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발굴 특종

‘여대생 하모양 청부살해’ 경찰 수사기록

‘이해찬 골프 동행’ 류원기 회장, 경찰 5명 동원해 ‘납치·피살된 여대생’미행했다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여대생 하모양 청부살해’ 경찰 수사기록

2/5
프로급 살인인가를 확인하는 것이다. 재판장이 말을 계속했다.

“이 정도면 총구를 머리에 들이대고 확인사살을 한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재판장이 킬러를 쏘아봤다.

“아, 아닙니다. 1m이상 물러서서 고개를 돌리고 쐈습니다.”

킬러도 뭔가 감지한 듯 완연히 당황하고 있었다. 아마추어라는 것이다.



“안 보고 쐈는데도 그렇게 잘 쏘나?”

재판장이 다시 물었다. 그 어조에는 빈정거림이 묻어 있었다.

“처음 한 번은 그 여대생 얼굴을 보면서 총구를 겨냥했습니다. 그렇지만 두 발째부터는 보지 않고 쐈습니다.”

첫 발은 이마를 관통해 총알이 뇌에 박혀 있었다. 방청석 구석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죽은 여대생의 아버지는 얼굴이 백짓장같이 창백해져 있었다.

“죽은 여대생의 팔뼈가 세 동강이 나 있던데 왜 그랬지?”

재판장이 물었다. 여대생은 죽기 직전에 극도의 고통을 겪었을 것이다.

“잘 모르겠습니다.”

킬러가 고개를 흔들며 부인했다.

“둘러메고 산으로 올라가다가 집어던졌나? 그래서 팔뼈가 부러졌나?”

재판장이 다그쳤다.

“아닙니다. 죽이기 전 땅에 내려놓을 때조차 안 듯이 내려놨습니다요.”

킬러가 안절부절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안 듯이 조심스럽게 내려놨다? 그때 움직였어? 이미 죽어 있었어?”

재판장은 킬러를 여유 있게 쫓고 있었다.

“그 여대생을 포대 자루 속에 넣어 산으로 메고 올라가는데 힘이 들어 잠시 내려놓고 쉬었습니다. 그때 발가락이 꼼지락거리는 걸 봤습니다요.”

“살려달라고 애원하지 않습디까?”

재판장이 물었다.

“입에 청 테이프를 붙여 놔서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류원기 회장의 당시 부인이던 윤모씨는 범인들에게 1억7500만원을 주는 조건으로 하양을 살해토록 했다. 범인들은 법정에서 “살인 대가로 2억원을 요구했는데, 사모님은 ‘1억5000 이상은 못 준다’고 해 중간인 1억7500만원에 ‘낙찰’했다”고 증언했다.

류 회장 부인의 살해 동기는 자신의 판사 사위와 하양의 관계를 의심한 데서 싹 텄다. 판사 사위와 하양은 이종사촌간이었다. 한 경찰관은 “윤씨의 의심은 거의 ‘병적’ 수준이었다. 윤씨가 ‘의심의 근거’라고 주장하는 점들을 철저히 수사했는데 모두 말도 안 되는 것들이었다”고 설명했다.

류 회장 부인은 여러 사람에게 돈을 주고 하양과 사위를 미행하게 했다. 미행에 투입된 총 인원은 20여 명에 이르러 하양 주변엔 2중 3중의 그림자가 둘러쳐졌다. 하양은 미행당하는 공포를 가족에게 하소연했다. 2001년 3월 하양의 부친은 류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 부인이 사주한 청부미행을 당장 중지하라”고 항의했다. 류 회장은 “3주만 여유를 주면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하양의 부친이 연락을 해도 류 회장은 연결되지 않았다고 한다.

2/5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여대생 하모양 청부살해’ 경찰 수사기록

댓글 창 닫기

2019/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