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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 취재

‘제3의 性’ 여기자의 세계

사체부검 후 내장탕 점심, ‘취업’ 미끼로 포주 취재

  • 글: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제3의 性’ 여기자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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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여기자의 역사는 꾸준히 이어져왔다. 수년 전만 해도 구색 맞추기용 홍일점인 경우도 많았고, 임신이라도 하면 암묵적인 퇴사 압력에 시달려야 했으며, 근무부서는 문화부, 생활부 등에 한정됐다. 이들은 남성 중심적 기자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투사’가 되어야 했다.

하지만 여기자 채용이 급증하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현재 한국여기자협회에 등록된 여기자는 500여명). 거친 취재 환경이 많이 개선됐고, 취재원이나 사내 차별도 줄어들었다. 핵심 부서로 꼽히는 정치, 경제, 사회부에서 활동하는 여기자도 늘고 있다.

성기절단사건

“사회부에 근무할 때 아내가 남편의 성기를 잘라낸 사건이 있었어요. 남편과 아내를 만나보니 사연이 있더군요. 약간 지능이 낮은 아내에겐 심각한 의부증이 있었어요. 그래서 ‘자르면’ 바람피우지 못할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한 거예요. 아내에게 ‘자르면 당신하고도 못 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상관없대요. 그냥 자기 곁에만 있어주면 된다고. 남편은 아내가 불안해할 수도 있겠다 싶을 만큼 잘생긴 사람이었죠. 그런데 남편도 그 지경에 이른 아내가 딱하다는 거예요. 남자 기자가 취재했다면 아내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였을지도 모르죠. 저는 두 사람 모두 피해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기사에 두 사람의 사연과 정신적인 면을 여실히 전달하려 애썼죠.”

이 사건을 취재한 6년차 주간지 기자 J씨는 사회부에 근무하며 엽기적인 사건을 많이 접했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경찰서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지만, 형사들을 ‘형님’ 혹은 ‘오빠’라며 친근하게 부르고 피의자들에게 형사인 양 거친 말을 하며 ‘취조성 취재’를 할 만큼 담력이 커졌다.



그러다 보니 일반인의 상식을 뒤엎는 경악스러운 사건도 막상 취재해보면 나름대로 사연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피해자에게 꼬치꼬치 캐물어 아픈 기억을 들춰내고 더러 미혼 여기자로선 민망한 질문을 던져야 하는 것은 여전히 곤혹스럽다.

“그 사건이 일어난 직후 의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남편을 만났어요. 의사가 자세하게 남편의 ‘상태’에 대해 설명해주더군요. ‘뿌리까지 잘려서 1cm도 남지 않았다’는 둥…. 한번은 발기부전에 대해 취재한 적이 있는데, 비뇨기과 진료실에 들어가자마자 책상 위에 놓인 커다란 성기모형이 눈에 들어왔어요. 의사에게 적나라한 설명을 듣고 진료실을 나오는데,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환자들이 모두 이상하게 보였죠(웃음). 발기부전이 남자에겐 무척 심각한 문제라는데, 제가 기자가 아니었으면 알 수도 없었겠죠.”

5년차 월간지 기자인 L씨는 낯선 세계를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 기자직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성매매 여성과 포주, 노숙자, 불법 브로커 등 사회 밑바닥 인생부터 각 분야에서 최고로 성공한 사람까지 두루 만날 수 있다는 것.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입고 인터뷰 장소에 나가 유명인사와 정해진 시간만큼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는 밑바닥 인생과 가식없이 피부로 접하며 그들의 경험을 공유할 때 생생하게 살아있는 기사를 쓸 수 있었다고 한다.

“수습기자 시절 한 성매매 여성이 포주를 고발한 사건이 있었어요. 눈물, 콧물이 뒤범벅이 되어 그 동안 당한 핍박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다른 기자들은 별 관심을 안 보였지만 같은 여성으로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어요. 손수건을 건네며 위로했는데 6개월 정도 지났을까. ‘그때 너무 고마웠다’며 그 여성이 전화를 한 거예요. 덕분에 그의 풀스토리를 기사로 쓸 수 있었죠. 대학에 다니다 카드빚 때문에 술집을 전전한 끝에 집창촌까지 흘러간 사례였죠. 지금도 언니, 동생 하며 연락하고 지냅니다.

기자 신분을 감추고 취재하는 경우도 많아요. 성매매 여성의 실태를 취재하려고 포주를 찾아가 ‘일하고 싶다’고 한 적도 있고, 전화방 아르바이트나 노래방 도우미 노릇을 해본 적도 있죠. 노숙자를 취재할 땐 꼬질꼬질하게 입고 가서 노숙자들이랑 밤새 술을 마셨습니다. 만취한 노숙자가 갑자기 어디론가 끌고 가려고 해서 기겁하고 도망쳤지만요. 힘들긴 해도 그래야 좀더 생생한 기사를 쓸 수 있으니까 도전하는 거죠.”

포주 찾아가 “일하고 싶다”

8년차 경제부 기자인 H씨는 “기자에겐 탐정과 같은 분석력과 상황 판단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암행어사처럼 외곽을 때려 여러 사람에게서 들은 조각정보들을 하나하나 맞추다 보면 실체가 보인다는 것. 또한 고위관계자를 야간에 ‘단독’으로 만나 현안에 대한 정보를 선점해서 기사를 써낼 때의 희열은 엑스터시와 같고, 바로 그 맛에 기자를 한다며 웃었다.

8년차 연예부 기자인 K씨는 종종 자신이 기자인지, 국가정보원 직원인지, 형사인지 헷갈린다고 말한다. 유명 연예인들의 ‘리스트’를 뽑아서 수시로 호적을 떼보는 것은 물론 연예인 집 앞에서 잠복근무를 할 때도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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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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