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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민 교수가 심리학적으로 분석한 ‘주수도 강연’

“영웅 꿈꾸는 ‘확신범’들의 사기 행렬”

  •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 swhang@yonsei.ac.kr

황상민 교수가 심리학적으로 분석한 ‘주수도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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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에 함부로 들어오지 말라”

주수도 회장의 ‘일요강좌’는 이런 영웅신화의 공식을 그대로 재현한다. 같은 시기 황우석씨가 과학을 빙자해 비슷한 영웅담을 만들었던 것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국익을 앞세우고, 난치병 환자 치료와 같은 사명감, 그리고 하늘을 감동시키는 정성과 같은 단어들은 마치 녹음테이프 같다. 심지어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죽자사자 연구한다는 ‘뻥’이나 4년 동안 휴일도 없이 일했다는 고생담까지 유사하다. 영웅의 신화구조를 답습하는 사기이니 유사한 결론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대한민국 사람들은 이 영웅의 서사구조를 끊임없이 찾는다. 내일 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면, 바로 그 영웅적 이야기의 틀을 덧씌울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이런 영웅신화의 내용을 따지고 분석하려 한다. 사실을 확인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영웅신화는 사실을 확인하려고 하면 할수록 신화 자체의 진실성을 확신하게 된다. 신화는 믿는 것이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주 회장의 강의 내용을 분석하고 논리적인 모순을 따지려고 하면 개별 내용이 사실적이고 타당성이 있다는 점에 놀라게 될 것이다. 적어도 간간이 언급한 사례라는 것이 과연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 아닌지는 주 회장 개인만이 알 뿐이라는 분명한 사실을 확인할 때까지 말이다. 범인의 자백 이외에는 아무런 증거를 갖지 못한 수사관의 심정처럼.

주 회장의 ‘이야기 구조’는 역설적 화법으로 이루어져 신화의 내용을 논리적으로 분석하려는 사람을 혼란스럽게 한다. 때로는 역설에 의한 정서적 감동을 유발하기도 한다. 나름대로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그의 강의내용에 쉽게 빠져들고 현혹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들에게 이 신화의 논리구조는 내용으로만 판단했을 때는 어느 정도 타당하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공부를 많이 했고 똑똑하다는 사람들의 특성은 어떤 내용이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연결되면, 그리고 어느 정도 논리성이 있으면 그것이 사실이라고 판단한다는 점이다. 사실이라고 생각하면 쉽게 믿는다.



주 회장의 강의 내용은 몇 가지 사례나 개념, 또는 이론으로 ‘알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효과가 있다. 그들이 혹한 것이 겉보기엔 TNM 또는 공유마케팅 같은 개념이나 이론 같지만, 실제로는 영웅신화이기 때문이다. 머리로 이해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 확실한 증거나 사례가 바로 자기 눈앞의 사람, 즉 영웅임을 확인했다고 믿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저 사람도 했는데 내가 못할 리가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주수도의 영웅신화에는 먼저 자신이 얼마나 많이 공부하고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에 대한 언급이 있다. 영웅신화의 첫째 조건인 ‘초인적인 노력’이다. 여기에 가장 혹하는 사람이 바로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책을 통해 공부했고, 또 열심히 하면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굳게 믿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주 회장의 강의 내용은 이들에 대한 정면돌파다.

주 회장은 처음부터 네트워크 사업에 대한 일반인의 의심과 논리를 제기한다. 그리고 문제점을 까발린다. 절대 실패라고 하면서. 물론 자신이 하는 일은 네트워크 사업이 아니라고 한다. 자신이 네트워크 사업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많이 연구했고, 또 실패도 해보았기에 자신은 이런 난관을 해결하는 비책을 갖고 있다는 암시를 준다. ‘10개의 관문 중에서 9개의 관문을 통과했다’ 또는 ‘곧 획기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다’라는 황우석씨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여기에 또 다른 역설의 화법이 등장한다. “성공해야 한다” “돈 많이 벌어라”가 아니다. “왜, 당신이 망했는지” “왜 이런 사업을 하면 안 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 사업에 들어오라”가 아니라 “사업에 함부로 들어오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서 네트워크 마케팅이 아닌 ‘소비=판매’ 또는 ‘공유마케팅’이라는 새로운 단어를 사용한다. 왜냐하면 네트워크 마케팅이 아니니까.

제이유에서 물건을 사고 또 물건을 팔아주기만 하면 돈이 통장에 쌓인다는 이야기를 사람들이 쉽게 믿었다는 것이 놀라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논리는 ‘유통이 많은 이윤을 남긴다’는 생각을 믿으면 바로 타당한 이야기가 된다. 구체적으로 ‘3만원짜리가 12만원으로 팔린다’는 것을 믿으면 말이 된다. 마치 아파트 원가가 공개되면 부동산 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것과 같은 심리다.

대한민국에서 이것을 믿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 사고방식의 허점을 간파하려면, ‘내용이 타당하다고 해서 그것이 사실이라고 판단할 수 없다’는 추론 능력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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