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호

대한민국 국가기관의 인권침해 현장 보고서

‘성폭행 임신’ 자살 기도 미성년자, 피의자와 강제 대질
다리도 못 펴는 0.6평 징벌방에 성인 3명 함께 수감

  • 글: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4-10-25 11: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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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국가기관의 인권침해 현장 보고서
    대통령 직속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출범 이후 현재까지(2001년 11월26일∼2004년 8월31일) 2년9개월 동안 일반인이 검찰, 경찰, 군대, 교도소, 법원 등 국가기관에 의해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인권위에 제출한 진정은 9410건이다. 이 가운데 231건은 인권침해 진정의 타당성이 인정되어 인용결정이 났고 250건은 관계기관으로 이송됐다. 1156건은 지금도 조사가 진행중이다. 인용결정의 유형은 고발·수사의뢰 18, 징계권고 20, 긴급구제 4, 권고 125, 법률구조 4, 합의종결 60건이다.

    인권위가 국회 법사위원회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에게 제출한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침해 진정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경찰에 의한 인권침해 진정은 2000건, 검찰은 577건, 교도소 등 구금기관은 4104건, 보호소 등은 170건, 군대는 221건, 기타 국가기관은 2338건이었다.

    다음은 인권위가 “인권위 출범 이후 밝혀진 국가기관에 의한 대표적인 인권침해 사례”라며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주요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검찰의 ‘엽기적 건망증’

    1996년 11월 김OO씨는 사기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소중지됐다. 그러나 1997년 1월 검찰은 장애인인 김씨가 실제 피의자와 동명이인임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김씨는 같은 해 5월 검찰출두 요청을 받았다. 김씨는 형사와 함께 검찰청으로 가서 자신이 피의자와 동명이인임을 해명해야 했다.



    2년 뒤인 1999년 8월, 같은 검찰청의 수사지휘로 경찰관이 다시 김씨의 집을 방문했다. 같은 사건의 피의자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김씨는 검찰에 자신은 동명이인이라는 사실을 다시 주지시켰다. 그러나 2001년 2월12일 같은 검찰청의 지시로 경찰관이 또다시 김씨 집을 찾아왔다. 김씨는 자신이 무고한 시민임을 또 확인시켜줬다.

    참다못한 김씨는 나흘 뒤인 2월16일 “동명이인임이 확인됐는 데도 계속해서 소재수사를 받아 고통스럽다”면서 해당 검찰청장과 검찰총장에게 진정서를 제출했다. 검찰에선 곧 “그동안 본의 아니게 심적 고통을 준 점에 대해 사과한다”는 회신을 보내왔다.

    하지만 1년9개월이 지나 다시 한번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2002년 12월19일 같은 검찰청이 다시 경찰에 수사를 지시해 경찰관이 김씨에 대해 같은 혐의로 소재수사를 벌인 것이다. 김씨는 검찰과는 더 이상 얘기가 통하지 않는다고 보고 1개월 뒤 인권위에 진정을 하게 됐다.

    검찰은 인권위에 “업무 인수인계가 잘 안 되어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같은 실수가 반복되어 무고한 시민이 수차례 고통을 호소했고, 이에 검찰이 재발방지 회신까지 했음에도 검찰이 문제를 즉각 시정하지 않은 채 방치한 것은 이 정도의 대민(對民)피해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기는 인권경시와 권위주의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인권위는 “김씨가 사기사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동명이인임을 확인하고도 반복적으로 소재수사를 함으로써 김씨에게 적지 않은 당혹감과 수치심을 안겨준 행위는 검사 등이 지켜야 할 ‘인권보호수사 준칙’ 6조 및 23조에 반해 김씨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검찰에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권고했다. 이에 검찰총장은 2004년 9월 “재발하지 않게 조치했다”고 통보했다.

    자살기도 상태서 10시간 심문

    미성년자인 조○○양은 2000년 2월10일 새벽 1시 승용차 안에서 박○○씨에게 성폭행을 당해 임신을 하게 됐다. 박씨는 조양의 부모에게 합의금을 줬고 조양측은 고소를 취하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검찰이 가해자와 피해자의 대질심문을 강요했다고 조양측이 주장하고 있는 것.

    그해 7월 검찰은 조양에게 피의자와의 대질심문에 출석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조양의 부모는 조양이 임신중독으로 몸이 붓는 등 건강이 몹시 악화되어 있는 데다 성폭행을 당한 충격이 큰 상태이므로 가해자와 분리심문해줄 것을 검찰에 요청했다. 보호자의 입회도 요구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런 요구를 무시하고 출석을 강요해 7월6일 보호자를 배제한 채 대질심문을 벌였다. 닷새 뒤인 7월11일 한 번 더 대질심문이 이뤄졌다.

    이에 대해 검찰은 “대질조사를 했지만 피해자가 몸이 불편하다고 호소했는지 여부는 명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가해자가 범행 일부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피해자에게 피해사실을 주장할 기회를 주었을 뿐이다. 강제로 조사한 사실이 없다. 대질조사에 방해가 되는 경우엔 보호자를 조사에서 배제할 수 있다”고 인권위에 반박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조양을 치료한 K병원 진료기록에는 “임신중독, 질의 염증이 심하고 정신과적으로도 문제가 있어 건강상태가 좋지 못한 상태에 있다”고 쓰여 있다. 조양의 부모와 검찰과의 통화기록에는 “검찰이 조양의 상태에 대해 물어와 질염 등 환자의 건강상태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다”고 기재되어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상담기록에 따르면 조양의 부모는 “오늘 검찰에서 오라고 하는데 아이가 아프고 가기 싫어합니다. 검찰에서는 응급실에 데리고 갔다가 오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상담원에게 진술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며칠 뒤 같은 기관의 상담기록에는 “7월11일 딸이 다시 대질조사를 받았어요. 검찰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대질심문 하면서 점심시간도 주지 않았고요”라고 진술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조양의 부모는 검찰에 제출한 진정서에서 “딸이 강간피해의 후유증으로 칼로 손목을 그어 자살을 기도하고 밥도 먹지 않고 가족들과 대화도 하지 않는 등 이상증세를 보이고 있고 임신한 상태”라고 밝혔다.

    다음은 인권위의 조사 결과다.

    “검찰은 조양이 가해자와 대면하기를 꺼리는데도 수사를 공정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이유로 대면조사 및 보호자 입회배제를 관철했다. 첫 번째 대면조사에서 조양이 임신중독으로 건강이 악화된 상황임에도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무려 10시간 조사를 강행해 조양이 앉아 있는 것도 힘들어하는 상황이 됐다.

    검찰은 1차 대면조사를 마친 뒤 조양에게 다음날 다시 출석할 것을 요구했는데 조양이 ‘몸이 아파 못 오겠다’고 하자 검사가 ‘조사받기 싫어서 그러느냐. 나오라’고 했으며 다음날 조양이 출석하지 않자 검찰은 조양의 부모에게 ‘보내라’고 거듭 강요했다. 나중에는 화를 내면서 ‘몸이 아프면 응급실로 데려 가라’고 해 2000년 7월11일 2차 대질조사가 이뤄졌다.”

    성폭행 피의자와 나란히 앉혀 대질

    이 같은 조사결과를 근거로 인권위는 이 진정 건에 대해 다음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대검 지침은 대질심문은 최후의 수단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시행하고 보호자의 입회를 허용하는 것을 성범죄 수사담당자의 기본자세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검찰은 대질조사시 피해자와 가해자를 나란히 앉혔으며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피해자에게 적절한 휴식을 주지 않은 상태에서 장시간 조사를 강행하는 등 특별히 피해자를 배려했다는 점이 발견되지 않는다.

    피해자의 의사와 건강상태를 살피지 않은 점도 인정된다. 보호자 입회를 배제한 점 등 피해자 보호조치가 미흡했던 점도 인정된다. 검찰은 피해자가 불안, 성적수치심 등을 느끼게 하고 육체적 고통을 안겨준 것이기에 인간의 존엄과 가치로부터 유래되는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며 신체의 자유로부터 유래되는 신체의 안전을 보호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된다.”

    인권위는 2004년 5월 “국가인권위원회법 44조1항1호의 규정에 따라 검찰총장에게 피진정인(성폭행 수사 담당 검사와 수사관)들에 대해 경고조치하라고 권고했다.

    2002년 5월 박○○씨는 한 검찰청에 출석해 조사를 받던 중 무고혐의로 긴급체포됐다. 같은 날 오후부터 26시간동안 수감됐다. 헌법, 형사소송법 등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자의 가족 등 법률이 정하는 자에게 그 이유와 일시·장소를 지체 없이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검찰은 박씨 가족에게 긴급체포 사실을 통지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피의자의 가족이 체포나 구속된 이유, 시기, 장소에 대한 통지를 받지 못한다면 피의자의 변론을 도울 수 없을 뿐 아니라 피의자의 소재를 알 수 없는 가족의 정신적 고통 또한 적지 않을 것이기에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체포사실에 대한 지체 없는 통보를 중요한 적법절차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이 같은 통지절차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검찰총장에게 해당 검사를 주의조치하라고 권고했다.

    긴급체포 문제와 관련, 국가인권위는 “2003년 10월 검찰은 장○○씨를 사기혐의로 긴급체포해 수감한 뒤 정당한 이유 없이 40시간 동안 가족과의 접견을 금지시켰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에 의해 체포된 피의자는 변호인이나 가족, 친지 등 타인과 접촉하고 서류나 물품을 수수하며 의사의 진료를 받는 등의 접견교통권이 보장돼 있다.

    3회 연속 4개월 징벌처분

    인권위는 2004년 2월 진주교도소에 수감자가 정상적인 수면자세를 취할 수 있도록 징벌실을 개·보수할 것을 권고했다. 상당수 한국 교도소가 다리를 뻗고는 잘 수 없는 ‘반인륜적인’ 시설물을 운영해 재소자에게 부여되어야 할 최소한의 존엄성마저 박탈하고 있는 것이다.

    수감자인 이○○씨는 징벌방이 너무 협소하여 다리를 뻗고 수면을 취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화장실에 칸막이가 없고 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있어 용변을 볼 때 심한 수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징벌실은 교정질서를 훼손한 수감자를 별도로 수감하는 교도소내 시설물이다.

    대한민국 국가기관의 인권침해 현장 보고서

    한국에 체류중인 중국 동포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집단으로 자신들의 인권문제 관련 구제요청을 신청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진주교도소측은 9개의 징벌실이 있는데, 면적은 0.68평, 가로 세로 각 150cm라고 밝혔다. ‘대각선’으로 취침할 수 있는 규격으로 건축됐으나 수용규모에 비해 징벌자가 늘어 하나의 징벌실에 2∼3명을 수용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어 교도소측은 “2003년 6월 이후엔 하나의 징벌실에 1∼2명이 들어가도록 밀도를 낮춰 수용환경을 개선했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교도소측의 재소자 인권의식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음은 인권위의 결론이다.

    “유엔에서 채택된 피구금자 처우를 위한 최저기준규칙은 ‘모든 취침설비는 최소 건평 등 건강유지에 필요한 모든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진주교도소 징벌실은 대각선의 길이가 210cm로 실제로 평균 신장의 수용자 1인이 대각선으로 취침할 경우 다리를 뻗고 수면을 취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일반인의 상식에 비추어볼 때 정방향의 실내에서 대각선으로 취침하는 것 자체가 부자연스럽다. 더욱이 징벌실 내에 2인 이상이 수용되는 경우 도저히 다리를 뻗고는 수면을 취할 수 없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는 국제사회가 피구금자의 최소한의 권리로 인정하고 있는 위 규칙에 부합하지 않는 것은 물론, 징벌처분자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정상적인 수면자세는 취할 수 있게끔 하여야 할 것인 바,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인권위 조사 결과, 전국 44개 교정시설에서 총 906개의 징벌실이 설치, 운영되고 있다. 울산구치소, 평택구치소 징벌실의 경우 화장실 면적 제외 0.6평 미만으로 설치되어 있어 성인 남성의 경우 1인이 대각선으로 누어도 다리를 뻗고 수면을 취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2004년 6월 인권위 조사 결과 청송교도소는 한 재소자가 정신분열증을 호소하자 실질적인 건강검진이나 치료는 하지 않고 오히려 소란을 피운다는 이유로 3회 연속으로 4개월간 징벌처분한 바 있다. 이 재소자는 실제로 정신분열증을 앓았으며 징벌처분으로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인권위는 판단했다.

    9·11테러 후 아랍인 밀착 감시

    9·11테러와 아프간전쟁, 이라크 전쟁 이후 국내 거주 이슬람인들의 기본권 침해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에 귀화해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파키스탄계 A씨는 귀화 직후부터 국가정보원의 감시를 받았다. 국정원 관계자들은 2003년 8월부터 10월까지 수차례 A씨를 찾아와 테러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외국인 용의자에 대해 묻고 A씨의 상점도 촬영했다. 이들은 또 “이슬람예배를 하는 모스크에 가서 이야기를 듣고 정보를 제공해달라”는 등의 강요도 했다고 A씨는 주장했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와 인권위의 조사가 시작되자 국정원 관계자들은 2004년 4월 A씨가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에 대해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김재근 사무국장은 “이후에도 이란인 두 명에 대해 국가기관에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전화가 자주 걸려왔다”고 말했다.

    2000년 6월7일 모 지방법원은 “김OO 등 채무자 7명은 OO철도차량정비창에 출입하여서는 안 된다. 채권자의 위임을 받은 집행관은 위 사실을 적당한 방법으로 공시하여야 한다”고 결정했다. 그러자 이 지방법원 소속 집행관은 같은 달 철도차량정비창의 정문에 이들 7명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를 기재한 가로 90cm, 세로 170cm의 공시문을 부착했다. 이들 7명은 “이날 이후 3년 이상 공시문이 부착돼 있어 지속적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2003년 9월 “채무자의 성명, 주소, 주민등록번호를 모두 표시하지 않고 일부만 표시하더라도 공시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헌법 제10조에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지닌다’고 규정돼 있다”면서 “집행관이 가처분결정을 공시할 때 가처분당사자의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개인정보가 필요 이상으로 공개되지 않도록 규칙의 제정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법원행정처장에게 권고했다.

    인권위는 최근 대용감방 운영실태와 피해자들의 진정을 조사했다. 대용감방은 교도소나 구치소 용도로 활용하는 경찰서 유치장 시설이다. 검찰청이나 법원 인근에 교도소나 구치소가 없는 경우 가까운 경찰서 유치장이 미결수 등 수감자들의 수용시설로 대체되는 것이다. 대용감방의 운영실태는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그러나 여성 수감자들의 비인권적 처우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인권위에 따르면 대용감방은 강원, 충북, 전북, 전남, 경북, 경남지역 14개 경찰서에서 159실이 운영되고 있다(2003년 6월30일). 이 가운데 3곳은 인근에 구치소가 개장돼 대용감방 기능이 해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두 852명이 수감되어 있으며 그중 여성은 98명이다.

    그러나 대용감방에서 수감자들을 통제하는 보호관 238명(의경 129명)은 모두 남성이다. 여성감방과 여성교도관을 별도로 두고 있는 교도소와 비교하면 여성 수감자들에겐 훨씬 더 열악한 환경이다.

    다음은 여성수감자 수용의 문제점을 지적한 인권위 조사내용이다.

    “여성은 대용감방 유치기간 중 유치인보호관의 관찰과 남성 수감자의 시선에 전면적으로 노출되어 생리 및 탈의, 샤워, 용변시에 심각한 성적 수치심을 느낌.

    -여성유치실을 별도로 지정하여 수용하고 있으나 거실 전면이 창살로 되어 있고 감시위주의 관리 탓에 남자 근무자가 항시 거실 안을 볼 수 있으며 부채꼴 모양의 유치장 거실 배치 구조 탓에 옆방의 다른 거실에서 남성 수감자들이 여성 거실 안쪽을 볼 수 있음.

    -용변 및 목욕은 거실 내 마련된 변기에서 동시에 해결. 화장실 칸막이 위에 상자를 쌓거나 얇은 커튼을 치고 옷을 갈아입는 실정(인권위의 유치장시설 환경 조사에 따르면 여성유치인의 경우 세면, 식사, 화장실 이용, 탈의 등 모든 일상이 노출되어 있음. 용변시 행위가 노출될 수 있어 화장실 이용 자체를 꺼리게 된다고 응답. 여성유치인의 64.4%는 남성 근무자에게 생리대를 요청해야 하므로 불편하다고 답변했고, 27.4%는 이를 지급받기 어려워 동료 수감자에게 빌려야 했다고 응답).

    대용감방은 검찰수사 및 법원 판결의 편의를 위해 경찰서 유치장을 임시방편으로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감자들은 급식, 세탁, 위생, 냉난방, 일조량, 1인당 공간 등에서 구치소나 교도소에 비해 열악한 처지다. 현재 대용감방을 운영하는 나라는 한국, 일본, 이스라엘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경찰서 유치장은 일반 유치장과 여성·소년용 유치장 등 별도의 건물로 구분되어 남성 수감자가 여성 수감자를 볼 수 없다. 경찰서 유치장에 여성, 남성을 뒤섞어 장기간 수감하고 있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유엔은 대용감방의 폐지를 권고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4년 현재 국내엔 50만명의 정신질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병상 수는 1984년 1만4000여개였으나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그 수가 증가해 현재는 6만여개에 이른다. 정신의료기관은 752개 안팎이다. 이 가운데 국립정신병원, 공립정신병원 등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의료기관이 17개소고, 나머지는 민간에 의해 운영되는 정신과 병원, 의원들이다.

    그러나 현행 정신보건법은 스스로 자신의 인권을 지키는 데 취약한 정신질환자들을 보호하는 취지에서 국·공립 병원은 물론 민간 병·의원들도 국가의 엄격한 통제, 감독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 지방자치단체는 각각 정신보건심의위원회를 두어 환자의 권익보호에 나서고 정신질환자 등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하고 있다.

    강제입원자 28%

    하지만 인권위가 2004년 3월까지 32개 정신의료기관에 입원중인 정신질환자 909명, 병원 종사자 257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신질환자들은 대체로 기본적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입·퇴원 여부를 결정하는 데 정신질환자 본인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제로 입원했다’ ‘속아서 입원했다’고 답한 정신질환자가 전체 응답자의 27.8%에 달했다.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입원했다’고 말한 사람도 절반을 넘었다.

    다음은 인권위 조사 내용이다.

    “정신병원이나 정신요양시설 입원 및 입소와 관련된 질문에서 환자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어 입원했다는 의견은 307명(33.8%)이었다. 반면 이보다 더 많은 35.9%(326명)는 가족 의견에 따라 입원했다고 답했다. 그밖에 ‘가족과 치료진이 강제로 입원시켰다’고 응답한 경우는 153명(16.8%)이었고 심지어 ‘속아서 입원했다’고 답한 경우도 101명(11.1%)이나 됐다. 정신질환자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환자 본인의 의사가 너무 무시되고 있다고 판단된다.”

    퇴원도 마찬가지다. 치료가 마무리되었는데도 병원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고 인권위는 지적했다. 가족의 의사나 병원의 ‘치료외적’ 고려가 정신질환자의 의사보다 앞서기 때문에 빚어지는 일이라고 인권위는 설명하고 있다.

    타인의 이해관계 탓에 멀쩡한 사람이 정신병원으로 끌려가 갇히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그러나 한국 정신병원에선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히 조성돼 있는 것으로 인권위 조사결과 나타났다. 다시 인권위 조사 내용.

    “정신병원이나 정신요양소 환자의 인권보장을 위해 입원과정 못지않게 퇴원이 원활하게 이뤄지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이와 관련된 응답내용을 살펴보면 퇴원 및 퇴소시기에 대해 설명을 들은 환자는 458명(50.4%)으로 절반을 넘었다. 그러나 환자가 의료진에게 퇴원하고 싶다고 얘기해도 무시한다는 응답이 267명(29.4%)이었으며 퇴원이나 퇴소하는 환자가 거의 없다는 응답자 수도 156명(17.2%)이나 됐다. 입원 및 퇴원 관련 서류들을 검토한 결과 이러한 증언이 진실에 근거한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정신병원이나 정신요양시설 입원생활이 불필요하다고 여겨지는 환자를 다수 발견할 수 있었다. 병원이나 요양소측은 이를 인정하면서도 가족의 인수거부를 이유로 입원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병원이나 시설의 운영과 관련된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기입원의 원인 및 해결방안에 대해서는 다각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상은 인권위가 국가기관에 의해 저질러진 대표적 인권침해라고 규정해 국회에 제출한 사례들이다. 이들 사례는 문제가 있는 극소수 기관을 족집게 식으로 잡아낸 것이 아니라, 상당수 국가기관이 유사한 의식을 공유하는 가운데 시민 진정 등에 의해 특정 기관이 걸려든 것에 가깝다. 이는 인권위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결론 내린 사안에 대해 반박을 하는 국가기관의 태도에서도 유추될 수 있다. 해당 기관 중 상당수는 사실관계는 대체로 시인하면서도 “그것이 심각한 문젯거리가 되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검사 출신인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은 “근본적 해결은 결국 국가기관의 의식전환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의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침해사건 처리 통계에 따르면 2003년 1년 동안 공무원에 의해 인권이 침해당했다는 신고는 1679건 접수됐다. 그러나 구속기소 처리 6건, 불구속기소 처리는 16건에 그쳤다. 반면 민간인에 의한 인권침해 사건의 경우 1360건의 신고가 접수됐는데 구속기소 처리는 121건, 불구속 처리는 55건에 이른다.

    김 의원은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침해사건에 대해 국가기관이 유난히 관대한 태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해당기관에 주로 ‘권고’ 권한을 행사한다. 국가기관이 인권침해 건에 대해 엄정하게 사후책임을 묻는 일은 거의 없다. 공무원에 대한 처벌이 인권을 개선하는 최선의 방법은 아니며, 늘어나는 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일정 부분 공권력이 단호하게 발휘되어야 함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공권력 행사는 1차 실정법, 2차 사회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보편적 가치의 범주, 3차 국제기구가 제시하는 최소한의 인권보호 규정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상당수 국가기관은 ‘대각선으로 잠 재우기’ 등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반인권적 관례를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개인의 기본권 보호를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자유민주체제의 국가기관에서 ‘인권 지체’가 나타나는 것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일이다. 특히 인권위가 제시한 이번 인권침해 사례들은 한국의 국가이미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악습이므로 해당 기관들은 의지를 갖고 당장 철폐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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