3000평당 1억300만원, 복숭아의 경우에는 3000평당 3400만원의 폐업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품종이나 업종 전환을 꾀하거나 아예 과수농사를 포기하는 농민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FTA지원특별법에 따라 지난 6∼7월 두 달 동안 과수 농가의 폐업 신청을 접수한 결과 폐업지원 대상인 시설포도와 복숭아를 재배하는 전체 농가 중 각각 23.3%와 25.5%가 과수 농사를 포기하겠다고 나섰다(면적 기준, 222쪽 도표 참조). 한-칠레 FTA 발효 이후 포도와 복숭아 농가의 4분의 1이 더는 농사를 짓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이야기다.

폐업을 신청한 과수농가에게 보상금을 모두 지급하기 위해서는 무려 1800억원이 넘는 재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는 농림부가 올해 FTA 지원 예산 중 폐업지원용으로 책정한 234억원의 8배 가까운 금액이다.

과수농가 폐업 신청 러시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작 주무부처인 농림부조차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농림부는 경사지 과수원이나 노령층 경작지 등 한계상황에 이른 과수 농가들이 주로 이번 기회에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폐업을 신청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농림부는 폐업을 신청한 과수농가들이 실제로 모두 폐업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는 폐업을 망설이면서도 ‘일단 신청해놓고 보자’는 농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보상금 지급이 시작되면 폐업 신청을 철회하는 농가도 상당수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과수원이 한꺼번에 폐원하게 되면 과일 공급량이 줄어들면서 가격 폭등 등 부작용이 예상되는 만큼 적절한 심사를 거쳐 순차적으로 폐원시키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과수농가의 폐업 러시에 대한 농림부의 고민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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