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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논란, 국제법 판례로 다시 보기

‘무대응이 상책’이라고? ‘묵인’ 지속되면 앉아서 뺏긴다

  • 글: 김영구 려해연구소장, 전 한국해양대 교수·국제법

독도 논란, 국제법 판례로 다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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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문제가 표면화할 때마다 대일 감정까지 곁들여 우리의 영유권을 연거푸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법상의 영유권은 결코 다른 나라가 이의를 제기하면 약해지고 그렇지 않으면 강해지는 것이 아니다. 독도가 우리 것이면 도쿄 한복판에 있어도 우리 것이고, 만에 하나 아니라면 세종로에 있어도 아니다.”(박춘호, ‘명백한 우리 독도, 성숙한 대응을’ 동아일보 2004년 1월12일자)

그러나 이러한 표현은 국제법 전문가답지 않게 법적인 해석과는 거리가 먼 감정적 분석이라고 할 수있다. 국제법을 모르는 사람들에겐 호소력이 있을지 모르나, 국제법의 기초를 아는 사람은 납득하기 어려운 불합리한 주장이다.

다른 나라가 국제법상 영유권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때 적절하고 명백하게 반박하지 않고 계속해서 이것을 받아들이면 그 영유권은 단순히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부인될 수 있는 것이 국제법의 원칙이다.

법적으로 정당하게 성립되어 있는 영유권이라도, 다른 나라가 계속해서 이의를 제기하고 더 나아가 해당 영토에 대해서 영유권의 주체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묵인한다면 정당하게 성립된 영유권이라도 결국에는 부인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현재 독도 문제에 관한 우리 외교부의 입장은 ‘한국은 독도에 대한 실효적 점유를 통해 확실한 영유권을 확보하고 있으며 아무 일 없이 이러한 실효적 점유를 일정 기간 유지하면 영유권 논란은 자연스럽게 사그라질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점유가 일정 기간 계속된다고 해서 국제법상 한국의 영유권이 더 확실하게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한일간의 독도 영유권 논란이 자연스럽게 사라지지도 않는다. 1990년대부터 한일간에 독도 문제가 어떻게 점점 심각한 분쟁 양상으로 확대, 심화되어왔는지 돌이켜보면 우리 외교당국의 이른바 무대응 원칙이 얼마나 근거 없는 전제 위에 서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묵인’의 세 가지 요건

국제법 용어인 ‘묵인(acquiescence)’은 ‘경쟁국가의 도전적 행동이나 주장에 대해서 당연히 기대되는 항변이나 대립된 주장, 또는 적어도 권리의 유보와 같은 대응조치를 하지 않고 수동적 태도나 침묵 또는 부작위(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를 견지함으로써 경쟁국가의 행위가 비례적으로 기속력(羈束力)을 갖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

지금까지 국제법원들이 영유권의 귀속에 관한 판단을 내리는 과정에서 ‘묵인’은 특별히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일반적으로 모든 침묵이나 부작위가 언제나 이러한 국제법상의 효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제사법재판소가 판결한 영국-노르웨이간 어업분쟁사건의 판결문을 보면 일상적인 국가간 관계에서 일정한 법적 효과를 낼 수 있는 묵인 행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어 있다.

이 판결은 영국과 노르웨이간 직선기선 문제를 둘러싼 장기간의 어업분쟁에 대해 1951년 국제사법재판소가 내린 것이다. 이보다 3년 전인 1948년, 영국은 국제사법재판소에 이 사건에 대한 판단을 의뢰했다. 쟁점이 된 부분은 ‘노르웨이의 칙령에서 수역 설정을 위한 기준으로 직선기선을 사용한 것이 국제법상 유효하고 적법한 것인가, 그리고 직선기선이 국제법상 적법한 기선 획정의 방법이라고 하더라도 노르웨이의 직선기선 획정 방식이 국제법상 적법한 기준을 따른 것인가’하는 것이었다.

법원은 이 사건에 대한 판결에서,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해 모두 긍정적 판단을 내림으로써 노르웨이의 손을 들어주었다. 법원의 판결은 이렇다.

“노르웨이의 (직선기선) 실행에 대한 외국의 ‘일반적 묵인’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영국 정부는 60년 이상 이 문제에 대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즉 이 판결은 ‘직선기선’이라는 국제법상 매우 중요한 새로운 법적 제도가 공식적으로 탄생하는 데 관련 국가들의 묵인 행위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이 판결문에는 ‘묵인’에 관한 세 가지 요건이 제시되어 있다.

첫째, 경쟁국가의 도전적 행동이나 주장들은 명백하게 국제법상 권리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도전적 행동과 주장들의 의미에 대해 상대방 국가가 충분히 알고 있는 상황, 즉 ‘공연성(notoriety of claims)’이 전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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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영구 려해연구소장, 전 한국해양대 교수·국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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