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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가망신’ 지름길, 인터넷 도박 사이트

교수, 의사, 주부, 공무원, 대학생… 너도 나도 ‘고!’

  • 글: 김순희 자유기고가 wwwtopic@hanmail.net

‘패가망신’ 지름길, 인터넷 도박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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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판의 규모는 베팅(판돈) 액수에 따라 4개 등급으로 나뉘었다. 각 등급마다 15개의 테이블이 있어 한번에 최대 360명까지 참여할 수 있다. 실제로 ‘Royal Box’ 등급의 경우 한판에 평균 500달러 이상의 판돈이 걸렸다.

국내 최초의 ‘하우스형’ 도박 사이트로 알려진 ‘N사이트’는 기계와 시합을 하는 기존 사이버 도박과는 달리 인터넷을 통해 포커 사이트에 접속한 사용자끼리 승부를 다투도록 하고, 매판 일정비율의 수수료를 제하는 식으로 도박장을 운영한 것이 특징. 사용자들간의 경쟁이 치열해져 판돈 규모가 커질수록 도박 사이트 운영회사의 수익이 증가되는 획기적인 방식이었다. 판당 수수료는 판돈의 2∼2.5%.

이런 방식으로 도박을 하면 판돈은 고스란히 회사의 수익이 될 수밖에 없다. 게임에서 이긴 회원들 중 사이버머니를 현금으로 환전한 사람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다음은 도박 사이트를 수사한 경찰관의 설명이다.

“도박 사이트에서 돈을 벌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 원리는 간단하다. 두 사람이 각각 신용카드로 10만원씩 결제해 사이버머니 10만점으로 고스톱을 친다고 하자. 판돈은 20만점, 즉 20만원이다. 판마다 일정 수수료를 떼면 판이 거듭될수록 판돈 규모는 줄어들게 된다. 많은 사람이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도박에 중독되는 이유는 본전 생각 또는 고리와 환전수수료를 제한 금액보다 많은 돈을 딸 수 있다는 허황한 믿음 때문이다.”

계씨 사건 이후 국내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은 그의 사업방식을 벤치마킹, 법망을 피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사업을 벌였다. 불법인 줄 뻔히 알면서 도박사이트를 개설하는 이유는 그만큼 돈이 되기 때문이다. 설령 법망에 걸려 사이트가 폐쇄된다 하더라도 프로그램과 서버 등은 그대로 살아 있어 사이트의 이름만 바꾸면 그만이다.



“도박 사이트에는 주로 폭력조직이 개입돼 있다. 사이트 개설에 필요한 억대의 비용을 대는 것은 물론 도박 사이트 운영에까지 관여하고 있다. 회원 규모에 따라 한 달에 수억원을 거뜬히 벌 기도 해 도박 사이트를 통해 돈맛을 본 사람은 그 일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실정이다.”

관련업계에 종사한 경험이 있는 김모(35·W사 팀장)씨의 말이다.

‘이러면 안 되는데…’

지난 5월 강원도 정선 강원랜드 앞. 30대 초반의 한모(여·무직)씨는 강원랜드에서 게임을 마치고 나온 김모(43·강원도 동해시)씨에게 다가가 “힘들게 여기(강원랜드)까지 오지 않고 인터넷으로 (블랙잭을) 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귀가 솔깃해진 김씨에게 한씨는 한 장의 CD를 건넸다. 한씨는 이처럼 강원랜드 출입자들에게 인터넷 도박장인 ‘S카지노’에 접속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인증번호가 적힌 CD를 은밀히 배포했다.

프로그램을 설치한 뒤 ‘S카지노’ 사이트에 접속한 김씨는 운영자의 통장계좌에 현금을 입금했다. 통장은 개설자를 알 수 없는 이른바 ‘대포통장’이었다. 이 도박 사이트의 특징은 신용카드 결제가 아닌 현금만 통용됐다는 점. 1000원당 1달러의 게임머니를 교환받은 김씨는 1회당 1∼300달러의 게임머니를 걸었다. 블랙잭 게임 한 판에 걸리는 시간은 게임에 참가하는 사람 수에 따라 약간 차이가 나긴 했지만 평균 20∼30초였다.

중장비업체를 운영하는 김씨는 돈을 벌 욕심으로 아내 박모(36)씨를 끌어들였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이들 부부는 한 달 만에 무려 5000여만원을 잃었다. 두 사람은 상습도박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전과자로 낙인 찍혔다.

서버와 운영자 등을 모두 중국에 둔 S카지노는 계씨의 수법에서 한발 더 나아가 현금만을 고집했으며 중국에 거주하는 조선족을 ‘바지사장’으로 내세워 경찰의 수사망을 피했다. 경찰조사 결과 S카지노의 경우 고스톱과 포커에 비해 판돈이 월등히 커 회원들이 단기간에 큰 돈을 잃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부유층 부모를 둔 20대 초반의 청년과 국내 유명항공사의 조종사가 20여일 만에 각각 5000만원과 1500만원을, 보건소장과 사업가 등 경제력이 있는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순식간에 블랙잭에 쏟아 부었다. 이들은 인터넷에서도 실제 카지노와 유사하게 도박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쉽게 유혹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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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순희 자유기고가 wwwtopi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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