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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분석

도마 오른 美 CIA의 정체성

‘해체냐 개혁이냐’ 논란 속 펜타곤과 밥그릇 싸움

  • 글: 김재명 분쟁지역 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도마 오른 美 CIA의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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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곤은 2001년 9·11테러 직후 국방정보국 등 내부의 정규조직을 제치고 소규모 비밀 직할 정보조직을 만들어 가동해왔다. 이 조직은 대량살상무기의 존재 여부를 비롯한 이라크 관련 정보판단에 관한 한 CIA나 국방정보국을 따돌리며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그들은 펜타곤이 후원해온 아흐메드 찰라비(이라크국민평의회 의장) 등 일부 이라크 망명세력과 손잡고, 엉터리 정보(후세인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및 보유설)를 퍼뜨림으로써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 논리를 뒷받침해왔다.

펜타곤 직할 정보조직은 럼스펠드 장관과 월포위츠 부장관이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것들의 증거를 찾아내기 위해 이른바 ‘맞춤정보’를 만들어냈다는 혐의마저 받고 있다. 사담 후세인이 알 카에다와 긴밀한 연계를 맺고 있고, 이라크가 엄청난 양의 생화학무기를 숨겨두고 있으며, 중동지역은 물론 미국까지 위협할 만한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을 것이라는 등의 정보가 그것이다.

이런 맞춤정보들이 거짓임은 이미 드러났다. CIA는 국무부와 함께 일찌감치 아흐메드 찰라비를 믿을 수 없는 인물로 낙인찍고 그와는 거리를 둬왔다. 그러나 펜타곤은 달랐다.

현재 CIA와 펜타곤 사이엔 묘한 암기류가 흐르고 있다.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미국을 위협하고 있으니 선제공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펜타곤의 강경 매파들은 멀쩡하고 신중론을 제기했던 조지 테닛 CIA 국장이 ‘정보처리’를 잘못했다는 덤터기를 쓰고 물러났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조직에 칼을 대겠다는 움직임마저 일고 있다. CIA로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밖으로 터져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현직 CIA 간부의 ‘테러전쟁’ 비판



이러한 분위기에서 지난 7월 저자 익명의 ‘제국의 오만(Imperial Hubris)’이 발간됐다. 22년 동안 정보계통에 몸담아온 CIA 현직 간부가 쓴 이 책은 부시 행정부의 강경파들이 밀어붙인 ‘테러와의 전쟁’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CIA 규정에 따르면, CIA 요원이 책을 내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민감한 사안을 다룬 책은 검열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의 경우 그런 절차가 생략됐다. CIA 내부의 견해를 담았다는 점에서 형성된 공감대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알려진다.

출판되자마자 단숨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제국의 오만’의 저자는 마이크 쇼이어다. 그는 “부시 행정부는 알 카에다 토벌에서 미국이 승리를 거뒀다고 선전하지만, 실제로는 미국이 졌다”고 비판했다. 부시 행정부의 잇단 테러전쟁 공세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적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미국이 오사마 빈 라덴을 비롯한 이슬람권 저항세력의 반미테러 명분을 해소하는 데 노력하지 않고, 단순히 그 저항세력이 미국의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부정한다고 미국민과 세계에 선전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그런 접근법으로는 빈 라덴을 비롯한 이슬람권 반미저항세력을 상대로 한 테러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저자에 따르면, 알 카에다의 성명서는 이슬람권의 부패한 친미왕조들을 보호하고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미국을 비판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슬람권인 아프간과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행위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빈 라덴 지지자들은 따라서 미국을 공격해야 한다고 여기며, 미국과의 전쟁이 당연하다고 믿게 된다. 이슬람 저항세력의 목표는 세속적이고 민주주의적인 제도를 지키는 미국 자체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이슬람권에 영향을 주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점을 인식하지 않는다면 온건한 무슬림들조차 미국에 등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결론짓는다.

쇼이어는 책을 낸 뒤 복면을 쓴 채 언론과 인터뷰를 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펜타곤의 강경파에 제대로 맞서지 못하고 물러난 조지 테닛 전 CIA 국장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그가 9·11조사위원회에 CIA가 9·11테러 방지 실패의 책임자를 처벌하지 못했음을 비난하는 편지를 보낸 것도 테닛을 겨냥한 것으로 알려진다.

“고스 임명은 CIA 역사상 최악”

조지 테닛이 사임한 한 달 뒤인 지난 8월10일 새 CIA 국장에 지명된 포터 고스(65·전 하원 정보위원장)가 과연 CIA를 잘 이끌어나갈지도 관심거리다.

고스는 보수적 색채가 강한 강골 공화당 정치인이다. 북핵문제에 있어서도 아예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강경 매파 의원이다. 미국의 정보기관장은 초당적인 인물이 지명되는 게 그간의 관례였다. 지미 카터 대통령 시절 CIA 국장을 지낸 스텐필드 터너는 고스에 대해 “그렇게 당파적인 인물을 CIA 국장 자리에 임명하면 정보국에 대한 공공의 신뢰는 더욱 줄어들 것이다. 고스의 임명은 CIA 역사상 최악”이라고 비난했다.

1960년부터 1971년까지 주로 중남미와 유럽에서 CIA 요원으로 일한 경력을 지닌 고스가 넘어야 할 첫 번째 벽은 9월 중에 있을 미 상원 인사청문회다. 민주당은 그의 인준 청문회를 벼르고 있다. 그래서 고스 임명은 재선 고지를 겨냥한 부시의 승부수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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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재명 분쟁지역 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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