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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논란, 국제법 판례로 다시 보기

‘무대응이 상책’이라고? ‘묵인’ 지속되면 앉아서 뺏긴다

  • 글: 김영구 려해연구소장, 전 한국해양대 교수·국제법

독도 논란, 국제법 판례로 다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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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이른바 묵인 행위로 간주하기 위해서는 경쟁국가의 도전적 주장에 의해 법적인 권리나 국가적 이해에 영향을 받는 상대 국가가, 당연히 기대되는 항변이나 대립된 주장을 하지 않고 침묵이나 부작위로 대응하는 것이 일정 기간 지속(prolonged abstention)돼야 한다.

셋째, 경쟁국가의 도전적 행동이나 주장들은 제3국이나 국제사회 일반으로부터 명시적으로 거부되지 않아야 한다(a general toleration of the claims by the international community).

국가영역은 ‘영토’든 ‘영해’든간에 국가적 권위를 통해 명시적이고 계속적으로, 그리고 평화적으로 관리돼야 한다. 영유권 주장과 국권의 평화적 행사가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모든 영유권 분쟁에 대한 각종 국제판례에서 끊임없이 강조되어왔다.

국제판례도 ‘침묵=인정’

독도 논란, 국제법 판례로 다시 보기

정부는 독도환경보전법 등을 이유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독도 출입조차 사실상 금지하고 있어 한국이 얼마나 실효적으로 독도를 점유하고 있는지도 의심스러운 형편이다.

국제법상 영유권에 관한 최초의 국제법원 판례로는 1928년 팔마스섬에 관한 중재판결을 들 수 있다. 이 사건은 절해고도인 팔마스섬을 놓고 1920년대 인도네시아를 점령하고 있던 네덜란드와 필리핀을 점령하고 있던 미국 사이에 벌어진 영유권 분쟁이다.



이 판결에서 국제사법재판소는 ‘학설은 물론이고 국가 관행상으로도, 영역주권은 계속적이고 평화로운 국가권능의 표명으로 한결같이 유지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영유권 주장과 국권 행사가 계속적이고 평화적으로 유지돼야 한다는 사실은 팔마스섬의 판결례 이후로도 최근까지 여러 국제 판례들에서 영역주권 인정을 위한 필수적 요건으로 일관되게 유지되어왔다.

즉 이 사건은 영유권 주장과 국권의 행사가 공개적·계속적이고 평화적으로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국제법상의 규범적 원칙을 극명하게 보여준 최초의 판례다. 물론 여기서 국권의 행사가 계속적이고 평화적으로 유지된다는 것은 인접·경쟁 국가의 묵인이 필연적으로 전제돼 있다.

묵인에 관해 가장 극적인 현실을 보여준 판례는 1962년의 태국과 캄보디아 의 영유권 분쟁에 대한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이다. 1904년 당시 사이암(Siam)이라고 불리던 태국과 캄보디아의 보호국이던 프랑스는 국경을 획정하는 조약을 체결했다. 이 조약에 따라 두 나라는 산맥의 분수령을 기준으로 국경선을 긋기로 합의했다. 이 원칙대로 국경을 획정했다면 프리 비이어(Preah Vihear) 사원은 당연히 태국 영토 안에 포함돼야 했다.

그러나 1907년 국경위원회가 작성한 지도에 따르면 이 사원은 캄보디아 영토에 위치한 것으로 표시됐다. 1908년 프랑스에서 발행된 이 지도는 태국과 프랑스 양국 정부를 포함한 여러 곳에 배포됐다. 태국 정부는 지도를 발간해준 프랑스 정부에 감사의 표시를 하기까지 했으며, 양국은 그후로도 몇 년 동안 이 사원이 캄보디아에 속한 것을 전제로 한 공식적 관계를 지속해왔다. 1930년에는 이 사원을 방문한 태국 정부 관리들이 프랑스측으로부터 ‘외국 귀빈’으로 대접받기도 했다.

국경수비대도 철수 명령

그러나 몇 년 뒤인 1934년, 태국은 측량조사 결과 이 지도에 착오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럼에도 태국은 몇 년 동안 이를 전혀 문제삼지 않고 있다가 1950년에서야 이 지역에 국경수비대를 배치했다. 1953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캄보디아는 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태국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태국이 이에 응하지 않자 결국 1959년,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했다.

이에 대해 국제사법재판소는 “태국이 잘못 제작된 지도의 효력을 부인하려면 그 부정확함이 판명된 후 즉시 또는 합리적 기간 내에 그러한 뜻을 표명했어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으므로 이를 묵시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결국 태국은 지도의 착오를 ‘묵인’한 것으로 간주된 것이다.

법원의 이러한 판결에 대해 태국은 “당시에는 명시적 항의를 하지 않았지만, 착오를 발견한 이래 오랫동안 실질적으로 우리가 이 사원을 점유하고 관리하고 있었다”고 항변하며 영유권을 주장했다.

그 법원은 “태국 하급기관의 실질적 점유는 국가적 권한 행사의 대외적 표현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고 10년 이상 주둔하고 있던 태국의 국경수비대와 민간인들은 이 사원에서 철수하라고 명령했다.

이러한 판결에 비춰볼 때 독도 문제가 일본과의 외교분쟁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나라가 계속 ‘무대응이 최고의 전략’이라는 방침을 유지한다면 일본의 부당한 영유권 주장을 계속 묵인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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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영구 려해연구소장, 전 한국해양대 교수·국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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