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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논란, 국제법 판례로 다시 보기

‘무대응이 상책’이라고? ‘묵인’ 지속되면 앉아서 뺏긴다

  • 글: 김영구 려해연구소장, 전 한국해양대 교수·국제법

독도 논란, 국제법 판례로 다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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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모토와 모리, 고이즈미 등 전·현직 일본 총리들이 공개석상에서 독도를 일본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것은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 전체에 대한 일본의 공식적 의사 표시로 간주할 수 있다. 이러한 의사 표시는 국제법상 상당한 무게와 효력을 갖는 것으로, 우리나라는 이에 대해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국제법상의 항변을 적시에 제시했어야 한다.

사실상 우리나라가 얼마나 실효적으로 독도를 점유하고 있는지도 의문스럽다. 정부는 독도환경보전법 등을 이유로 일반 국민의 독도 출입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어 우리나라 사람들도 독도에 마음대로 들어가지 못한다. 그러므로 한국인들에 의한 관광이나 자원개발 같은 정상적 활동이 독도에서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는 현재 40명 정도의 해양경찰병력을 독도수비대라는 이름으로 이 섬에 파견해놓고 있다. 물론 일본은 이러한 한국 경찰의 독도 주둔에 대해 여러 경로를 통해 완강하게 항의하고 비판을 해대고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경찰병력의 주둔 사실이 적어도 국제법적으로는 독도에 대한 한국의 실효적 점유의 증거가 돼 영유권을 인정해줄 수 있는 유효하고 충분한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

한국이 독도에 대해 지속적이고 평화적으로 국제법상 실효적 지배를 유지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행정·입법 및 사법적인 국가 권능의 평화적인 행사, 또는 현시(顯示)라는 사실을 축적해 끊임없이 확인하고 보완해야 할 성질의 문제다.

국제법상 영유권은 언제나 상대적인 것이다. 따라서 독도에 대한 한국의 영유권이 ‘현재 국제법적으로 확정적인 상태’라고 하는 주장은 국제법적으로 성립될 수 없는 잘못된 생각이다. 또 ‘전쟁 등의 방법을 통한 현상 변경이 없는 한 일본과의 관계에서 독도 문제는 회피할 수 있다’는 생각이 얼마나 비현실적이고 잘못된 것인지에 대해서도 더는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한국의 실효적 지배가 유지되는 독도에 대해 아무 일 없이 시간이 흐르면 이러한 한국의 확정적 영유권은 더욱 공고하게 굳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대단히 부정확하고 잘못된 국제법적 지식을 배경으로 한 것이다.



이런 생각은 실효적 점유의 성립을 위해 국권의 행사가 일정 기간 지속돼야 한다는 요건의 문제와 국제법상 ‘취득시효(prescription)’의 문제를 혼동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취득시효는 전통 국제법에서 한때 영토 취득의 사유로 인정하던 제도의 하나다. 그러나 현대 국제법에서는 취득시효를 국가의 영역 변경 사유로 인정할 것인가를 놓고 견해가 대립되고 있으며, 긍정적으로 보는 견해에서도 취득시효 제도는 신중하게 받아들여지거나 회의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취득시효’ 혼동 말아야

시간의 경과와 함께 영역을 취득할 수 있는 영토 취득시효 기간을 얼마로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현대 국제법상 확립된 기준이 없다. 다만 1897년 영국과 베네수엘라 사이에 체결된 조약에서 영토 취득시효 기간을 50년으로 합의하고 2년 후 두 나라간의 영유권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중재에서 이를 인정하고 채택한 일이 있다.

그러나 취득시효에 관한 국제법상의 법리를 독도 문제와 연결지어 적용해보려는 것은 여러 요건과 상황으로 보아 터무니없는 생각이다. 일부에서는 우리 정부가 일본의 독도 영유권과 관련한 부당한 주장에 대해 이른바 무대응 전략을 언제까지 계속해야 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와중에 한국측의 평화선언에 자극을 받은 일본이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자고 주장한 1952년 9월로부터 50년 또는 100년을 취득시효 기간으로 보자고 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국제법상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일 뿐이다.

국가간 영토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분쟁 당사국이 서로 합의를 도출하는 방법, 둘째는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해 재판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위의 두 가지 방식이 원만히 이뤄지지 않을 때 결국 무력에 호소하는 방식이 있다. 그러나 현대 국제법상 국가간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무력 행사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으므로 이런 방식은 결국 불법적인 무력침공을 방어한다는 자위권 행사의 형식으로만 발휘될 것이다.

비관론은 금물

최근 들어 일본 정부가 1954년 이래 지속돼온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해서 해결할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도는 본래 우리 영토이므로 이 문제를 가지고 국제사법재판소에서 논의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일본측이 부당하지만 지속적이고 집요한 태도로 우리나라에 대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결국 한일간 영토분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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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영구 려해연구소장, 전 한국해양대 교수·국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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